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타이중(대만), 홍성욱 기자] “무슨 얘길 해. 내일 지면 뛰어서, 수영해서 한국까지 가라고 할까?” 류중일 감독이 2일 네덜란드에 패한 뒤 선수단과 미팅 때 어떤 얘기를 했냐고 3일 공식훈련 전에 묻자 농담조로 던진 말이다.
류 감독은 곧바로 본심을 드러냈다. “믿어야지. 내가 다 믿어야지”라며 선수들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표했다. 그야말로 ‘나믿다믿(나는 믿을거야 다 믿을거야)’이다.
류 감독은 2일 국가대표팀 감독데뷔전에서 네덜란드에 0-5로 패하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삼성라이온즈 감독 자리에 앉자마자 2년 연속 페넌트레이스와 한국시리즈를 거머쥐며 ‘야통(야구대통령)’이란 별칭까지 생긴 류 감독은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지만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표팀 상황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맡지 않을 수 없는 무거운 중책을 떠안았고, 1회와 2회 대회 때 4강과 준우승이라는 위업을 일궈낸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3회 대회의 수장이 되면서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큰 부담이 됐다.
더구나 한참 전지훈련중인 선수들을 각 팀에서 모아 훈련을 시키다보니 훈련강도를 조정하는 것도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류 감독은 소속팀 삼성에서 하던 페이스를 유지했다. 선수들마다 훈련량에 대한 체감강도는 달랐지만 대체적으로는 훈련량이 많다는 쪽이었다.
문제는 선수들의 몸과 감각이 경기를 뛸 만큼 올라오지 않은 데 있다. 그런 상태에서 경기를 치르다보니 쉽게 풀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구상이 딱딱 맞아 떨어지고, 운도 좀 따라줘야 풀릴 판인데 어느 것 하나도 풀리지 않았다.
이제 오늘 저녁에는 벼랑 끝에서 호주를 만난다. 비교적 쉬운 상대로 생각한 호주가 반드시 넘어야할 산으로 둔갑한 상태다. 류 감독은 “선발(송승준)이 65개까지 잘 던져주고, 타선이 힘을 낸다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선수들에 대한 믿음을 재확인했다.
“(최)정이가 너무 좋았어”라며 네덜란드전 9번에 배치했던 타순을 이동할 방침인 류 감독은 최정처럼 잘 쳐서 타순을 고민할 만큼 다른 타자들도 펑펑 쳐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눈치였다.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
[사진=류중일 감독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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