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입장이 뒤바뀌었다. 한국 야구대표팀의 장점은 '조직력'에 있다는 것과 대만은 조직력이 약할 것이라는 짐작 모두 선입견이었다.
한국은 5일(이하 한국시각) 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제3회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1라운드 B조 경기에서 3-2로 승리했다.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지만 '유종의 미'를 거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지나가기에는 한국이 보여준 플레이 하나하나가 아쉬웠다.
이날 2번 타자로 출전한 정근우는 볼넷으로만 두 차례 출루했다. 앞서 열린 네덜란드전과 호주전에서 단 한 번도 출루하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좋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1회말에는 3루에서, 5회말에는 홈에서 아웃당했다. 두 번 모두 대만 중견수 린저슈엔이 보살을 기록했다.
특히 5회 상황은 대만 선수들의 조직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이대호가 중견수 앞 안타를 쳐낸 사이 정근우가 3루를 돌아 홈까지 쇄도했다. 결과는 베이스를 스치지도 못한 채 아웃. 포수 가오즈강의 블로킹도 완벽했지만 이에 앞서 중견수 린저슈엔과 2루수 궈옌원이 정확한 중계플레이를 펼친 것이 주효했다.
반면 한국은 느슨한 중계플레이로 대만에 선취점을 내줬다. 린즈셩의 중전안타를 중견수 전준우가 더듬는 사이 1루 주자 양다이강이 3루까지 내달렸다. 여기서 저지할 수도 있었지만 전준우가 내야에 넘겨준 공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송구를 커트했어야 할 유격수에 닿지 못하고 그라운드로 흘러갔다. 이어진 양다이강의 득점과 함께 덕아웃에 있던 류중일 감독은 웃음을 잃었다. 어찌 보면 이날 한국의 대승 꿈은 여기서 물건너갔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조직력은 한국 고유의 것으로 여겨졌다. 야구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다른 점은 몰라도 조직력만큼은 우리가 우위"라고 자부하곤 했다.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한국의 단점이 조직력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장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사진=중견수 전준우가 린즈셩의 타구를 더듬고 있다, 정근우가 상대 중견수 린저슈엔의 정확한 송구에 3루에서 태그아웃 당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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