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지난 1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서 막을 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여제' 김연아(23)의 건재다. 김연아는 2위인 캐롤리나 코스트너(26, 이탈리아)를 20점 이상으로 제치며 차원이 다른 스케이팅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나머지 하나는 '신예들의 급부상'이다. '아사다 2세'로 불린 무라카미 카나코(19, 일본)는 189.73점으로 4위에 올랐고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중국의 기대주들이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미국 피겨의 간판으로 불리는 애쉴리 와그너(22)는 187.34점을 받으며 5위에 올랐다. 그녀가 목표로 했던 메달 권 진입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졌다. 하지만 와그너보다 차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 권 진입이 더욱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기대주가 등장했다. 바로 184.25점을 받으며 6위에 오른 그레이시 골드(18, 미국)다.
골드는 자신의 첫 시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에서는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성공시키며 125.40점을 받았다. 여자 싱글 10위권에 진입한 선수들 중 이 기술을 구사해 가산점(GOE)을 받은 선수는 김연아와 골드 밖에 없다.
선배인 와그너가 구사하지 못하는 3+3 콤비네이션 점프를 갖춘 점이 그녀의 장점이다. 트리플 러츠 뿐만이 아니라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도 구사한다. 기술적인 난이도로 볼 때 골드는 와그너를 추월하고 있다. 프로그램 구성요소 점수(PCS)가 아직 와그너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 부분도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골드와 함께 리지준(16, 중국)의 등장도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주니어 시절, 국내 기대주인 김해진(16, 과천고), 박소연(16, 신목고)등과 함께 주니어 그랑프리에 출전했던 리지준은 올해 급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모든 과제를 무난하게 소화하며 클린에 성공했다. 트리플 러츠에서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로 도약하는 점프) 판정을 받았지만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가산점을 1.40점이나 챙겼다. 아직 점프의 스케일은 김연아와 비교할 때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매우 날렵하게 점프를 구사하며 성공률도 높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조애니 로셰트(27, 캐나다)이후 캐나다는 자국을 대표할만한 여자 싱글 스케이터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을 한 번에 날려줄 기대주가 등장했다. 스케이터로서의 가능성은 물론 빼어난 미모까지 갖춘 케이틀린 오스먼드(17, 캐나다)는 176.82점을 받으며 8위에 올랐다. 늘 자신보다 앞선 순위를 기록한 러시아의 소치 동계올림픽 기대주인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7, 이상 러시아, 9위),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6, 9위)를 추월했다.
이번 대회에서 이들은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4위에 오른 미라이 나가수(20, 미국)는 소치 동계올림픽 메달 후보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잦은 부상과 슬럼프로 인해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명함을 내밀지 못했다. 또 다른 기대주였던 레이첼 플렛(20, 미국)은 잊혀진지 오래됐고 크리스티나 가오(19, 미국)도 골드의 기세에 눌렸다.
지난해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를 석권한 툭타미셰바는 부상과 성장 통으로 고생하고 있다. 은반 위에서 펼쳐지는 피겨 스케이팅은 '아름다운 연기'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체형으로 변화로 인한 성장 시기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면 전성기는 새벽의 안개처럼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김연아가 최고의 스케이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러한 고비를 온전하게 이겨냈기 때문이다. 골드와 리지준 그리고 오스먼드는 내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메달에 도전할 수도 있지만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피겨 스케이터에게는 성장, 혹은 부상의 터널이 반드시 찾아온다. 이러한 고비를 스스로 이겨내야 정상급 시니어 스케이터로 우뚝 설 수 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그레이시 골드, 케이틀린 오스먼드 ⓒ Getty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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