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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플라이트', 매스컴이 주목한 '비행영웅' 알고 보니 '폐인'이었네

기사입력 2013.02.26 16:18 / 기사수정 2013.02.26 16:18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누구보다 탁월한 비행기 조종 실력을 가진 민간항공 파일럿인 휩 휘태커(덴젤 워싱턴 분)는 102명을 태운 올랜도-애틀랜타 행 사우스젯 227 항공기의 조종석에 앉는다.

하지만 비행기는 이륙 10여분 뒤 기체 결함이 발생한다. 추락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휘태커는 뛰어난 조종 실력을 발휘해 기적적으로 비상착륙을 성공시킨다. 탑승자 102명 중 사망한 이는 6명에 불과했다. 100%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는 위기에서 95%의 목숨을 살려낸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 휘태커는 일약 '영웅'으로 떠오른다.

휘태커가 '영웅'으로 급부상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파일럿으로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 휘태커'의 모습은 어땠을까?

뛰어난 비행실력을 제하면 '인간 휘태커'는 허점 투성이였다. 그는 심각한 알코올 중독에 시달리고 있었다. 술과 함께 코카인을 복용할 때도 있었고 이러한 상태에서 조종석에 앉기도 했다.

실제로 휘태커는 사우스젯 227 항공기를 조종하기 전 취해있었다. 그는 전날 밤, 자신과 육체적 관계를 맺고 있었던 스튜어디스와 밤새도록 술을 마셨다. 또한 이륙 후에는 보드카를 주스에 타서 몰래 마시기도 했다. 이러한 일은 휘태커의 일상이었다. 그는 술병을 지갑처럼 몸에 품고 다녔다.

승객 대부분을 위기에서 건져낸 영웅은 시간이 흐르면서 몰락한다. 비상 착륙 뒤 휘태커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알코올 농도가 적발된다. 여기에 마약까지 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과실치사로 감옥에 가야하는 위기에 몰린다.

이런 상황에서 휘태커를 돕기 위해 변호사 휴 랭(돈 치틀 분)이 나선다. 랭은 휘태커의 무례함에 불쾌함을 표시하지만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기 위해 끝까지 그를 돕는다. 랭은 휘태커에게 "무죄를 입증하려면 지금부터 술을 끊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술을 계속 마신다면 감옥에 갈 수 있을 것"이라며 금주를 요구한다.

그러나 휘태커는 술병 앞에서 무기력해진다. 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술을 끊지 못하는 휘태커 탓에 상황은 불리하게 돌아간다. 알코올 중독 사실을 숨기며 비행기를 조종해왔던 휘태커는 '진실'보다 '거짓말'에 익숙하다. '알코올 중독'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고치는 것보다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거만함과 허세, 여기에 술과 마약에 중독됐었던 휘태커는 가족들로부터 이미 버림을 받은 상태였다. 병원에서 만난 연인인 니콜(켈리 라일리 분)만이 그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러나 심각한 마약 중독자였던 니콜은 술병을 곁에 두고 사는 휘태커에게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

젊었던 니콜은 창창한 앞날을 위해 '중년 술꾼'인 휘태커의 곁을 떠난다. 연인과의 이별에 큰 상처를 입은 휘태커는 더욱 술에 의지하게 된다. 또한 자신을 버린 가족을 찾아가 "아들이 보고 싶다"고 하소연한다. '외톨이'였던 휘태커는 아들만은 자신을 받아주길 원했다. 그러나 알코올과 마약의 늪에 빠진 아버지를 반겨줄 자녀는 없다. 아들은 따뜻한 위로대신 아버지에게 거친 욕설을 내뱉는다.

변호사 랭은 폐인이 된 휘태커에게 '극약 처방'을 내린다. 술과 완전히 격리시키기 위해 호텔 방에 감금하다시피 투숙시키고 감시원을 붙인다. 마침내 휘태커는 1주일 이상 금주를 하며 재판을 준비하지만 알코올의 유혹을 끝내 뿌리치지 못한다. 취한 상태에서 법정에 선 그는 유죄 판결을 받는다.

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알코올 치료 프로그램에 성실히 임하면서 새로운 삶을 찾는다. 휘태커가 술과 마약의 늪에서 벗어나자 헤어진 가족들도 마음을 연다. 면회를 온 아들은 반갑게 아버지를 포옹하면서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요"라고 묻는다.

덴젤 워싱턴의 '명품 연기', 인간의 양면성을 적나라하게 살렸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모든 인간은 양면성을 가진 채 살아간다. 영화  '플라이트'는 '영웅'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폐인'으로 몰락하는 한 인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영화 후반부에서는 거짓말만 일삼는 주인공이 처음으로 진실(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였고 늘 술에 취한 상태에서 비행기를 조종해왔다는 점)을 고백하면서 '휴머니즘 드라마'로 막을 내린다.

매스컴을 통해 영웅으로 부각된 인물의 실체는 '주변인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플라이트'는 매스컴이 대중들을 위해 만들어낸 '영웅'의 '실제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휘태커는 비행 조종 실력이 뛰어났지만 '성공한 파일럿'이 아니었다. 그는 늘 술에 취한 채 조종석에 앉는 과오를 범했다. 또한 불성실한 자세로 업무에 임했고 주변인들에게 거짓말을 일삼는 '위기의 직장인'이었다.

'플라이트'는 결함이 많은 한 인간이 자신의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끝내 이를 이겨내는지를 그린다. 인생의 웬만한 맛은 다 맛본 중년 남성이 하루아침에 개과천선하기는 쉽지 않다. '술의 지배'를 받고 있었던 휘태커는 금주를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짜릿하게 다가오는 '한순간 쾌락'의 유혹은 떨쳐버리에 너무 달콤했다. 술이 그의 곁에 머물 때 '거짓말'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하지만 휘태커는 재판 도중 진실을 털어놓는다. 감옥에 가더라도 진실을 선택하고 싶었던 그는 마침내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알코올 재활 프로그램을 통해 '술 중독'을 벗어버리고 아들 앞에 떳떳하게 나선다.

우리 시대의 명배우 덴젤 워싱턴은 복합적인 캐릭터인 휩 휘태커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트레이닝 데이'(2001)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그는 '플라이트'에서 생애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미국의 대중문화 전문매체인 '할리우드 리포트'는 "'휘태커'는 덴젤 워싱턴이 연기한 최고의 캐릭터다"라고 치켜세웠다. '엘르 매거진'은 "덴젤 워싱턴의 연기에서 결코 눈을 뗄 수 없다"라며 극찬했다.

워싱턴은 '플라이트'로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됐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플라이트'에서 보여준 그의 열연은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2013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던 '플라이트'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플라이트 스틸컷]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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