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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V] 팔라스카의 공백기를 알차게 보내려면?

기사입력 2007.12.28 11:30 / 기사수정 2007.12.28 11:30

조영준 기자

    

 
(사진 = 세터문제와 함께 수비가 LIG 손해보험의 가장 큰 개선 문제.)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2007~2008 V리그를 앞두고 남자 프로 팀들 중 가장 전력 보강에 박차를 가한 팀은 LIG 손해보험이었습니다. 프로 팀 최하위에게 주어지는 드래프트 1순위 지명권을 이용하여 국가대표 윙스파이커인 김요한을 영입했고 유럽 선수권 득점왕 출신의 기예르모 팔라스카를 데려왔습니다. 또한 현재 LIG 손해보험을 전두 지휘하고 있는 사령탑은 유럽 무대와 이란 등지에서 명성을 떨친 박기원감독입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금세 전력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배구라는 종목의 특성상, 아무리 뛰어난 윙스파이커들이 즐비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지탱해 줄 수비력과 세터의 토스가 고르지 못하면 팀의 조직력은 살아나지 못합니다.

  현재, 국내 최고의 거포인 이경수와 팔라스카, 거기에 김요한이 가세하고 국가대표 미들블로커 하현용이 있는 팀이라 할지라도 팀의 구성 조건을 놓고 보면 프로 네 팀 중, 고른 포지션의 분배와 조화력에 있어서 가장 떨어지는 구성을 갖춘 팀이 바로 LIG 손해보험입니다.

  우선, 수비진을 살펴볼 때, LIG 손해보험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드러납니다. 리베로인 곽동혁은 다른 팀의 리베로와 비교해 볼 때, 리시브와 디그 능력이 떨어집니다. 물론 많은 경험을 쌓는다면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선수지만 현재의 페이스만 따지고 보면 여오현이 버티고 있는 삼성화재나 최부식의 대한항공, 그리고 부쩍 성장한 오정록의 현대캐피탈보다는 리베로의 미진함이 드러납니다.

  또한 곽동혁과 함께 수비를 책임져 주는 이경수와 엄창섭은 수비력이 그런대로 좋은 선수들이지만 리베로인 곽동혁과 함께 협력 수비를 이루는 수비 조직력이 아직 미완성인 상태입니다. 지난 25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팽팽하게 이어져 나가던 양 팀의 승부가 삼성화재 쪽으로 기운 것은 훨씬 안정되고 탄탄한 수비조직력이 삼성화재가 더욱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리시브와 디그는 물론 수비로 살아 올린 볼을 2단으로 연결시키거나 상대편 공격수들을 따라다니며 수비를 펼치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한다면 두 팀의 수비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 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팀의 공격수들과 우왕좌왕하며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세터의 토스가 바로 LIG 손해보험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그나마 대 삼성화재전에서는 3:0으로 완패한 현대캐피탈 경기보단 그나마 세터와 공격수들이 호흡이 맞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단지 세터의 문제뿐만이 아니고, 리베로의 문제뿐만이 아닌 총체적인 팀의 조직력이 부실하다는 결과입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리그 초반이고 발전의 가능성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금의 상태에서 LIG 손해보험이 발전 못하리란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팀의 주포인 팔라스카가 조국 스페인에게 올림픽 티켓을 안겨주기 위해 터키로 떠나서 돌아오는 기간은 대략 3주정도가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가지나 팀의 부진에 기대했던 신인인 김요한마저 부상과 늦은 팀 합류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마당에서 팔라스카의 부재는 LIG 손해보험에겐 가장 가파른 산 등정을 앞둔 등산객의 처지와 비슷합니다.

  그러나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팀의 조직력과 색깔을 찾은 사례는 충분히 있었습니다. 바로 현대캐피탈 같은 경우, 용병 없이 기존의 선수들만 가지고 시즌을 시작하며 1라운드에선 프로 팀들에게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2라운드로 접어들면서 대한항공과 LIG 손해보험을 연거푸 이기며 이제 라이벌인 무패의 삼성화재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바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다져간 팀의 조직력이 빛을 발한 것입니다. 비록 결정타를 때려줄 걸출한 외국인 선수는 없었지만 어느 특정한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고 모든 팀원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해가며 다양한 조직력을 완성해 낸 것이 바로 현대캐피탈의 상승의 요인이었습니다.

  물론 선수들의 이름값을 떠나서, 현대캐피탈의 선수 구성력이 LIG 손해보험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최고의 미들블로커들을 풍부하게 데리고 있는데다가 김호철 감독의 혹독한 조련으로 거듭 태어난 권영민 세터가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거기에 레프트로 이동한 후인정은 라이트와는 또 다른 활약을 보여주고 있으며 라이트에 새롭게 가세한 박철우와 주상용의 적절한 교체 투입은 팀의 전력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팀이 성장하는 과정은 선수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팔라스카의 공백을 앞둔 지금, 박기원 감독의 고민은 꽤 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풍부한 윙스파이커들을 보유했지만 이경수와 김요한은 지금까지 모두 레프트에서 활약해온 선수들이고 그 자리에 손석범을 넣기엔 무리수가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남은 2라운드와 3라운드의 승패를 떠나서 LIG 손해보험은 팀의 조직력을 새롭게 다질 중요한 기회가 찾아온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팔라스카가 떠난 지금이야 말로 기존의 선수들로 팀을 새롭게 다져갈 중요한 기회입니다. 우선적으로 이경수와 김요한, 손석범으로 팀의 윙스파이커 진이 개편될 수도 있지만 전체적인 수비와 리시브를 생각한다면 수비가 떨어지는 김요한과 손석범 대신 엄창섭은 반드시 필요한 선수로 여겨집니다.

  그리고 수비조직력의 완성과 세터와 공격수들의 기민한 호흡도 철저하게 완성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팀의 조직력이 어느 정도 기틀을 잡은 이후, 보다 좋은 환경에 다시 복귀한 팔라스카는 조직력이 미흡했던 팀보다 한층 안정된 팀에 더욱 쉽게 융화되어 갈수 있을 것입니다.

  박기원 감독도 물론 이런 생각을 염두에 두고 지금 당장의 승리보단 장기 레이스를 길게 보며 LIG 손해보험이 더욱 조직력을 다져서 치고 올라갈 시기를 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팔라스카가 빠진 상태에서 어느 정도나 수비조직력과 세터의 문제를 발전시키느냐가 이번 시즌의 중요한 관건으로 예상됩니다. 비단 배구뿐만이 아니라 팀의 주축 선수가 부재한 것을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삼아 오뚝이처럼 일어난 사례는 적지 않았습니다. LIG 손해보험이 과연 이런 전철을 밟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사진 = 구미 LIG 손해보험 그레이터스> 



조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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