[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또 한 번 섬마을을 찾는다. 다음달 3일(울릉도 저동항)과 7일(통영시 사량도) 열리는 2013년 MBC 대기획 '백건우 섬마을 콘서트(이하 '섬마을 콘서트')'를 위해서다. 본 공연을 일주일 여 앞둔 27일, 서울시 여의도 MBC 본사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그의 아내 배우 윤정희, 연출을 맡은 황인뢰 PD와 황경신 작가가 참석했다.
2011년에 이어 두 번째 열리는 '섬마을 콘서트'는 실내 공연장에서 열리던 기존 클래식 공연과 달리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평소 클래식 음악을 접하기 힘든 섬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나눔 콘서트’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섬’이라는 지리적 배경은 ‘공연’과 상극이기도 하다. 무대가 바닷가라면 더욱 그렇다. 바닷바람과 파도소리는 공연에 방해가 되기 쉽다. 그러나 백건우는 “완벽한 연주를 할 수 있는 곳이 지상에 몇 군데 안 된다”며 “많은 공연장을 다녀봤지만 모든 조건을 다 갖춘 곳은 얼마 없었다. 그래도 음악은 전달이 된다”라는 말로 장소보다 ‘음악’을 전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백건우는 지금까지 경험했던 공연장들과 섬마을 무대의 차이점을 설명하며 “장소마다 매력적인 부분이 있다. 음악회 전에 많은 시간이 필요한데, 그 장소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연주를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음향이나 악기, 오케스트라의 성격 등 여러 조건 안에서 최대한 좋은 소리를 내는 것이 직업적 연주자의 본분”이라며 ‘프로의식’을 드러냈다. 장소뿐만 아니라 청중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과 섬마을 주민들의 차이는 분명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 차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어디를 가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연주회를 끝내고 반응을 들어보면 상상 못할 이야기(감상)들을 한다”며 섬마을 공연에서 배운 점이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백건우는 왜 작은 섬마을을 찾아갔을까. 부산 출신인 그는 평소 "바다를 보면 늘 고향을 찾은 것처럼 마음이 편안하다"며 "자신의 언어인 음악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섬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며,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음악으로 전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바다'와 '사람', 두 키워드가 그를 섬마을로 이끌었다. 백건우는 2011년 공연을 마친 뒤 느낀 점에 대해 “세계 각국 안 가본 곳이 없는데 섬마을 콘서트는 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가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재발견했고, 순수한 마음이 느껴졌다. 귀한 경험이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번 ‘섬마을 콘서트’는 2011년에 이은 두 번째 기획이다. 자칫 ‘재탕’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베테랑 연출자의 힘을 믿기로 했다.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 MBC 드라마 ‘궁’ 등으로 인기를 모았던 황인뢰 PD가 ‘섬마을 콘서트’의 연출을 맡는다. 그 동안 드라마 연출에 집중했던 황 PD는 “백건우 선생님의 다큐멘터리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라고 말했다. MBC 크리에이브팀 민현기 부국장은 “2011년 ‘섬마을 콘서트’가 현장을 스케치하는 식의 다큐멘터리였다면, 이번 황인뢰의 작품은 한국의 속살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적인 아름다움, 한국의 정서, 한국의 깊은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될 것이다”라며 제작진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드러냈다.
제작진은 어떤 의도를 갖기 보다는 백건우의 공연에 담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황 PD는 “카메라 들고 잘 따라다닐 생각이다. (백건우)선생님을 만나면 만날 수록 어떤 기획의도를 가지고 가는 것보다, 좋은 연주를 충실히 담아내는 것에 중점을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는 전달하는 사람일 뿐”이라고 말했다. 황경신 작가 역시 “백건우 선생님이 그리는 그림을 백지에 고스란히 담아서 잘 전해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는 말로 개입하기 보다 전달에 집중할 것임을 표현했다.
백건우는 올해 ‘섬마을 콘서트’에서 베토벤의 ‘비창’, 쇼팽의 ‘녹턴’, 리스트의 ‘순례의 해’를 연주한다. 그는 섬과 바다의 이야기를 담은 곡을 선곡한 데 대해 “제가 그린 그림에 맞는 곡이라고 생각한다”며 공연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넌지시 언급했다.
2011년 방송된 ‘섬마을 콘서트’에서 매 순간 백건우와 함께했던 아내 윤정희는 올해도 남편과 동행한다. 윤정희는 “영화 '시'를 촬영할 때도 조건을 붙였다. 적어도 4번은 공연을 같이 갈 것이라고 했고 이창동 감독이 허락해줬다. 부부가 함께 하는 건 행운이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거기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건반 위의 구도자',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이번 공연은 대자연의 절경과 아름다운 음악이 어우러져 관객에게 큰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이 공연은 제작 과정부터 공연 영상까지 모두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안방극장까지 전해진다. MBC 대기획 '백건우 섬마을 콘서트'는 7월 초 방송된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 = 백건우, 황인뢰, 윤정희, '백건우 섬마을 콘서트' 기자간담회 현장 ⓒ 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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