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6-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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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연의 꼬투리] 스타들의 개인사 공개 '너무 분별이 없다'

기사입력 2013.05.09 14:09 / 기사수정 2013.05.09 14:13

임지연 기자


[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스타들은 우리와 다른 삶을 살 것만 같다. 그들은 카메라 뒤에서도 호화로운 생활만을 누릴 것만 같다. 하지만 타인에게 노출된 삶을 살면서도, 평범한 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바로 '스타'다. 경제적으로 더 누리거나, 대중의 시선에 더 노출되는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지언정,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천상'에 사는 이들이 결코 아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가정이 있고, 연인이 있으며. 사랑도 하고 남모르는 아픔도 지니며 살아간다.

누구나 자신의 삶이 가장 특별하다. 때문에 자신의 상처가 가장 크게 다가오는 법이며, 쉽게 열어 보이고 싶지 않은 자기만의 방이 하나쯤은 있다. 특히 그 방이 가족의 이야기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놓을 수 없는 스타들의 '개인적인 삶'이 방송 소재로 활용되곤 한다. 스타들의 가정사, 사업 실패, 이혼 등은 언제나 대중의 관심거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사'가 세간의 화제가 된다는 것만큼 당사자에게 불편한 일은 없다. 자칫 평범하게 살아가는 스타의 가족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기에 더 그러하다. 그래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가정사가 공개됐을 경우 그 뒷맛은 씁쓸할 수밖에 없다.

'트로트 퀸' 장윤정은 최근 KBS 도경완 아나운서와의 결혼 발표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이에 SBS '힐링캠프' 제작진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녀를 섭외하는 데 성공했다. '힐링캠프' 장윤정 편은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러브스토리, 결혼에 이르게 된 소감, 11년 차 가수의 삶 등으로 꾸려질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프로그램 녹화를 위해 제작진이 출연자와 사전에 행하는 인터뷰 내용의 일부가 외부로 새나오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장윤정이 작가와 제작진에게 털어놓은 '불편한 개인사'가 녹화도 되기 전에 이른바 '증권가 찌라시'를 통해 퍼졌고 한 매체가 이를 보도했던 것이다. '장윤정의 부모가 현재 이혼소송 중이며, 그 이유는 장윤정의 어머니와 남동생이 장윤정이 번 돈을 탕진해 아버지가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힐링캠프' 측은 "'도경완 아나운서가 장윤정의 돈을 보고 결혼했다'는 소문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자연스럽게 현재 재정 상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이것은 부모의 이혼과 별개 문제임을 밝혔다"며 "조심스럽게 녹화를 준비하던 중 갑작스럽게 인과관계가 정확하지 않은 상태로 사실과 다르게 기사화 됐다"며 장윤정에 대한 사과를 담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결혼 소식을 전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공개된 가정사. 어머니와 남동생이 그녀가 10년 가까이 번 돈을 모두 날렸고 그 과정에서 아버지가 뇌졸중으로 쓰러져 이혼 소송으로 번졌다는, 장윤정으로서는 감추고 싶은 지극히 '사적인 삶'이 본인의 뜻과 달리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었다. 여기에는 사전 인터뷰 내용을 외부로 유출한 제작진의 부주의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뒤늦게 공식 사과를 해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일뿐이다. 장윤정과 그 가족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게 됐다.

갑작스러운 보도에 장윤정의 소속사 인우프로덕션 측은 "장윤정 부모의 이혼 소송은 두 분의 사생활 문제에서 비롯된 부분일 뿐 장윤정이 번 돈을 어머니가 탕진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확대 해석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수많은 루머들이 양산됐고, 동생 장경영 씨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다. 제대로 된 사실 관계가 확인이 되지 않았음에도 일부 언론과 대중들이 '카더라' 식으로 없는 말을 만들어냄으로써 장윤정과 그 가족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됐다. 결국 장윤정은 이 같은 상황을 정면 돌파하기로 하고 예정대로 7일 '힐링캠프' 녹화에 참여했다.

또 다른 안타까운 가정사가 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4일 방송된 '세바퀴'에 출연한 전은진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이날 전은진은 6세 때 어머니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는 "여섯 살 때 오빠랑 엄마랑 함께 여탕에 들어갔다. 당시 오빠가 어려서 여탕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엄마는 항상 탕에 들어오지 않았다. 커서 알았지만 고혈압 때문이었다. 근데 그날은 탕에 들어오더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은진은 "오빠와 나는 '엄마 수영한다'고 박수치며 좋아했는데 엄마는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잠수를 했다. 그때만 해도 몰랐다. 그런데 그 후 탕 안에서 엄마의 등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 충격으로 전은진은 아직까지도 목욕탕을 가지 못한다고 밝혔고, 어머니가 살아계신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뭐냐고 묻자 "보고 싶어요"라고 답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전은진의 가정사 고백은 그가 데뷔할 수 있는 발판이 된 오디션 프로그램 '위대한 탄생'을 통해 이미 공개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바퀴'는 엄앵란, 강수화, 노현희 등이 출연한 '모전 여전' 특집에 전은진을 초대했다. 바로 이 점이 아쉬운 점이었다.

모녀가 함께 출연해 아옹다옹하면서도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홀로 출연한 전은진에게 MC들은 "어머니 사연을 들었는데, 충격적이었다"며 얘기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한 개인에게 강한 '트라우마'로 남은 사적인 이야기를 방송 소재로 삼기 위해, 프로그램의 콘셉트와 성격에 어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출연시켜 사연을 털어놓도록 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이다. 스타의 가정사를 나쁜 방향으로 활용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반면 좋은 예도 있다. 5일 MBC '일밤-진짜 사나이'에서 방송된 개그맨 서경석의 이야기가 그랬다. 서경석과 군대에서 경계 근무를 함께 섰던 사수 김철환 씨는 "4월에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6월 휴가 때 합격증으로 아버지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서경석은 "우리 부모님은 연세가 많아 많이 아프시다. 그리고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다. 어릴 때부터 제일 안타까웠던 게 바로 그거다. 지금도 가장 큰 바람 중 하나가 화목한 가정이 되는 거다"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가족사를 털어놓았다. 서경석의 담담한 '자기 이야기'는 그와 같은 고민과 상처를 안은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니까 말이다.

물론 자기 사생활을 자신의 인기나 이미지와 연결시켜 상품화하는 연예인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연예인의 사적인 삶이 쉽게 보도되고, 방송 소재로도 너무나 가볍게 사용되는 것 같아 몹시 우려스럽다. 인간에게는 타인의 삶을 훔쳐보고 싶은 '관음증적인 욕망'이 있다고 한다. 그 타인이 스타라면 욕망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욕망이 대중매체에 의해 너무나 쉽게 충족되고 있고, 그럴수록 대중들은 더 자극적인 스타들의 '개인사'를 갈망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결국 이 '왜곡된 욕망'을 제어할 수 있는 열쇠는 TV와 같은 대중매체 스스로가 쥐고 있는 게 아닐까.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장윤정, 전은진, 서경석 ⓒ 엑스포츠뉴스DB, MBC 방송화면]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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