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전, 강산 기자] 꺾여만 가던 독수리의 날개가 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매 경기 투지를 불태울 일만 남았다. 마치 2011시즌처럼 말이다. 13연패 끝에 어렵게 시즌 첫 승을 신고한 한화 이글스 얘기다.
한화는 17일 대전구장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전에서 6-4로 승리했다. 무려 14경기 만에 첫 승이다. 시즌 전적은 1승 13패.
한화는 지난 13경기에서 전패를 당했다. 2003년 롯데 자이언츠가 세운 역대 개막 최다 연패(12연패)를 넘어섰다. 초반부터 "포스트시즌은 물건너갔다", "1할대 승률만 기록해도 다행이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제는 1승을 계기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한 시즌은 길다. 114경기나 남아 있다. 전체 일정의 10.93%밖에 소화하지 않았다. 89.07%가 남은 상황에서 포기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이쯤에서 지난 2011년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한화의 2011년 4월 성적은 6승 16패 1무. 승률은 2할 7푼 3리. 일찌감치 최하위로 떨어진 것은 당연지사. 5승 12패(.294)를 기록한 지난해(2010년)보다 더 좋지 않았다. 13연패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암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4월 첫 4경기에서 2승 2패로 선방한 뒤 7연패-승-패-무-패-승-5연패-승-패의 패턴이었다. 기대할 만하면 무너졌다.
하지만 5월 이후에는 53승 56패 1무(.486)로 선방했다. LG 트윈스와 함께 공동 6위로 시즌을 마쳤다. 한 시즌 최다 끝내기 승을 거뒀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선보이며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4강 진출이 어려운 상황이었음에도 팬들은 꾸준히 경기장을 찾았다. 한대화 전 감독에게는 '야왕'이라는 칭호가 붙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는 시즌이었다.
어찌 보면 선수층은 지금보다 더 얇았다. '몬스터'류현진(LA 다저스)을 제외한 선발진 모두 풀타임 경험이 처음이었다. 류현진도 부상 여파로 18차례만 선발로 나섰다. 그 와중에도 11승 7패를 올린 것이 대단할 따름이다. 외국인투수 오넬리 페레즈와 훌리오 데폴라도 시즌 도중 짐을 쌌다. 타선에도 2010년 32홈런을 터뜨린 최진행을 제외하면 한 방을 기대할 타자가 없었다. 당시 한화의 주전 타자 가운데 4월 타율 3할을 넘긴 선수는 정원석(.314)이 유일했다. 장성호(롯데)가 4할을 쳤지만 20타수에 불과했기에 표본이 작았다.
타선은 분명 2011년보다 낫다. 중요한 순간 기대할 만한 선수들은 충분히 있다. 강동우와 고동진이 부상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지만 이대수(.370), 오선진(.300)이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고, 확실한 해결사인 김태균(.352)도 버티고 있다. 최진행도 최근 상승세다. 김태완(.214)은 언제든 제 몫을 해줄 선수다.
마운드와 수비가 문제다. 17일 현재 한화의 팀 평균자책점은 6.58에 달한다. 2011년 5.60보다 1점 가까이 높은 수치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불펜이 안정될 기미를 보인다는 점은 다행이다. 특히 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한 송창식은 팀의 필승조로 완전히 자리 잡은 모습이다. 좌완 박정진이 복귀하면 한층 안정된 불펜을 기대해볼 수 있다. 지난 4경기 연속 1회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외야 수비의 안정화도 관건이다.
한화 김응룡 감독은 첫 승 직후 "경기가 끝나는 순간 내일 경기부터 생각했다"며 "감독은 전쟁터나 마찬가지다. 1년 12달 긴장 속에 산다. 계속된 연패에도 믿고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하겠다. 1승 했으니 잘 풀릴 것이다"고 말했다. 팬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는다. 한화의 현 상황에서 우승이나 4강을 바라는 팬들은 많지 않다. 2011년과 같은 '감동의 야구'만 보여준다면 충분히 박수받을 만하다. 천신만고 끝에 연패 탈출에 성공한 한화의 향후 행보가 기대된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한화 이글스 선수들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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