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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김연아, 세계챔피언 탈환 가능성 높은 이유

기사입력 2012.12.10 07:07 / 기사수정 2012.12.10 07:1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뱀파이어에 매혹된 여인은 황홀함과 동시에 처절한 고통을 느꼈다. 또한 격변의 역사 속에 참된 인간미를 찾아 헤맨 소녀는 자신의 슬픔을 성숙으로 승화시켰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김연아(22, 고려대)의 프로그램에는 늘 스토리가 있었다. 올 시즌 새롭게 들고 나온 '뱀파이어의 키스'와 '레미제라블'도 마찬가지였다. 음악에 맞춰 안무를 소화하는 것이 아닌 프로그램의 특징을 살려서 온전히 표현하려는 자세가 녹아있었다.

화려한 기술은 물론 풍부한 표현력까지 스며든 김연아의 프로그램은 차원이 달랐다. 그가 1년8개월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200점 고지를 넘어선 이유를 프로그램에서 찾을 수 있었다. 2011 러시아 모스크바 세계선수권과 비교해 한층 강해져서 돌아온 김연아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위한 첫 출발을 순조롭게 마쳤다.

끝판왕의 준비 과정은 예사롭지 않았다

정재은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김연아가 훈련하는 모습을 꾸준하게 지켜봤다. NRW트로피를 앞두고 점프와 스핀 등을 모두 점검했는데 모두 이상이 없었다"며 "프로그램을 깨끗하게 연기한 적도 본적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완성된 상태라 문제가 없었는데 실전 대회 감각이 걱정이 됐다. 처음 쇼트프로그램을 연기하기 위해 링크에 들어올 때 긴장한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을 무리 없이 해냈다"고 평가했다.

김연아는 지난여름부터 롱프로그램인 레미제라블을 준비해왔다. 8월에 열린 아이스쇼가 끝난 뒤에는 쇼트프로그램인 뱀파이어의 키스를 연습했다. 12월에 열리는 국제대회 출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던 그는 체계적인 훈련과 관리를 통해 몸을 끌어올렸다.

지난 시즌 휴식을 취했지만 꾸준하게 스케이트를 탔다. 지난해에도 태릉실내아이스링크를 찾을 때 훈련을 마치고 링크를 빠져나오는 김연아를 종종 목격할 수 있었다. 여유로운 모습이 보였지만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늘 아이스링크를 떠나지 않았던 그는 올 시즌 훈련의 강도를 높였다. 또한 현역 복귀를 선언한 여름부터는 더욱 많은 땀을 흘렸다.



자신에게 주어진 훈련 시간을 꽉 채운 노력은 결실로 이어졌다. 김연아와 함께 훈련을 하는 후배들도 이러한 모습에 존경심을 나타냈다. 올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해진(15, 과천중)은 "(김)연아 언니를 옆에서 지켜보면 대단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점프면 점프 스핀이면 스핀 모든 것이 대단하다. 예전과 비교해 전혀 녹슬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상당수의 피겨 관계자들도 김연아의 기량에 엄지손가락을 내밀었다. 준비 과정을 탄탄하게 마친 김연아는 1년8개월의 공백을 극복해냈다. 당초 NRW트로피에 출전하는 목표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최저 기술점수(쇼트프로그램 28점 프리스케이팅 48점)를 획득하기 위해서였다. 김연아는 이러한 기대를 뛰어넘어 개인통산 네 번째 200점 돌파(NRW트로피 201.61)는 물론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 점수를 수립했다. 여기에 역대 여자 싱글 예술점수(PCS) 최고점(종전 33.80 현재 34.85점)도 갈아치웠다.

하향 평준화된 여자 싱글에서 김연아의 위치는?

올 시즌 여자 싱글 최고 점수는 아사다 마오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수립한 196.80점이었다. 190점 고지를 넘어선 여자 싱글 선수는 아사다 마오와 애쉴리 와그너(21, 미국) 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연아의 점수가 얼마나 나올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김연아는 자신이 목표로 하는 점수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준비한 과정과 훈련 모습을 목격한 이들의 증언을 볼 때 200점에 가까운 점수가 가능할 것으로 점쳐졌다.

김연아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했다. 언제나 자신의 연기에 대해 '완벽함'을 추구해온 그는 현역 스케이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기를 보여줬다. 김연아의 전매특허 기술은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 콤비네이션 점프다. 트리플 러츠의 비거리와 높이가 워낙 좋기 때문에 후속 점프인 트리플 토룹의 완성도도 영향을 받는다.

정재은 이사는 "1년8개월이란 공백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점프가 좋았다. 한 시즌동안 휴식을 취하면서 어떻게 점프를 이렇게 구사할 수 있는지 놀라울 정도다"라고 밝혔다. 올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목에 건 아사다와 와그너도 트리플 러츠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한다. 또한 트리플 러츠와 플립이 들어간 3+3 점프를 뛰지 못하고 있다.

컴포넌트 점수에서도 김연아의 우월함은 여실히 증명된다. 뱀파이어의 키스와 레미제라블은 기술요소 사이사이에 다양한 안무가 배치되어 있다. 어느 한순간도 숨 쉴 틈 없이 기술을 구사하고 안무를 수행하는 김연아의 모습은 여전했다.

200점을 넘은 것은 물론 점프와 스핀 그리고 안무 등 모든 것이 예전과 다를 것이 없었다. 이러한 점을 볼 때 김연아는 현역 스케이터들 중 가장 높은 봉우리에 서 있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변수, 이긴다면 세계챔피언 탈환


김연아는 지난 200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 후 월드챔피언에 등극하지 못했지만 세계 정상에 설 좋은 기회를 맞이했다.

정재은 이사는 "NRW트로피는 작은 규모의 대회지만 실전 경험을 치르고 난 뒤 세계선수권에 나가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이번 NRW트로피에서 많은 수확을 얻었지만 그 중 하나는 세계선수권을 대비해 실전 감각을 익혔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김연아는 실전 대회 감각이 문제가 됐음을 털어놓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세계선수권을 대비할 좋은 과정을 거쳤다. 예전의 기량을 고스란히 유지했다는 점과 실전 대회 감각까지 익힌 것을 감안할 때 김연아의 세계챔피언 탈환 가능성은 매우 높다.

올 시즌 유일하게 200점을 넘어선 김연아의 가장 큰 적수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특별한 호적수가 없는 상황에서 자기 자신을 극복하면 세계챔피언 재등극의 꿈을 손에 잡을 수 있다.

[사진 = 김연아 ⓒ Gettyimages/멀티비츠]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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