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정훈 기자] “제 자신에게 화가 납니다. 아직도 그날의 충격을 잊을 수 없습니다”
로또 534회(2013년 2월 23일 추첨)에서 1등 당첨금 142억원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있었던 기회를 놓친 김기훈 씨(가명, 30대 초반)의 첫 마디는 후회와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매주 수요일, 로또복권 전문업체(
lottorich.co.kr)로부터 1등 예상번호를 받아온 김 씨는 지난 20일에도 어김없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예상번호를 확인했다.
번호를 받고 로또 용지에 마킹도 했지만, 정작 구매를 못한 김 씨. 그는 로또 추첨이 있던 토요일 저녁, 충격적인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바로 자신에게 1등 당첨번호가 전송됐다는 것. 게다가 이번 당첨금이 무려 142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은 김 씨를 더 큰 충격으로 몰아 넣었다.
생각지도 못한 큰 당첨금에 괴로워하던 김 씨는 업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심경을 고백했다. 다음은 해당 업체와의 일문일답.
-당첨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내 자신에게 화가 났다. 왜 하필이면 내가 안 샀을 때 당첨이 됐는지…. 솔직히 아직도 1등 당첨번호가 나에게 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당첨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
▲지난 토요일(23일) 저녁,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그리고 나에게 로또를 구입 했는지 물어 보았고, 구입하지 않았다고 답하자 이번 주 내가 받은 번호가 1등에 당첨됐다고 이야기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고 멍해졌다. 차라리 당첨 소식을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너무 힘들었다.
-당첨금이 얼마인지 알고 있었나
▲통화를 한 직원 분이 142억원이 넘는다고 이야기했다. 너무나 큰 금액에 놀라 다시 한번 인터넷을 찾아봤다. 534회 1등 당첨금은 정확히 142억 1576만 3250원.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게다가 142억원을 독식한 1등 당첨자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인천에서 나왔다는 이야기에 더욱 아쉬웠다.
-이 소식을 들은 주변 반응은?
▲현재 어머니와 형, 그리고 형수님과 동생 이렇게 4명만 알고 있다. 아버지에게는 따로 말씀 드리지 않았다. 받으실 충격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모두 자기가 겪은 일인 것처럼 아쉬워했다. 그리고 ‘왜 내가 로또를 사지 않을 때에만 당첨이 되는지’ 한탄했다.
-평소 로또에 당첨은 잘 되는 편인가? 지금까지 당첨 성적은?
▲사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다. 예전에도 마킹 용지에 번호만 체크하고 구입을 않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도 3등에 당첨됐다. 로또 전문업체를 이용하고 나선 4등 2번과 5등 2번에 당첨됐고, 지난 주엔 1등 당첨번호를 받았다. 가입한 지 3개월 밖에 안된 것에 비하면 굉장히 좋은 성적이라 생각한다.
-당첨 성적도 좋은 편이데 왜 구입을 하지 않았나
▲명절 때부터 로또를 구입하지 않았다. 설 연휴라 바쁘기도 했고, 무엇보다 로또를 사러 가려면 집에서 2km이상 나가야 하기 때문에 번거로웠다. 그래서 평소엔 업체로부터 번호를 받으면 바로 마킹을 해 지갑에 넣고 다닌다. 그리고 로또 판매점이 보이면 미리 마킹 해놓은 용지로 10조합씩 구매한다.
지난 주에도 역시 미리 마킹해 놓았지만, 로또를 구매하지 않았다. 그 전주에 받은 번호가 4등과 5등에 당첨됐기 때문이다. ‘설마 연속으로 당첨번호를 주겠어?’라는 생각에 형이 로또를 사러 가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 그 순간이 가장 큰 후회로 남는다.
-당첨 전, 특별한 꿈이나 징조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어머니께서 돼지 꿈을 꿨다고 하셨다. 조금만 더 일찍 말씀해 주셨어도 로또를 구매했을 텐데. 너무 아쉽다.
지금 생각해보면 2월 달에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다. 2월 첫째 주엔 로또 4등에 당첨됐고, 셋째 주엔 4등과 5등 각각 1개씩 당첨됐다. 또한 지난주 목요일엔 세상에서 하나뿐인 조카가 태어났고, 1등 당첨번호를 받는 행운을 안았다. 좋은 일이 너무 한번에 몰려온 탓인가? 더 큰 행운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 앞으로도 계속 로또를 구매할 예정인가?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달은 바가 있다. 바로 로또는 꾸준히 구입해야 당첨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번호를 받고 고민한다. ‘과연 이 번호가 당첨 될까?’.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우리에게 찾아온 기회는 날아가버리고 만다. 로또에 당첨되고 싶은 사람이라면 ‘나는 당첨될 수 있다!’라는 희망을 가지고 꾸준히 구입해 나갔으면 좋겠다. 나도 앞으로 그럴 것이다.
인터뷰를 끝낸 김 씨는 업체 담당자와 함께 법무법인을 통한 공증 절차를 받았다. 또한 해당 업체(
lottorich.co.kr) 관계자는 김 씨가 1등 당첨번호를 문자로 제공받은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통신사 확인도 끝마친 상태라고 전했다.
[사진 = 로또리치 제공]
강정훈 기자 mousy008@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