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한국 남자배구에서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는 '전통의 라이벌'로 불린다. 프로배구 출범 뒤 우승트로피를 품에 안은 팀은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 두 팀에 불과하다.
삼성화재는 7번 정상에 등극하면서 국내 남자배구의 '지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화재가 두 번 준우승에 머물렀을 때 정상에서 미소 지은 팀이 현대캐피탈이다. 어느덧 '노장 군단'이 된 현대캐피탈은 6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우승을 위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산이 바로 삼성화재다. 이들의 통산상대전적을 보면 '라이벌'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진다. 최근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우위를 보인 삼성화재는 33승17패로 앞서있다.
올 시즌 1라운드에서 처음으로 만난 두 팀의 경기는 삼성화재의 3-1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시즌 개막 뒤 7연승 행진을 달린 삼성화재는 8연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연승의 마침표를 찍게 한 팀은 다름 아닌 현대캐피탈이었다. 대한항공과 LIG손해보험이 급부상한 상황에서 이들의 치열한 경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돋보인 집중력과 높이의 장악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의 경기는 늘 접전 속에 진행된다. 그러나 중요한 고비처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는 쪽은 늘 삼성화재였다. 승리에 대한 염원과 위기 극복 능력이 뛰어난 삼성화재는 승부처에서 현대캐피탈을 제치고 먼저 25점 고지에 다다랐다.
지긋지긋한 '삼성화재 징크스'를 털어내기 위해 현대캐피탈은 코트에 몰입했다. 지난 2일 열린 두 팀의 경기에서 삼성화재는 33개의 실책을 범했다.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범실 싸움이 승패를 좌우하는데 평소에 잘 나오지 않던 범실이 많이 나왔다. 이 점이 패인으로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팀의 장점인 블로킹이 살아난 현대캐피탈은 수비도 위력을 발휘했다. 삼성화재의 새로운 해결사 레오는 홀로 46득점을 쓸어 담았지만 15개의 실책도 범했다. 반면 현대캐피탈의 가스파리니(23점)와 문성민(22점)은 서로 45점을 합작하면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신치용 감독은 "레오는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은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는 국내 선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이 주효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1라운드에서 현대캐피탈은 팀의 장점인 높이를 살리지 못하고 무너졌다. 하지만 2라운드 경기에서는 12-9로 블로킹 싸움에서 근소한 우위를 보이며 높이를 장악했다. 이러한 결과는 아슬아슬한 승리로 이어졌다.
승부의 흐름을 바꾼 문성민의 서브 득점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2라운드 경기에서 문성민은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는 서브에이스를 기록했다. 특히 5세트에서 터진 서브에이스는 승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나침반이 됐다. 문성민의 서브 득점이 터진 뒤 현대캐피탈은 리드를 지키며 5세트를 마무리 지었다.
문성민의 4개의 서브에이스를 꽂아 넣으며 삼성화재의 사기를 떨어트렸다. 적재적소에 터진 문성민의 서브 득점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중요한 매개체가 됐다.
권영민- 최태웅 콤비의 적절한 경기 운영
현대캐피탈의 가장 큰 장점은 최태웅과 권영민이라는 국가대표급 세터를 두 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점이다. 김호철 러시앤캐시 감독은 미디어 데이에서 우승후보로 현대캐피탈을 지목했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은 국내 최고의 세터인 최태웅과 권영민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하 감독은 "주전 세터로 권영민을 투입했는데 흥분하는 모습이 보여서 바꿔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중반부터 최태웅을 내보냈는데 잘해준 것 같다"며 "두 세터는 차이점이 있는데 권영민은 빠른 토스를 구사한다. 최태웅은 권영민 만큼 빠른 토스를 구사하지 않지만 팀의 조직력을 살리는 경기운영을 펼친다"고 말했다.
스타일이 다른 두 명의 세터가 번갈아 출전하는 전략은 이번 경기에서도 재미를 봤다. 권영민의 빠른 스타일이 진행된 후 최태웅의 노련한 경기 운영이 펼친 현대캐피탈은 2세트와 4세트를 따내며 승부를 최종 5세트로 가져갔다.
최태웅은 문성민과 가스파리니 그리고 센터인 이선규를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세 선수가 고르게 득점을 올린 현대캐피탈은 최후에 웃는 자가 됐다. 2라운드에서 대한항공과 삼성화재를 모두 잡은 현대캐피탈은 연승 행진을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사진 = 현대캐피탈 (C) 현대캐피탈 구단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