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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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철의 철두철미] 파파라치식 보도의 위태로운 줄타기

기사입력 2013.04.26 17:42 / 기사수정 2013.04.26 18:14

신원철 기자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탐사보도'의 탈을 쓴 파파라치식 보도가 유행이다. 어떤 이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운운하며 이러한 보도 행태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연예인은 '준공인'이기 때문에 사생활 노출도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알 권리, 넓은 의미에서 볼 때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쉽게 쓸 수 있는 말 또한 아니다. 알 권리가 '정치적 자유'의 보장을 위해 개발된 논리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연예인·유명인의 열애설 등 사생활 보도에 집중된 파파라치식 보도에 알 권리를 덧칠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대중이 궁금해하는 그 어떤 것이라도 파고들 수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정주의 경쟁을 부추길 뿐이다.  

물론 파파라치식 보도를 '지향'하는 매체도 나름의 규칙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언제 그 선이 무너질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매체가 난립하면서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려는 센세이셔널리즘(본능과 호기심을 자극하여 대중의 인기를 끌어 이득을 얻으려는 보도 경향)이 득세하고 있다. 누가 선을 넘을지 알 수 없는 무한 경쟁구도다. 경쟁은 때로 무리수를 낳는다. 누군가 선을 넘기 시작하면, 모두가 넘는다.  

해외에서는 파파라치 경쟁이 사고로 이어지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국 찰스 왕세자의 전 부인이었던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사망 사건이다. 그녀는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을 거뒀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영국신문불만처리위원회는 취재 및 보도 규제안을 발표하며 무분별한 파파라치식 취재에 제동을 걸었다. 국내에는 아직까지 성문화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파파라치식 보도에 의한 피해 사례가 보고된 바는 없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걸고 넘어지는 것이 '설레발'일지 모른다. 수요와 공급을 따져봤을 때, 파파라치식 보도를 원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론 연예인이 자발적으로 사생활을 드러내기도 한다. 연예인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명확히 답을 내리기 힘들다. 파파라치식 보도를 목표로 하는 이들의 주장을 통해 정당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파파라치식 보도의 대명사로 통하는 '디스패치'의 한 팀장은 지난 1월 '미디어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팬들의 사랑으로 유명해져 수십억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데 자기 사생활까지 지키겠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했다. 직구를 던질 타이밍이라면, '궤변'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생활을 파는 것과 돈을 버는 것은 전혀 다른 성격의 문제다. 자, 연예인은 고수익의 대가로 사생활을 포기하고 있으니, 다른 직업으로 수십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이들은 뭘 내놓을 지 준비하시라. 

이 매체의 한 기자는 23일 MBC '컬투의 베란다쇼'에 출연해 "파파라치식 보도는 근거가 확실히 있는 부분을 (보도에)내는 것이기 때문에 이니셜이나 카더라식 보도에서 일어나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사실이니 괜찮다는 논리다. 그럴 듯 해 보이지만 '논점 호도'다. 이니셜 보도와 카더라 보도는 분명 지적할 만한 문제다. 하지만 이런 보도행태가 문제라는 주장이 파파라치식 보도에 정당성이라는 칼을 쥐여주지는 않는다. 이니셜 보도와 파파라치식 보도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이 매체의 팀장이 잡지 '나들'과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연예 매체들이 지나치게 친연예인적 기사만 쏟아내고 있다"며 "견제와 비판을 전혀 못 한다는 말"이라고 했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이 사라지고 유착관계만 남은 기성 연예 매체에 던지는 쓴소리다. 그럼에도 이 비판의식의 끝에 파파라치식 보도가 존재한다는 결론은 뒷맛이 쓰다. 이들이 파파라치식 보도로 무슨 비판을 했는지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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