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19, 연세대)가 올 시즌 첫 국제대회를 마쳤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막을 내린 '2013 모스크바 리듬체조 그랑프리대회'는 손연재에게 여러모로 부담이 있는 대회였다.
손연재는 모스크바 인근에 위치한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실전 감각을 익히고 새롭게 바뀐 자신의 프로그램을 익히기 위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모스크바 그랑프리를 앞둔 그는 "대회 결과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새 프로그램을 익히는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서울 공릉동 태릉 필승주관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도 그는 "새로운 프로그램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열심히 하겠지만 첫 대회에서는 완벽하지 않을 수 있다. 욕심을 내지 않고 차근차근 프로그램을 끌어올릴 예정"이라고 신중하게 밝혔다.
리듬체조 규정은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적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룰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네 가지 규정 종목의 새 프로그램도 몸에 익혀야 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 손연재는 이번 대회에서 성적보다는 새 프로그램을 익히는데 집중했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올해 프로그램의 기술은 대폭 상승했다. 손연재는 아직 새로운 프로그램에 덜 익숙했던 듯 지난 2일 열린 개인종합에서는 실수를 연발했다. 리본을 제외한 볼, 곤봉, 후프에서는 수구를 수차례 놓치며 고전했다.
비록 실수가 범하며 15점대의 점수에 머물렀지만 공개된 루트는 인상적이었다. 수구를 다양하게 다루는 독창성이 돋보였고 올해부터 처음 도입된 댄스 스텝도 나쁘지 않았다. 손연재의 새 프로그램은 상위권 진입을 위해 20점 만점에 기준에 맞춰 완성됐다. 남은 기간 동안 이 작품을 몸에 익힌다면 16~17점대의 점수를 충분히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종합에서는 네 종목에서 모두 15점대의 점수를 받으며 61.498점을 기록했다. 개인종합 순위는 10위에 머물며 상위권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곤봉과 리본에서 종목별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각각 8위에 오르며 결선에 진입한 손연재는 3일 열린 곤봉 결선에서 16.533점을 받았다. 전날 개인종합에서 받은 곤봉 점수는 15.166점이었다. 하루만에 1.367점을 끌어올렸다. 사실 곤봉은 그동안 손연재의 취약 종목이었다. 지난해 열린 런던올림픽에서도 곤봉에서 큰 실수를 범해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런던 올림픽에서 겪은 '곤봉 징크스'를 떨쳐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수확은 곤봉에서 자신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손연재는 리듬체조 상위권에 오른 선수들 중 어린 편에 속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새로운 신예들이 출연했다. 이번 모스크바 그랑프리 개인종합 우승을 차지한 마르가리타 마문(18, 러시아)은 손연재보다 한 살 어린 선수다. '러시아 리듬체조의 대모' 이리나 비너르 러시아체조협회장은 마문을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23, 러시아)의 후계자로 지목했다.
마문은 이번 대회에서 부진을 보인 알렉산드라 메르쿨로바(18, 러시아)를 제치고 압도적인 기량을 펼쳤다. 러시아 후배들은 리듬체조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선배 카나예바의 뒤를 이을 유력한 후보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연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작품에 녹아드는 것과 네 종목에서 고른 경기력을 완성하는 것이다.
손연재의 최종 목표는 오는 8월 말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다. 이 대회에서 5위권에 진입하는 것이 올 시즌 최종목표다. 곤봉 종목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네 종목의 프로그램에 녹아드는 것이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한편 모스크바 그랑프리를 마친 손연재는 오는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이다.
[사진 = 손연재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