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거미손' 이운재가 정든 골키퍼 장갑을 벗었다.
이운재는 17일 서울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역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전남 드래곤즈와 계약이 만료된 이운재는 고심 끝에 은퇴를 결정하고 새 삶을 시작하기로 했다.
17년 정들었던 골문을 벗어나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운재는 담담하게 준비한 은퇴사를 읽어내려갔다. "20년간 한 길만 걸어왔던 축구선수로의 인생을 마감한다"는 말로 운을 뗀 이운재는 "소중한 팬들과 헤어지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심경을 전했다.
이운재는 진흙과 모래가 가득 섞인 운동장에서 훈련하며 축구선수로 꿈을 키웠던 유년시절부터 거장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나 2002 한일월드컵에서 7경기를 뛰며 4강 신화의 주역이 된 행복했던 시간,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해 실망을 드린 아픔의 기억까지 그동안 걸어왔던 길을 되돌아봤다.
오랜기간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희로애락을 맛봤던 이운재는 은퇴시기에 대해 "명예롭게 그라운드를 내려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팬들이 2002년의 이운재만 기억해주셔서 현실의 제가 부담으로 다가왔었다"며 "지금이 헤어지기에 가장 아름다운 시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골키퍼 최초로 K리그 MVP 수상과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 가입의 주인공인 이운재는 "최근에 '노력이 기회를 만나는 일'이라는 명언을 들었다. 동감하는 바가 크다"며 "지금까지 요행을 바라지 않고 최선을 다해왔다"고 자신의 성공 이유를 전했다.
아직 은퇴 이후 구체적인 제2의 삶을 정하지 않았지만 그는 "몸은 경기장을 떠나지만 마음은 영원히 머물 것이다. 저의 재능을 전하고 양성하기 위해 남은 삶을 바치겠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지난 1996년 수원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한 이운재는 K리그 총 410경기에 나서 425실점을 하며 4번의 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국가대표로 A매치에 132경기에 나서 114실점을 한 이운재는 4번 월드컵에 출전하며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골키퍼로 활약했다.
[사진 = 이운재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