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리듬체조의 간판' 손연재(19, 세종고)가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서 새 시즌 안무를 가다듬을 때 함께 훈련했던 동료이자 리듬체조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이가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2008년 베이징올림픽과 2012년 런던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는 노보고르스크에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 러시아의 언론매체인 익스퍼트(expert.ru)는 카나예바의 공식 은퇴 소식을 전했다. 런던올림픽이 끝난 뒤 카나예바의 은퇴설은 신빙성 있게 흘러나왔다. 주변 측근 및 리듬체조 국제심판들은 그의 은퇴가 유력하다고 전했다.
카나예바는 국내에서 열린 리듬체조 갈라쇼에 두 번 참여했다. 지난 2009년 '원조 리듬걸' 신수지(21)가 주축이 된 리듬체조 갈라쇼를 위해 처음으로 내한했다. 그리고 2년 뒤 2011년에는 손연재와 함께 무대에 나섰다.
그러나 카나예바는 지난 10월 초에 열린 리듬체조 갈라쇼에는 출연하지 않았다. 당시 이 공연을 준비하던 관계자는 "카나예바는 올림픽이 끝난 뒤 은퇴를 준비 중이다. 운동도 한동안 접고 있기 때문에 체중도 불어난 상태"라고 귀띔했다.
'무결점'이라 불리던 카나예바의 연기는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2012 런던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 중 카나예바만큼 화려한 경력을 지닌 선수는 드물었다.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3연패 유럽선수권 개인종합 3회 우승 그리고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인종합 2회 우승 등 출전하는 대부분의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카나예바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은 물론 종목별 경기 그리고 팀 경기까지 합쳐 무려 17개의 금메달을 휩쓸었다. 2009년 일본 미에 세계선수권대회와 2011년 프랑스 몽펠리에 세계선수권에서는 자신이 출전한 6개 부분(개인종합, 팀 경기, 후프, 볼, 곤봉, 리본, 줄-2009년 미에 세계선수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가장 위대한 업적은 리듬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2연패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2008년 베이징 대회에서는 쟁쟁한 러시아 선배들은 물론 ‘표현력의 여제’ 안나 베소노바(28)가 버티고 있었다. 당시 18세였던 그는 이들을 제치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섰다.
4년이 흐른 뒤 열린 런던올림픽에서는 한층 여유로웠다. '떠오르는 태양'인 다리아 드미트리예바(19, 러시아)가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만 뛰어난 기술과 예술성을 모두 갖춘 그는 적수가 없었다.
차상은 국제심판은 "카나예바는 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을 만큼 뛰어난 선수였다. 이 선수는 리듬체조의 교본으로 불릴 정도로 완벽한 선수다. 신체 난도도 정확하지만 예술성까지 뛰어나다"며 "최고의 위치에 있었지만 누구보다 성실했다. 한 시도 게으름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했기 때문에 리듬체조의 역사를 새롭게 쓸 수 있었다. 이렇게 완벽한 선수는 언제 다시 나올지 모를 정도"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현역에서 물러난 그는 후배들을 양성하는 것은 물론 러시아 리듬체조협회(RRGF) 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카나예바는 세계최강인 러시아 리듬체조를 이끌어온 이리나 비너르 회장을 보좌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연재는 "카나예바는 선수들 사이에서도 예의가 바르고 사람이 좋은 것으로 소문이 났다. 같은 훈련장에서 연습을 할 때 격려해줄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절대 강자'가 물러난 리듬체조는 차기 시즌 새로운 판도가 예상된다. 런던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드미트리예바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상위권 선수들의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점쳐진다.
[사진 =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