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챔피언 트로피를 놓고, 혈투가 시작된다.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이 넘는 긴 여정을 거친 여자프로농구가 정규시즌 우승팀인 춘천 우리은행 한새와 정규시즌 3위팀 용인 삼성생명 블루밍스간의 '챔피언 결정전'만을 남기고 있다.
'만년꼴찌의 대반란'을 일으키며 정규리그 1위로 일찌감치 챔피언결정전에 안착한 우리은행과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우승의 간절함을 키워온 삼성생명이 15일 오후 5시 춘천호반체육관에서 2012-2013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치른다.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의 챔프전 상대로 신한은행을 지목했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삼성생명의 돌풍은 무서웠다. 용병 앰버 해리스를 앞세운 힘 있는 플레이로 신한은행을 주저앉혔다.
문제는 해리스가 챔프전에서도 그런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느냐에 달렸다. 해리스는 정규시즌 때 가장 상대하기 힘든 선수로 우리은행의 티나 톰슨을 꼽았었다. 내외곽을 넘나드는 정확한 슛과 화려한 개인기는 여간해선 막아내기 쉽지 않다.
도전자 입장인 삼성생명 측면에선 해리스가 지난 플레이오프 때처럼 종횡무진 활약해준다면 희망을 걸어볼 수 있지만, 백전노장 티나 톰슨에 막힌다면 속절없이 무너질 수도 있다.
우리은행은 다소 여유롭다. 일단 상대가 신한은행이 아니라는 점에서 짐을 덜었다. 7년 연속 챔프전 우승에 도전하는 신한은행과 싸우는 건 여러모로 버겁다. 더구나 박정은-이미선 등 노장 의존도가 심한 삼성생명이 포스트시즌에서 5경기를 치르며 힘이 빠진 상태라 밀어붙이기에는 안성맞춤이다.
우리은행의 이번 시즌 장기는 1쿼터부터 몰아치는 존프레스다. 삼성생명을 상대로도 강력한 존프레스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에 이승아-박혜진-임영희가 서고, 뒷선에 티나 톰슨-배혜윤이 스위치하는 전략이다. 양지희도 골밑에서 해리스를 괴롭힐 준비를 마쳤다. 고참인 김은혜와 김은경도 코트발란스를 잡아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 시종일관 몰아치면서 틈을 내주지 않겠다는 게 우리은행의 오픈된 전략인 셈이다.
이에 맞서는 삼성생명은 베테랑들의 관록에 기대는 상황이다. 큰 경기인 만큼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정은과 이미선이 해줘야 한다. 박정은은 이번 챔프전을 끝으로 은퇴를 하는 만큼 각오는 비장하다. 박정은은 "힘들게 올라간만큼 선수들이 우승에 대한 간절함이 더 큰 것 같다. 놓치지 않고 기회를 잡아서 우승하도록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팀 승리에 크게 공헌한 이미선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는 관전포인트다. 해리스가 안쪽에서 내준 패스를 직접 때리거나 주변에 자리한 선수들에게 볼을 공급하며 오픈찬스로 연결시키는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전인 만큼 1차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잠깐의 실수가 경기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은 20일 가까이 경기를 뛰지 않아 실전 감각이 무뎌졌을 수도 있다. 이에 반해 삼성생명은 체력문제도 있는데다 주전들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어 1차전은 무조건 잡아야 하는 입장이다.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은 각각 2006년 겨울리그와 여름리그 우승을 끝으로 힘든 행보를 이어온 만큼 이번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6년간의 가뭄을 한 방에 해결하겠다는 기세다.
챔피언 자리는 단 하나, 어느 팀이 먼저 기선을 잡으며 트로피에 한 걸음 다가설지 자못 궁금해진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우리은행, 삼성생명 선수들 ⓒ W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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