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주먹만큼 작은 얼굴에 아이돌 뺨치는 외모로 영화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신인 배우가 있다. 지난 해 240만 관객을 모은 '이웃사람(감독 김휘)'에서 예리한 피자집 배달원을 연기한 이 배우는 2013년 첫 450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 '타워(감독 김지훈)'에서 설경구를 졸졸 따라다니는 신참 소방대원 이선우로 변신했다. 영화를 위해 노출연기도 마다하지 않은, 소년의 순수함과 시크한 남성미가 동시에 느껴지는 배우 도지한을 만났다.
"이성 친구들에게 달랑 '부끄'(이모티콘) 오곤 했죠"
15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기준 지난 12월 25일 개봉한 '타워'는 4,518,401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하며 한국영화 '박수건달'과 외화 '레미제라블', '클라우드 아틀라스' 등 대작들의 개봉에도 불구하고 선전하고 있다.
'타워'를 관람하고 온 여성들이라면, 극 중 소방관 신고식을 위해 알몸으로 뛰는 신인 배우 도지한이 궁금하지 않았을 리 없다. 막 발령 받은 신입소방관의 풋풋함을 뽐내면서도 건장한 몸매를 자랑한 그에게 생애 첫 노출(?) 연기 도전 소감을 물었다.
"처음엔 물론 너무 어색했지요. 하지만 처음에만 어렵지, 두 번째는 쉽게 촬영한 것 같아요(웃음). 김지훈 감독님이 촬영 현장을 즐겁게 하기 위해, 제 (노출)영상을 계속 틀어놓으셨어요. 나중엔 저도 웃게 되더라고요. 짓궂게 장난치신 게 아니라 애정의 표현으로 스크린에 노출연기를 틀어 놓으신 거예요"
그의 알몸 연기에 대한 부모님의 반응도 궁금했지만, 친구들의 반응이 더 궁금했다. 20대 초반, 짓궂게 놀리는 친구들도 있을 법 하지 않은가. 이에 그는 "그냥 '잘 봤다' 등의 메시지가 왔어요. '재밌네' 정도? 이렇게 메시지 오면 답장 안하죠(웃음). 가장 따뜻했던 메시지가 '고생했겠네. 수고했다'였던 것 같아요"
반면 이성 친구들의 반응을 귀여웠다. "카카오 톡에 이모티콘 하나를 보내오곤 했어요. 그 '부끄러움' 이모티콘 있잖아요. 그러면 제가 ‘'타워' 봤니?’라고 다시 묻곤 했지요(웃음)"
"'타워' 팀워크는 천만이었죠, 이런 현장 또 만날 수 있을까요?"
도지한은 운이 좋은 배우다. '마이웨이'서 장동건 아역으로 스크린 데뷔 식을 치룬 그는 지난 해 개봉한 '이웃사람'에서 임하룡, 김윤진, 마동석 등 선배 배우들과 작업하며 경험을 쌓았다. 또 '타워'를 통해 안성기,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등 쟁쟁한 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대선배들과의 작업에 살짝 얼어있었다는 그는 "그 분들 옆에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죠. 숨 막히는 분들이에요"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제가 더 어린데 저보다 훨씬 더 에너지를 가지고 연기하시는 걸 보면서 많이 배우고 또 놀랐어요. 배운다고 습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에너지 넘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라며 함께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그가 선배들과 함께 하면서 배운 건 연기뿐만이 아니었다. 출연 배우들이 모두 입을 모아 '촬영 현장 분위기가 최고였다'는 작품에 일원이었던 것만으로도 신인 배우 도지한에겐 좋은 경험이 됐다.
