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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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뷰] '아이다', 비극적 사랑이 주는 마력

기사입력 2013.01.31 07:45 / 기사수정 2013.11.18 18:19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비극적인 사랑이 더 아름답다'는 말은 과연 모순일까.

슬프고 아련한 사랑 이야기가 달콤하고 로맨틱하기 그지없는 사랑보다 강렬하게 사람들의 뇌리에 남을 때가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타이타닉' 등 새드엔딩의 작품이 해피엔딩의 그것보다 더욱 깊은 여운을 남기듯 말이다.

만약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라면 더없이 아프고 괴로울 터. 하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비극적인 사랑은 마음에 깊은 동요와 감동을 주곤 한다.

뮤지컬 '아이다'가 관객들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집트와 누비아 사이의 전쟁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대에 이집트의 사령관 라다메스와 누비아 공주 아이다의 사랑은 표면적으로는 비극으로 끝났지만 결코 슬프거나 우울하기만 하지는 않다.

극중 두 사람은 이집트 파라오의 분노로 모래 사막의 바닥에 매장되고, 다음 생애에서도 사랑할 것을 약속하며 함께 죽음을 맞는다. 이후 이들은 시공을 초월해 현대 박물관의 이집트관에서 우연히 재회하게 된다.

이러한 결말은 동화책이나 고전소설 등에 종종 등장하는 "아이다와 라다메스가 평생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식의 뻔한 엔딩보다 관객의 내면 깊숙한 감성을 두드린다. 한날한시 한 공간에서 영원히 함께 하게 된 두 사람이 다음 생애에 다시 만나 못다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관객의 가슴에 와닿기 때문이다.



파라오의 딸이자 이집트 여왕 암네리스 역시 비극적인 사랑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치를 좋아하는 철없는 공주에서 여왕이 된 암네리스는 주인공 아이다만큼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약혼자 라다메스를 오랫동안 사랑해왔지만 결국 그의 사랑을 얻지 못한 암네리스는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을 방해하는 악녀가 아닌, 실연 당한 가여운 여성으로 관객의 동정심을 불러 일으킨다. 두 사람이 함께 최후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도 그녀의 배려 덕분이었다. 아이다와 라다메스의 사랑이 아름답고 순수하게 묘사될수록, 사랑하는 남자를 얻지 못한 암네리스의 모습은 긴 여운을 남긴다.

'아이다'가 다른 작품들과 차별화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사랑에 빠진 공주 아이다를 수동적으로 그리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아이다는 고대의 능동적인 여성이다. 아이다는 라다메스에게 "네 삶의 주인은 너야"라고 말하거나 감옥에 있는 아버지를 보고 "내가 지키겠어"라고 노래를 부른다. 또 지친 누비아 백성들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등 시종 능동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누비아 공주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간다.



배우들은 개성 강한 연기로 이러한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을 무리 없이 표현해냈다. 특히 두 여자주인공의 활약이 돋보인다. 타이틀롤 아이다를 연기한 차지연은 애절한 감정 표현과 파워풀한 가창력을 발휘한다. 2010년에 이어 또다시 암네리스 역을 맡은 정선아는 철부지 공주에서 이집트 여왕의 위엄 있는 모습까지 미모와 연기력, 가창력으로 깊이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김준현은 중저음의 목소리와 함께 용맹스럽지만 사랑 앞에서는 순수한 라다메스를, 정동진은 아들을 이용할 정도로 야망에 가득한 라다메스의 아버지 조세르를 카리스마 있게 소화했다.



화려한 세트 역시 관객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특히 암네리스와 그의 시녀들이 펼치는 형형색색의 패션쇼 장면은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극의 분위기에 활력을 더한다. 20명의 앙상블들 호흡도 웅장한 느낌을 준다.

지난해 12월 2일 개막한 뮤지컬 '아이다'는 4월 28일까지 서울 디큐브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150분, 화 목 금 오후 8시/ 수요일 3시/ 토요일 오후 3시, 7시 30분, 일요일 및 공휴일 오후 2시, 6시 30분, 문의: 1544-1555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아이다 ⓒ 신시컴퍼니]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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