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퀸 마지막회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미약했다. MBC 주말드라마 '메이퀸'을 두고 한 말이다. 잘 나갔던 '메이퀸'은 후반부 자극적인 내용과 무리한 설정을 반복하면서 막장드라마라는 오명을 쓰고 막을 내렸다.
23일 방송된 '메이퀸' 마지막회에서는 천해주(한지혜 분)가 자신의 친 딸임을 알게 된 장도현(이덕화)이 성공을 위해 살인까지 행한 지난날의 잘못을 책임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내용이 그려졌다. 그로부터 1년 후 천해주와 강산(김재원), 장인화(손은서)와 박창희(재희)는 각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메이퀸'은 고단하게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겠다는 거창한 기획의도를 안고 긴 여정을 시작했다. 초반부터 해주의 아버지 윤학수(선우재덕)를 죽인 장도현의 극악무도함이 그려지고 해주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이 암시되면서 흥미가 배가됐다.
김유정, 박지빈, 박건태 등 아역배우들의 열연도 눈에 띄었다. 그 중 김유정은 어느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능수능란한 연기력을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이는데 큰 몫을 했다.
9회부터 등장한 성인배우들도 각자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잘 살리며 아역배우들의 바통을 성공적으로 이어받았다. 몇몇 배우에게 연기력에 대한 시청자들의 질타가 이어졌지만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양미경, 금보라, 이덕화, 고인범, 김규철 등 중년 배우들의 연기도 흠 잡을 데 없었다. 아역부터 시작된 로맨스의 향방과 부모 세대부터 시작된 갈등의 고리를 담은 탄탄한 스토리 또한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2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메이퀸'은 후반 천해주가 윤학수의 딸이 아닌 장도현의 딸이라는 무리한 반전카드를 내세운 탓에 예기치 않은 막장 논란에 휩싸였다. 윤학수가 출장을 간 사이 자신을 강간했던 장도현과 후에 재혼한 이금희(양미경)의 이야기도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게다가 창희는 어땠나. 아무리 장도현에 대한 복수심과 아버지가 저지른 죄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라지만 15년 사귄 해주를 버리고 도현의 딸 인화와 바로 결혼한 모습은 공감을 주기 힘들었다. 마지막회를 제외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악하기만 했던 장도현과 장일문(윤종화) 등의 캐릭터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초반에 등장한 출생의 비밀 코드가 또 한 번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것이다.
물론 '메이퀸'을 둘러싼 막장 논란이 비단 '출생의 비밀' 그 자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출생의 비밀이란 코드가 가끔은 드라마 내 다양하고 극적인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는 효과적인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장치가 '메이퀸'의 부수적인 요소가 아닌 주된 요소로 자리한 것이 문제였다. 원래의 기획의도대로라면 주인공 천해주의 성공스토리가 주된 요소가 됐어야 했다. 그랬다면 해주가 졸지에 세 명의 아버지를 얻게 되는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 말이다. 출생의 비밀에 집착한 탓에 스스로 막장드라마 논란을 자초한 꼴이 되고 말았다.
38부작까지 긴 항해를 해온 '메이퀸'은 결국 해주와 해주의 주변인들의 행복한 앞날을 비추며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다. 악의 근원이었던 장도현의 죽음을 통해서는 권선징악의 교훈을 강조했다.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씁쓸함이 맴도는 결말이기도 하다. 만약 장도현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대신 살아서 평생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것으로 해주에게 용서를 구했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보다 진정성 있는 드라마로 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채 가시지 않는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메이퀸 ⓒ MBC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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