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해외파들 사이 지각변동이 인다. 겨울을 맞은 철새들이 이동하듯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해외파들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대상은 각자의 포지션이다. 포지션 변경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동시에 후반기를 앞두고 팀의 도약과 흥행을 예감케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주 13일부터 15일 사이(한국시간) 해외파들이 유럽무대에 출격했다. 박주영은 컵대회에 출장해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했고 손흥민과 구자철은 각각 리그 경기를 소화했다. 이들 사이 무엇보다 눈길을 끈 건 포지션의 변화다. 큰 폭의 변경은 아니었으나 모두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찾은 분위기다.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동시에 후반기를 기대케 했다. 후반기 도약을 꿈꾸는 팀들에겐 이들의 상승세가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박주영 : 최전방 공격수 →
처진 공격수 겸 공격형 MF
셀타비고에서 활약중인 박주영에게 변화가 생겼다. 본래의 위치에서 다소 아래로 내려가는 조정이 가해졌다. 지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한 코파 델 레이에서 박주영은 2선 공격수 겸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섰다.
박주영은 최전방 아스파스 바로 아래 위치해 베르메호 등과 함께 공격 2선을 구성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특유의 침투 움직임과 패싱력이 살아났다. 레알 골문을 조준하던 박주영은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유분방함이 주어진 결과였다. 박주영은 앞선에서 고립되던 이전의 모습을 탈피했다. 2선으로 위치가 처지면서 더욱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이러한 상황의 변화와 함께 박주영도 살아나고 있는 분위기다.
그간의 고민도 해결됐다. 팀의 간판 공격수 아스파스와의 공존 문제가 풀렸다. 경쟁자로 지목됐던 베르메호와의 조화도 이뤄냈다. 팀의 주요 공격자원들의 조합 문제로 고심해 왔던 에레라 감독에게도 박주영의 활약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이날 선발 출전한 박주영은 맹활약으로 팀의 승리에 일조했다. 센스도 빛났다. 후반 11분 오프사이드 위치에서 빠져나오는 교묘한 움직임으로 베르메호의 선제골에 관여했다.
구자철 : 왼쪽 미드필더 →
중앙 수비형 MF
구자철은 본래의 포지션으도 돌아왔다. 2011년 아시안컵 이후 줄곧 공격자원으로 활약해 왔지만 다시 수비형 미드필더로 귀환했다.
팀의 전술 변화가 한몫했다. 수비력을 보완하고자 했던 바인지를 감독은 구자철에게 수비라인 지휘를 맡겼다. 선수 본인의 희망도 섞였다. 그간 팀의 주요 득점을 책임졌던 구자철의 포지션 변화로 공격 약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득점포를 이어가고 있는 샤샤 묄더스의 존재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바이어와 함께 더블 블란치를 구성한 구자철은 제 옷을 찾은듯 이전과는 또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K리그 제주에서 활약하던 시절 보였던 특유의 공수조율 능력이 되살아났다.
그루이터 퓌르트전에서도 구자철의 존재감은 빛났다.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격한 구자철은 공수 고리 역할을 수행했다. 중원에서 유연한 터닝 동작과 적재적소의 패스를 연결하며 실력을 맘껏 뽐냈다.
비록 팀은 무승부를 거뒀지만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 뮌헨전에 이어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잡은 구자철과 바이어의 활약도에 아우크스도 희망을 품게 됐다. 팀 공수의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내년 1월부터 다시 강등권 전쟁에 돌입하는 아우크스에게 구자철이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손흥민 : 오른쪽 미드필더 →
처진 공격수
함부르크의 손흥민 역시 처진 공격수로 보직을 변경했다. 반 더 바르트 등 주축선수들의 부상과 토르스텐 핑크 감독이 고안한 새로운 전술 도입이 영향을 미쳤다.
본래 오른쪽 미드필더로 주로 뛰던 손흥민은 처진 공격수로 이동했다. 포지션상으론 4-4-2의 투톱 공격수에 해당되지만 경기 중 움직임과 내용을 본다면 처진 공격수에 더 가깝다. 주로 최전방 루드네브스 바로 뒤에서 중앙와 측면을 오가는 모습을 보인다.
'센트럴 손'의 귀환이다. 어린 시절부터 함부르크에 몸담았던 손흥민의 본래 포지션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중앙에서의 드리블과 패스에서 일가견을 드러냈다. 이에 반한 함부르크는 손흥민을 팀의 차세대 스타로 점찍었다.
프로 데뷔 후엔 줄곧 윙어였다. 함부르크 사령탑을 거쳐 간 감독들은 손흥민을 주로 측면에 배치했다. 하지만 최근 중앙 포지션으로 돌아왔다. 넓은 활동량과 함께 전방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 윙어 역할을 소화하는 영리함을 보였다.
레버쿠젠과의 경기에서도 역시 그랬다. 손흥민은 루드네브스와 함께 투톱을 이뤘다. 전방에 자리한 루드네브스보다 더 뒤로 쳐져 중앙과 측면을 오갔다. 공격조율과 패스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손흥민은 패스를 받은 후엔 측면으로 공을 전개해 팀의 공격에 물꼬를 텄다. 이러한 모습들은 데니스 아오고 등의 날카로운 크로스로 이어졌다.
특유의 공격적인 움직임도 살아났다. 중앙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파고들며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자유로움과 함께 더욱 활발한 공격을 보였다. 아크 정면에서 때리는 날카로운 중거리슈팅은 보너스였다.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노리는 함부르크가 과연 후반기에 '센트럴 손'의 효과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지도 주목해 볼만하다.
[사진=구자철, 박주영, 손흥민 (C) 독일 축구전문지 '란' , KBSN스포츠 제공, HSV 홈페이지 캡쳐 후 수정]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