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스포츠부 홍성욱 기자] 경기가 시작되면 코트에 들어선 10명의 선수들은 공을 주시하며 움직인다. 그 눈빛을 낱낱이 살피다 보면 유독 눈에 확 띠는 선수가 있다. 상대를 압도하는 눈빛으로 코트를 지배하는 그 선수는 다름 아닌 우리은행의 다이아몬드 이승아다.
이승아는 인성여고를 졸업하고 2011년 신인지명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유망주였다. 지난 시즌에 팀은 꼴찌였지만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쥐며 일찌감치 이번 시즌 우리은행의 대반란을 예고하기도 했다.
프로 2년차인 이승아의 성장은 눈부셨다.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박성배 코치를 만나면서 기량이 만개하기 시작했다. 이승아는 박해진 임영희와 함께 수비 때 앞 선에 서며 1-2-2 대형의 첨병으로 나섰다. 이 강력한 무기는 우리은행이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 ‘1’을 기록하고 있는 지금까지 상대가 알고도 깨지 못하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이 됐다.
이승아는 공격 때에도 볼 배급을 맡으며 경기를 조율한다. 속공 때에도 박해진과 함께 뛰며 패스를 찔러주거나 직접 해결하는 전천후 만능 요원이다.
더구나 강철체력을 가진 이승아의 진가는 4쿼터에서 빛을 발한다. 이승아는 “체력 하나는 자신 있어요. 워낙 운동을 많이 해서요. 경기 초반에는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오지만 3쿼터를 지나 4쿼터에 접어들면 오히려 뛰기 편해요”라며 슬쩍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승아의 활약 덕분에 1승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처럼 힘든 팀이었던 우리은행은 이제 승리를 밥 먹듯이 자주하는 팀으로 탈바꿈했다. 이승아가 팀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톱니바퀴가 딱딱 맞아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15일 춘천에서 열린 KDB생명과의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서도 이승아의 진가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1쿼터 초반부터 스틸에 성공하며 이경은의 속공파울을 이끌어냈고, 존프레스로 압박할 때도 상대가 하프라인을 넘기도 어려울 만큼 적극적으로 달라붙었다. 코트를 휘저으며 3점슛까지 성공시켜 상대의 기를 죽이기도 했다.
이승아는 최근 왼쪽무릎 통증으로 출전시간을 조정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에서 많이 뛸 수 있도록 위성우 감독이 배려하고 있는 것. 이승아는 “처음에는 많이 아파서 견디기 힘들었어요. 다행히 통증주사를 한 번 맞고 난 뒤부터는 경기를 뛰는 데 큰 문제는 없어요”라고 말했다. 부상을 안고 있지만 투지와 정신력으로 커버하며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이승아다.
정규시즌 우승을 하면 눈물을 흘릴 것 같냐는 질문에 "기뻐서 웃을 것 같아요"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이승아의 입가에는 자신감이 묻어있다. 가장 힘든 상대를 묻자 이승아는 잠시 생각하더니 "삼성생명의 (이)미선 언니요. 스틸을 잘해서 조금 힘든 부분이 있어요"라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합숙생활이 길어 가족과 떨어지다 보면 힘들수도 있을 법하지만 이승아는 "전화두 잘 안해요. 며칠전부터는 휴대폰이 고장나서 연락을 못하고 있어요. 운동 하느라 휴대폰 고치러 갈 시간도 없어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화려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팀의 버팀목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한 이승아. 그가 있기에 우리은행의 우승전선은 늘 파란불이다.
[사진=이승아 (C) WKBL제공]
홍성욱 기자 mark@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