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야구 생각은 조금만 하겠다."
한화 이글스의 '1라운드 신인' 조지훈이 남긴 말이다. 야구 선수가 야구 생각을 조금만 한다는 말, 어찌 보면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지훈의 말 한마디에는 뼈가 있다. 잡생각을 버리고 즐기면서 하겠다는 의미다.
장충고를 졸업한 조지훈은 지난해 8월 열린 신인지명회의에서 전체 2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서산 마무리캠프부터 김응룡 감독의 기대 속에 무럭무럭 성장 중인 조지훈은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에서 막바지 담금질에 한창이다. 일본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2차례 연습경기에서 모두 무실점을 기록하는 등 입지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16일 이후에는 실전 경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
SK와의 연습경기가 열린 21일 우루마시 구시카와구장서 만난 조지훈은 "사실 제구에만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잘 안된 것 같다. 몸은 괜찮은데 스피드와 제구, 밸런스 모두 아직은 맘에 들지 않는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조지훈은 이날 불펜 투구에서 약 150개의 공을 던지며 감각을 끌어올렸다. 지난 19일 라이브피칭을 소화한 이후 이틀 만에 공을 잡은 것. "밸런스가 좋아지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아직은 직구가 140km/h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일단 밸런스부터 찾고 구속을 올려야 한다"며 "공을 많이 던지다 보면 밸런스도 찾게 될 것이다. 그때쯤이면 구속도 올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조지훈의 직구 구속은 142km/h에 머물고 있단다. 고교 시절 147~148km/h까지 던졌던 그다.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그는 "정규시즌에는 이전의 구속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1라운드 지명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단다. 조지훈이 "야구 생각을 조금만 하겠다"고 말한 이유 중 하나다. 1라운드에 뽑혔다는 점 때문에 주변 시선이 많았다. 이는 조지훈에게 하나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러다 보니 주눅이 들고 행동도 조심하게 됐다"는 조지훈의 설명이다. 그는 "이제는 자신있게, 당당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계속 야구 생각만 하니 더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며 "이제는 야구 생각을 조금만 하겠다"고 말했다. 너무 생각이 많았던 게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던 것. 그는 "잡생각을 버리고 즐기면서 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7일 주니치전 이후 실전에 나서지 않은 조지훈은 연습경기를 통해 '나머지 공부'를 하고 있다. "큰부분 보다는 밸런스를 잊어먹지 않고 유지할 수 있게끔 하는 게 우선이다"는 그는 "아마추어 때와 비교해 스트라이크 존의 차이가 크다. 연습경기를 지켜보면서 스트라이크 존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상대 투수들의 밸런스와 투구폼을 보면서 연구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직접 경기를 지켜보면서 하나하나 배워가겠다는 것이다. 코칭스태프도 조지훈의 이런 부분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이날 조지훈의 부모님도 경기장을 찾았다. "여행을 겸해 오키나와를 방문하셨다"는 조지훈의 설명. 함께 있던 이충호도 "어머님"이라고 부르며 반가워했다. 잠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부모님께 투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 조지훈은 "연습경기가 아닌 1군 무대에서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조지훈은 스프링캠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프로 데뷔를 앞둔 상황에서 이만한 현장학습도 없다. "야구 생각을 조금만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성장을 위해 끊임없는 학습 중인 조지훈의 데뷔 첫 시즌이 기대된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조지훈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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