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12.12.21 18:48 / 기사수정 2012.12.26 19:09
발연기는 발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못한다고 해서 등장한 신조어로, 연기력이 부족한 경우를 일컫는다. 배우가 발연기를 한다는 것은 경력에 상당한 독으로 작용한다. 연기력 검증이 안 된 배우가 늘어나면서 이 단어는 매체상에 자주 등장하게 됐다.
지난 10월 9일 방송된 KBS 2TV '승승장구'에는 50년 연기 경력의 중견배우 박근형(72)이 출연했다. 이날 방송에서 그는 "촬영 현장에서 젊은 한류 배우들이 스타행세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름값만 믿고 거만한 행세를 하는 배우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또한, 그는 "감정 좀 잡겠다며 촬영을 중단하더니, 그저 눈물을 흘리는 게 전부인 후배를 보며, 우리끼리 '이런 똥배우랑 연기를 해야 하나'고 말하기도 한다"며 씁쓸해했다.
이어 박근형은 "공동작업을 하러 왔으면 다른 배우들과 어울릴 줄 알아야 한다. 우리 한류 배우들이 많이 고쳐야 한다"며 "하지만 잘못된 것을 고쳐주면 싫어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근형은 "심지어 감독이 나에게 '아, 왜 그러냐, 쟤들 저러면 안 한다고 한다'고 말린다"며 "우리나라는 스타는 많은데 배우는 없다"고 후배 배우들의 거만한 행동을 질타했다.
배우 배종옥(48)도 지난 11월 28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쓴소리를 가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교수를 겸임하고 있는 배종옥은 "후배 배우라도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무조건 F를 준다"고 말하며, "성실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많은 배우가 인기로 배우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 개념을 부숴버리고 싶다"고 전했다.
일맥상통하게도 박근형과 배종옥은 인기에 취해 자신이 스타인 양 행세를 하는 배우를 겨냥했다. 두 배우가 과감하게 이러한 세태를 꼬집으면서, 우리는 배우의 본질인 연기력을 등한시하고, 발연기를 하는 배우와 아이돌을 떠올릴 수 있다.
화려한 비주얼과 고정적인 팬덤 형성, 그리고 드라마 광고 유치에 유리한 스타 연기자와 아이돌 캐스팅은 하나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다. 한류의 형성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시켰다. 동시에 스타 선호주의는 연기를 잘하는 배우를 궁지로 내몰았고, 그들은 한류스타와 아이돌에 밀려 설 곳이 없게 되어버렸다.
스타 지상주의의 만연은 드라마 제작 환경에도 영향을 끼쳤다.
스타들의 기하급수적 출연료 상승은 제작 환경의 불균형을 초래해, 드라마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졌다. 더 큰 문제는 경제적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에 눈이 멀어, 준비가 안 되어 있는 배우와 아이돌의 캐스팅이 당연하다시피 해진 풍토라 할 수 있다.
상반기에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는 발연기 배우와 궁핍해진 드라마 환경에 경종을 울렸다. 이들은 스타 연기자가 없어 큰 주목을 받지 못하며 방영됐다. 하지만 시청률(TNmS 조사)은 1회 10%에서 마지막회 25.1%로 수직상승하며 창대한 끝을 맺었다.
추적자에 출연한 배우들은 '나는 배우다'임을 스스로 증명했고 연기력과 탄탄한 스토리가 가미돼 명품 드라마라는 찬사를 들었다. 이제 대중은 '화려하지만 실속이 없는, 잘 갖춰진 것' 같은 작품은 원하지 않는다.
화려한 껍질에 가려진 실한 알맹이가 드러날 시점이다. 시청자는 극에 몰입할 수 있게끔, 가슴을 울리는 배우들의 향연을 보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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