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이제 데뷔한 지도 오래됐고, 나이도 많이 들었잖아요. 너무 신비스럽게 지키려고만 하는 것도 저답지 않은 것 같아요"
팬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방부제 미모를 지닌 어린 왕자'로 통하지만, 어느덧 데뷔 14년차, 한 그룹의 멤버이면서 솔로가수라는 표현이 전혀 낯설지 않은 사람.
그룹으로도, 솔로로도 자신만의 영역을 확고히 지켜내면서 롱런하고 있는 가수, '신화'의 신혜성 얘기다.
이제는 어엿한 '베테랑'이기에 두려울 게 없어 보이건만 최근 출연했던 노래 경연 프로그램 녹화 때는 너무 떨렸다며 긴장했던 마음을 고백하고, 예능 프로 '신화방송'에서는 이제야 '살포시' 자신을 내려놓게 됐다면서 조심스레 자신을 꺼내놓던 신혜성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WINTER POETRY'…"들을 거리 풍성한 음반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신혜성은 올해 초 4년 만에 여섯 명이 함께한 신화 10집 'The Return' 활동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지난 4일 쉴 틈 없이 준비한 스페셜 앨범 'WINTER POETRY'를 발표하고 솔로 가수로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신혜성의 이번 앨범은 지난 솔로앨범 'embrace'와 마찬가지로 겨울에 발매됐다. 원래 의도된 것이었냐고 묻자 "앨범이 겨울에 자주 나오는 이유요? 제 목소리가 여름보다는 가을이나 겨울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너무 제 자랑 같나요?(웃음) 저도 실제로 겨울에 태어났고, 이런저런 것들이 겨울하고 잘 맞네요" 라고 넉살 좋게 대답한다.
이번 솔로 앨범은 작년의 'embrace' 앨범에 이어 그룹 메이트의 임헌일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또 작곡가 이안, 월러스의 멤버 양시온, 미스틱 퍼즐의 박아셀 등이 앨범 수록곡들의 작곡과 스트링 편곡에 참여하면서 완성도를 높였다.
"올 여름 끝 무렵부터 앨범을 준비했어요. 겨울앨범을 만들어보자고 임헌일, 이안 씨와 회의를 시작했죠. 겨울앨범이라고 해서 모든 노래에 너무 눈, 겨울, 차가움 이런 느낌이 드는 건 싫더라고요. 그런 것보다도 음악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감성이나 색깔로 겨울을 표현해보자고 얘기했죠"
그렇게 해서 지난 'embrace' 앨범의 연장선상에 있는 'WINTER POETRY' 앨범이 만들어졌다. 임헌일이 만든 타이틀곡 '그대라면 좋을텐데'는 신혜성이 요즘 '꽂혀' 있는 모던록 장르의 곡이다.
"이전에도 모던록이나 브리티시팝 종류의 음악을 좋아해서 자주 들어왔어요. 그러다 메이트라는 그룹을 알게 됐고 팬이 됐죠. 이런 감성의 음악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게 헌일 씨와의 인연이 돼서 이렇게 앨범작업도 할 수 있게 됐네요. 헌일 씨는 조용한 카리스마가 있는 사람이에요. 그동안의 앨범은 웬만하면 제 의견을 많이 반영해서 만들려고 했었는데, 헌일 씨와 작업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제 의견은 5% 정도 반영됐나?(웃음) 그만큼 믿고 맡겼죠"
신혜성은 타이틀곡 한 곡만 듣고 버리는 앨범이 아닌, 처음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쭉' 들을 수 있는 음반을 완성하고 싶었다. 인트로부터 시작해 마지막 아웃트로까지 섬세하게 하나의 기승전결을 이루고 있는 앨범에서는 겨울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다.
"항상 앨범을 내면서 지켜왔던 생각이 '최대한 앨범답게 만들자'는 거였어요. 제 앨범을 기다렸던 분들에게는 최대한 풍성한 들을 거리를 주고 싶었어요. 인트로와 아웃트로를 넣은 것도 그런 생각에서였죠. 노래 한 곡 한 곡을 다 들어보시면 가사 내용이 짝사랑도 있고, 이별도 있고. 다양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제 노래를 통해서 자신의 경험이나 사랑을 한 번 돌아보고 생각하게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연말 콘서트는 '눈과 귀가 모두 즐거운 시간'으로
신혜성은 오는 30일과 31일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단독 콘서트 'THE YEAR'S JOURNEY'를 개최한다.
