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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의 SP 점수, 명백하게 박했던 이유

기사입력 2013.03.15 07:53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1년8개월의 공백을 깨고 실전 대회에 복귀한 김연아(23)가 처음으로 규모가 큰 국제대회에 출전했다. 김연아의 공식적인 복귀 대회는 지난해 12월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열린 NRW트로피 대회였다. 하지만 이 대회는 소규모로 개최되는 B급 대회였고 현역 정상급 선수들도 출전하지 않은 무대였다.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기술 최저점수가 필요했다. 이러한 조건을 취득하기 위해 출전한 NRW트로피 대회와 비교해 세계선수권대회는 차원이 달랐다.

9천여 명이 바라보는 상황에서 김연아의 연기는 공백이 무색하리만큼 깨끗했다. 15일 새벽(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에 위치한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 출전한 김연아는 기술점수(TES) 36.79점 예술점수(PCS) 33.18점을 합산한 69.97점을 받았다.

이 점수는 70점에 근접한 매우 높은 점수다. 그러나 전광판에 나타난 점수를 본 김연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예상치보다 점수가 낮게 나왔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과제인 트리플 플립이 롱에지(잘못된 스케이트 날 사용) 판정을 받으면서 -0.20점의 감점이 발생했다. 또한 컴포넌트 점수도 예상보다 떨어지는 33.18점에 그쳤다. 이 점수가 왜 박하게 느껴졌을까?

선수에 따라 일관적이지 못한 점수 채점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은 분명 평소 때 보여준 '최상의 수준'은 아니었다. 점프의 도약과 함께 스케이트 날이 눈에 확 뜨일 정도로 안으로 기울지 못했다. 그러나 롱에지 판정을 줄 정도로 잘못된 것도 아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연아는 롱에지 판정을 받으며 0.20점의 감점을 받았다.

트리플 플립의 롱에지 판정보다 더 석연치 않았던 부분은 컴포넌트 점수였다. 김연아의 쇼트프로그램인 '뱀파이어의 키스'는 기술 사이사이에 다양한 안무가 들어가 있는 작품이다. 쇼트프로그램 출전 선수 35명 중 김연아처럼 자연스럽게 안무를 수행한 뒤 기술로 연결시킨 스케이터들은 드물었다. 스케이팅도 나쁘지 않았고 표정 연기 또한 일품이었다.

그러나 컴포넌트 점수에서 김연아는 35점에 미치지 못했다. 이날 컴포넌트 점수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받은 이는 캐롤리나 코스트너(26, 이탈리아)였다. 두 번째 점프인 트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크게 넘어진 코스트너는 실수와 함께 안무를 수행할 기회를 놓쳤다.

하지만 코스트너의 PCS 점수는 김연아보다 높은 33.85점이었다. 코스트너는 연기 도중 큰 실수를 범했지만 컴포넌트 점수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2위에 오를 수 있었다.

김연아를 바라본 '매의 눈'은 아사다 마오(23, 일본)의 트리플 악셀을 피해 갔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의 대결에 초점이 맞춰졌다. 아사다가 올 시즌 그랑프리파이널과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사다는 김연아와 함께 출전하는 대회에서 약한 징크스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아사다는 마지막 점프인 트리플 루프를 싱글로 처리했다. 이 부분에서 적지 않은 점수를 잃었고 트리플 플립은 언더 로테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첫 번째 과제인 트리플 악셀은 인정을 받고 0.14점의 가산점까지 챙겼다.

슬로 모션으로 비친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은 분명히 문제가 있었다. 회전 수 부족은 물론 두 발로 착지하는 ‘투 풋 랜딩’ 실책을 범했다. 이러한 경우 다운그레이드가 매겨져야 하지만 아사다의 트리플 악셀은 '성공한 점프'로 인정을 받았다. 판정이 애매모호한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에는 롱에지가 매겨지는 상황을 생각하면 판정 기준은 일관적이지 못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여자싱글은 전반적으로 선수들에게 박한 점수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일관성은 몇몇 선수들에게는 '예외'가나타나면서 설득력을 상실했다. 회전수가 부족하고 명백하게 두 발로 착지하는 점프가 가산점을 받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김연아의 새로운 과제, 트리플 플립 인정과 PCS 점수 회복

쇼트프로그램을 마친 김연아는 2위인 코스트너보다 3.11점 차로 앞서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를 범하지 않으면 충분히 1위자리를 지킬 수 있는 점수 차다. 하지만 트리플 플립이 롱에지 판정을 받으면서 신경써야할 과제가 발생했다.

김연아는 "평소 하던 대로 해왔기 때문에 기술(트리플 플립)은 프리스케이팅 때도 예전처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부터 트리플 플립을 정석적으로 뛰어왔던 김연아이기 때문에 프리스케이팅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면 롱에지는 충분히 극복할 것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채점 기준의 일관성이다. 선수에 따라 판정의 기준이 달라지면 채점의 설득력이 떨어진다. 김연아의 트리플 플립과 아사다 마오의 트리플 악셀의 느린 화면을 수차례 반복해서 봤지만 문제가 심했던 쪽은 아사다였다. 다른 어느 선수도 부족한 회전수와 두 발로 착지하는 점프로 가산점을 받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17일 프리스케이팅에서 '레미제라블'을 연기한다. 올해 초 국내에서 열린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이 프로그램을 클린한 경험이 있다.

[사진 = 김연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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