"'타워'팀의 분위기 메이커는 김상경 선배와 김지훈 감독님이셨어요. 입담이 너무 좋으세요.두 분이 말씀 하시기 시작하면 끼어들기 힘들죠(웃음). 막내인데도 늘 너무 잘 챙겨주셨어요“
“늘 촬영 끝나고 간단하게 한잔하는 식이었는데, 어느 하루는 다들 아무 말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설경구)형님에게 전화했더니 '가고 있다고' 하셨어요. 원래 늘 꼭 한잔 하고 가시는데, 그날만 특별히 일이 있어서 가셨던 거죠. 그런데, 다들 서로 아쉬워서 '뭐야 아무 것도 없어?', '한잔 안 해?'라며 눈빛을 주고받곤 했죠(웃음) 원래 주량이 한 병을 먹는데, 그 때는 주량이 두 배 세배 늘었었어요. 매일 먹기도 했고(웃음). 선배들과 또 먹다 보니…"
이에 기자가 "누가 제일 잘 먹어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너무 뻔한 질문이었던 걸까. 도지한은 "아시잖아요. 범접할 수 없는…"이라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직접적인 이름이 오가진 않았지만 연예계 소문난 주당인 설경구를 의미한 것이다. 당시 에피소드들이 떠오르는 듯 얼굴에 화색을 띈 그는 "진짜 재밌게 촬영 했어요. 분위기가 항상 너무 좋았어요. 앞으로 영화하면서 이런 현장을 만나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30편을 해도 할 수 있을까요? 설경구 형님의 '팀워크는 천만이었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웃음)"라고 전했다.
"'타워'에 걸린 목숨들이 많아요"
사실 먼저 개봉한 '이웃사람' 보다 '타워' 촬영이 먼저였다. 극중 연기한 이선우라는 역할이 너무 탐났던 도지한은 오디션에 참여해서 합류했다. 긴 시간 ‘타워’를 촬영했고, 오랜 시간 기다려온 작품이었다. 그래서 '이웃사람' 후 다른 작품 오디션이 맞물려 있었음에도 '타워' 홍보를 위해 잠시 미뤄놓았다.
‘타워’가 자식 같다는 도지한은 "감독님을 위해서 잘돼야 해요. 너무 서로 아끼고 잘 되고 싶은 욕심이 큰 작품이죠. '타워'가 잘 되지 않으면 힘들어지는 사람이 너무 많아요(웃음)"
'타워'를 향한 애정을 열심히 풀어 놓는 그는 "감독님하고 작업하면 항상 너무 즐거워요. 뭔가 촬영한다는 기분이 아니라, '오늘 또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놀지' 이럴 정도로 현장이 너무 재밌고 유쾌하죠(웃음) 물론 선배님들이 계셔서도 있지만, (김지훈 감독은) 밝고 다정다감하셔요. 같이 작업하기 편하게 배려도 많이 해주셨어요. 너무 감사하죠“라며 김지훈 감독과 함께한 소감도 전했다.
하얀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파
이제 데뷔 4년 차 배우 도지한. 아직은 해본 것 보다 해야 할 것이 더 많은 신인 축에 드는 그. 처음부터 배우를 꿈꿨던 건 아니다. 이렇다 할 꿈이 없었던 소년은 다만 어렸을 적부터 영화 보는 걸 좋아했을 뿐이다.
"어느 순간 연기가 재밌어 보였어요.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됐죠. '하고 싶다?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아버지께 말씀드렸는데, 반대가 너무 심하셨어요. 그래서 오기로 '내가 한다'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죠. 결국 아버지의 고집을 꺾은 거죠. 아버지가 만들어 준 셈이기도 하고. 지금은 배우가 돼서 너무 좋아요(웃음)"
2013년 도지한의 목표는 ‘다작(多作)’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많은 사람들 앞에 서고 싶다는 각오를 밝힌 그는 스스로를 ‘하얀 도화지’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숀 코네리나 조지 클루니 같이 중후한 멋이 느껴지는 배우들이 너무 좋아요. 안성기 선배가 그런 분이지 않나요? 원래부터 좋아했는데, 젊었을 때의 모습을 직접 접해 보진 못했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더 멋있는 그런…안성기 선배님이 너무 먼 목표라면, 가장 되고 싶은 배우는 설경구 선배님이세요. 배우마다 개성이 다 다른지만. 경구 선배는 뚜렷한 개성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역할을 해도 다 잘 소화하시는 거죠. 설경구 선배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형님과 호흡을 맞추고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됐죠"
“외모 때문에 언젠가는 한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기도 하겠죠? 어떻게 풀어갈까 숙제가 올 때 잘 해내고 싶어요. ‘하얀색’을 지닌 배우가 되는 게 힘든 일이라는 걸 충분히 알고 있지만, 어떤 것을 다 뿌려도 소화할 수 있는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 =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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