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12.03 17:33 / 기사수정 2007.12.03 17:33
[엑스포츠뉴스=이상규 기자] '끝없는 사고와 파문, 멍들어가는 한국 축구'
이제는 끝났다 싶었더니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에도 걷잡을 수 없게 됐다. 불행히도 한국 축구는 최근 잇달아 터져나오는 여러 가지 사고와 파문 속출로 축구팬들의 빈축을 사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있다. 일반인들조차 요즘 한국 축구가 왜 이러냐, 퇴보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걱정할 정도로 '위기론'까지 거론되는 현실이다.
최근 한국 축구는 말 그대로 '벼랑 끝'에 내몰려 있다. 한번 사고가 터지면 또 다른 사고가 터지고 다른 곳에서는 파문이 수도 없이 벌어지는 재앙에 가까운 시나리오가 이어지고 있다. 그라운드에서는 웃통 벗어던지기와 이물질 투척, 거친 항의와 침 뱉기 등 온갖 추태로 얼룩졌고 그라운드 밖에서는 음주 파동과 미니홈피 구설수에 이르기까지 한국 축구를 멍들게 하고 있다.
연이은 파문과 사고, 축구팬들의 신뢰를 잃다
최근 문제되고 있는 이천수(페예노르트) 파문부터 돌아보자. 지난 9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이적한 이천수는 출국 전날 서울 강남 모 유흥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업소 여종업원을 폭행한 혐의로 구설수에 올라 축구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이는 이운재(수원)-우성용(울산)-김상식(성남)-이동국(미들즈브러) 등 대표팀 4인방이 지난 7월 아시안컵 당시 룸살롱에서 음주했다는 사실이 밝혀진지 불과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터진 것이어서 팬들의 실망이 컸다. 음주 파문을 일으킨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는 팬들의 신뢰를 잃게 했으며 앞으로의 문란한 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한국 축구판의 기강을 강하게 세워야 한다는 지적도 따르고 있다.
여기에 한 술 더 떠 어린 선수들마저 미니홈피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심우연(서울)은 지난 4월 말 경남에 0-3으로 패한 뒤 "마치 월드컵 1승이라도 했네. 그래 봤자 너흰 경남이야"는 내용의 글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려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같은 팀의 기성용(서울)도 지난달 17일 우즈베키스탄전 졸전에 대한 일부 팬들의 비난에 "답답하면 너희가 뛰던지"라는 글로 축구팬들을 자극하는 물의을 일으켰다.
심판 판정 문제는 여전히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병. 방승환(인천)은 FA컵 4강전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상의를 벗어 던진 채 심판에게 몸싸움과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지켜보던 관중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9월 2일 대전-성남전, 9월 22일 인천-수원전과 전북-서울전, 11월 23일 내셔널리그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도 심판 판정이 논란이 돼 깔끔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잇따른 그라운드 추태는 이뿐만이 아니다. 안정환(수원)은 지난 9월 10일 서울과의 2군 경기 중 상대 서포터스의 야유를 참지 못해 관중석으로 돌진했고 9월 22일 인천-수원전에서는 인천 구단이 전광판을 통해 에두(수원)와 임중용(인천)에게 침을 뱉는 장면을 반복적으로 내보내는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자극받은 인천 팬들은 심판진과 일부 기자들에게 물병과 이물질을 던졌고 그라운드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승리욕에 눈이 멀어 페어플레이 정신을 망각한 일부 선수들의 낮은 프로 의식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재영(전북)은 9월 26일 AFC 챔피언스리그 8강 경기 도중 주심을 향해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세웠고 김영광(울산)은 10월 21일 6강 플레이오프 경기 도중 자신을 향해 물병을 투척한 대전 서포터스 쪽으로 물병을 던지는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경기장에 난입했던 일부 대전 과격 팬들의 '잘못된 팀 사랑'도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무엇이 한국 축구를 병들게 했나?
프로 축구 선수라면 당연히 프로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K리그 관계자들은 "요즘 선수들 중에 대부분은 프로의식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꼬집을 정도다. 최근의 잇단 파문과 사고에서 살펴 보더라도 벼랑 끝에 몰린 한국 축구의 근본 문제가 선수에게 있음을 파악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승부에 집착하는 학원 축구 밑에서 성장해온 우리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축구 선수로서의 교양 및 인성 교육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축구팬과 그라운드 안과 밖에서 신경전을 벌인 일부 선수들의 언행은 선수로서 지켜 할 최소한의 선을 넘었다. 만약 이들이 축구팬들에 대한 고마움과 존중을 느꼈다면 여러 가지 불상사가 터지지 않았을 것이다.
프로축구 선수는 경기장을 찾은 축구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펼쳐야 하는 의무가 있으며 자신의 감정을 그라운드에서 잘 다스리지 못해 폭발하면 그 선수는 프로 선수라는 자격이 없다. 미래 한국 축구를 뜨겁게 성원할 어린 축구팬들이 보는 앞에서 돌발적인 행동을 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 더구나 경기장을 찾는 축구팬들은 입장료를 지불하며 선수들의 경기력를 가장 보고 싶어하고 감동까지 받는 존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들이 공인이라는 의식이 확고했다면 음주파문과 미니홈피 구설수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선수로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팬들의 실망과 국가적인 망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인 의식의 결여는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아도 아깝지 않다.
매년 꾸준히 지적되는 심판 판정과 자질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 역시 필요하다. 외국인 심판 초청보다는 프로축구연맹 주도의 심판 수준 향상과 처우개선을 통해 심판의 권위를 회복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방안이자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구단도 마찬가지로 선수들의 프로 의식 향상을 위해 지속적인 인성 교육과 자세를 심어줘야 온갖 추태와 사고 등을 방지할 수 있다.
이미 한국 축구는 연 이은 사고와 파문으로 축구팬들을 실망시킨 나머지 위기에 빠져있다. 그러나 축구는 아름다움과 예술, 환희, 기쁨 등을 안겨주는 스포츠라는 점에서 앞날의 무한한 발전을 위해 더 이상의 충격이 따라서는 안된다. 바람 잘날 없는 한국 축구를 살리기 위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축구 구성원 모두가 합심하는 존중과 배려, 노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진=지난 10월 3일 FA컵 4강전에서 인천 방승환이 상의를 벗고 심판에게 항의하는 장면 (C) 엑스포츠뉴스 지병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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