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그동안 엑스포츠뉴스에 배구 칼럼을 기고했던 김호철 감독이 러시앤캐시 사령탑으로 부임함에 따라 신진식 홍익대학교 감독이 이번 회부터 새 필진을 맡게 됐습니다. 신진식 감독은 홍익대학교의 협조에 따라 배구계의 여러 현안에 대한 객관적 비판을 약속했습니다.
이란 배구가 몰라보게 성장했다. 한국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했고 아시아 배구의 판도까지 뒤흔들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내 기억 속 저편의 이란은 팀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조직력이 형편없었다. 수차례 이란 원정을 다녔지만 경기력적으로 한국을 위협했던 기억은 없다. 대체 이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란 원정에 대한 특별한 기억이 있다. 대략 5,000여 명의 체육관이 남성 관중들과 어린 아이들로 가득찼다. 아이들은 저마다 아빠 손을 잡고 경기장을 뚫어져라 쳐다봤고 이들의 발 구르는 소리에 체육관은 떠나갈 듯했다. 배구에 대한 열기가 그 어느 나라보다 뜨거웠다. 경기가 끝난 뒤 지인에게 들은 얘기는 의외였다. 축구 인기가 높은 다른 중동 지역과 달리 이란에서 가장 인기 많은 스포츠가 바로 배구라는 것이다.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뒷골목에서는 배구공을 갖고 노는 어린 아이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마치 브라질 뒷골목의 어린 아이들이 축구공을 갖고 노는 것처럼 이란의 아이들은 차세대 거포를 꿈꾸며 배구 놀이에 열중했다. 협회 차원의 뒷받침이 있었다. 이란은 이미 20년 전부터 유소년 대회를 적극 유치하며 배구를 국기로 삼겠다는 정책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때 알았어야 했다. 테헤란 뒷골목에서 배구놀이를 하는 이란의 아이들이 한국배구에는 적색경보였다는 것을. 이란 배구의 성장이 한국에는 치명타가 됐다. 기존 아시아 배구의 판도를 한중일이 주름잡았다면 지금은 한국 대신 이란을 포함시키는 대외적인 시각이 많다. 한국 남자배구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12년 동안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미안한 얘기지만 한국 배구계의 현실을 보고 있노라면 더 암울하다. 이른바 배구를 배우려는 아이들이 없다. 지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아이들을 훌륭한 운동선수로 키우려는 학부모들은 많다. 아이들의 해외유학을 추진할 정도로 열성적인 학부모들도 많다. 문제는 이러한 종목이 야구, 축구, 골프 종목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배구는 없다. 한국 배구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사진 = 2011년 국제대회 참가 후 자국민의 따뜻한 입국 환영을 받은 이란 대표팀 ⓒ 이란배구협회 ]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