정통 발라드로 솔로 활동을 시작한 신혜성은 3집 앨범부터 모던록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다. 밴드와 함께 하는 모던록 음악은 공연장에서 팬들과 함께 호흡하기에 안성맞춤인 장르였고, 공연의 재미를 서서히 알아가기 시작한 신혜성은 이제 앨범을 만들 때도 '이 노래 공연장에서 하면 정말 멋있겠다'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할 만큼 앨범과 공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혼자서 두 시간을 넘게 이끌어 가야 하는 단독 공연이 어려울 만도 하지만, 공연 얘기를 묻자 기다렸다는 듯 자신 있게 이야기를 꺼낸다.
"항상 여섯 명이서 같이 하다가 혼자서 두세 시간씩 노래에 멘트까지 책임져야 하니 초반에는 부담도 되고 많이 힘들었죠. 공연이라는 게 자연스러워야 되는데 그러지가 못했던 거예요. 이제는 나름 혼자서 공연 해 온지가 꽤 됐으니까 여유를 많이 찾았죠. 멘트를 따로 준비하지 않거든요.(웃음) 이번 콘서트는 기대도 많이 되고, 자신도 있어요"
이번 콘서트는 겨울이라는 시기에 맞게 차분하고 감성적인 느낌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들을 거리만큼이나 볼거리 역시 풍성하게 준비해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키겠다는 게 신혜성의 생각이다. 지난 10월 일본에서 열린 팬미팅 현장에서 '강남스타일' 말춤을 선보이기도 했던 그였기에, 이번 콘서트에서도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춤 같은 볼거리를 조금 준비했어요. 구체적인 건 비밀이고요.(웃음) 이번 공연은 아무래도 겨울에 어울리게 만들다 보니까 차분하고 감성적이면서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거든요. 하지만 아무래도 연말이다 보니 너무 조용한 분위기로만 가면 처지니까, 발라드를 부를 때는 정말 관객들이 숨도 못 쉴 정도로 몰입할 수 있게 하고, 나머지 시간은 그냥 '놀자'는 마음으로 꾸며보려고 해요"
2013년은 '신화' 데뷔 15주년…"냉정한 평가 받을 준비 해야죠"
지난 11월 27일, 서울 강남역과 건대입구역 인근에는 신혜성의 서른네 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벽보가 거리 곳곳에 붙었다.
1세대 아이돌 가수 중에서 지금까지도 벽보로 생일 축하를 받는 이들은 흔치 않은 것이 사실이다. 데뷔 14년이 지났어도 한결같은 사랑을 보내주는 팬들은 신혜성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고 있다.
"정말 고맙죠. 팬들도 저희랑 같이 나이를 먹어가니까 이제는 정말 조언자 같은 존재랄까. 팬들이 우리에게 의리를 지켜주는 만큼 우리도 그래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올해 신화 컴백의 원동력도 팬들과의 약속은 지키려고 애썼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던 것 같아요"
올해 초 신화 컴백은 그간의 공백만큼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다. 데뷔 14주년 기념이자 10집 발매 기념 콘서트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신화는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줬지만, 진짜는 이제부터라며 긴장된 모습을 보인다.
"사실 올해 신화 활동은 어드밴티지가 있었다고 봐요. 우리가 헤어지지 않고 돌아왔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팬들은 물론 대중도 좋게 봐준 것 같고요.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 나올 무대와 공연들은 정말 냉정하게 평가 받아야 하는 부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 쓰면서 멤버들과 열심히 회의 중입니다"
스무 살에 데뷔해 어느 덧 서른네 살. 시간이 흐르면서 특유의 미성도 깊이 있게 변했고 애절하게 부르는 사랑노래에도 감정이 더해졌다.
지나온 시간만큼 자신에 대해 좀 더 관대해져도 좋을 법하지만, 신혜성은 자신이 시도하고 변할 수 있는 선을 분명히 파악할 줄 아는 여전한 '현재 진행형' 가수의 모습이었다.
"2012년은 오랜만에 신화로 컴백해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정말 행복한 한 해로 기억될 것 같아요. 또 이렇게 연말에는 제 앨범을 들고 나와서 인사드릴 수 있고, 마무리도 공연으로 기분 좋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내년에는 이 행복함만큼 책임감을 더해서 신화, 솔로 활동 모두 더 잘, 많이 보여드리는 해로 만들겠습니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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