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박주호에게 봄날이 찾아올까?
스위스 FC바젤에서 활약하고 있는 박주호에게 변화가 생겼다. 팀의 개편 속에 전환점을 맞이했다. 감독이 바뀌었고 자연스레 팀의 색깔도 달라졌다.
이 가운데 박주호의 미래에 '야누스의 얼굴'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변화가 박주호에겐 반가울 수도, 반갑지 않을 수도 있다. 장단점이 있다. 새로이 지휘봉을 잡은 무라트 야킨 감독과 함께 박주호가 어떤 인연을 만들어 갈 지 관심이 집중된다.
유로파 출전한 박주호, 아쉬움 속 '문제의 45분'
박주호와 바젤은 과감한 변화를 택했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털고자 선택한 방책이었다.
지난 시즌 토르스텐 핑크 감독에 이어 사령탑에 올랐던 하이코 포겔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이유는 다름 아닌 성적 부진. 지난 시즌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인 포겔 감독이었지만 올해는 달랐다. CFR클루이에게 패해 챔스 진출에 실패하더니 유로파리그에서도 2무승부로 부진했다. 리그에선 4위를 기록하며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무라트 야킨이 구세주로 나섰다. 스위스 국가대표 출신 하칸 야킨의 형으로도 잘 알려진 야킨 감독은 현역시절 바젤 소속으로 114경기에 나서 26골을 넣은 레전드다. 지난 시즌엔 FC루체른을 이끌고 스위스 리그 2위에 올려놓으며 눈길을 끈 바 있다.
야킨 감독 체제에서 맞는 두 번째 경기에서 박주호는 선발 출장했다.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비데오튼과의 유로파리그 원정 경기에 박주호는 야킨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새 감독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을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경기는 마음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다. 왼쪽 수비수로 출전한 박주호는 수비에 치중하며 비데오튼의 오른쪽 공격을 봉쇄하는 임무를 맡았다.
수비가 불안했다. A매치 차출과 컨디션 저하 등의 탓도 컸다. 경기내내 부지런히 터치라인 부근을 오갔지만 바젤은 늘 박주호가 포진한 왼쪽에서 탈이 났다. 두 번의 실점 모두 왼쪽에서부터 시작됐다.
박주호는 몇차례 좋은 움직임을 보였다. 전반 10분 원터치 패스로 왼쪽 빈 공간으로 정확하게 연결하는 등 측면 공격의 시발점이 됐다. 전반 22분 적극적인 몸싸움으로 상대의 공을 빼앗으며 수비에도 열심이었다. 이러한 노력들은 결실로 맺지 못했다. 박주호는 전반 45분동안 불안점을 노출하며 결국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아웃됐다.
새로운 야킨 감독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자 했던 박주호로선 아쉬운 순간들이었다.
야킨 감독의 전술, 박주호에게 '날개' 달아줄까
유로파리그에서의 아쉬운 활약으로 박주호에겐 주전경쟁이란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포겔 감독의 지도하에 신임을 얻으며 왼쪽 주전 수비수로 활약했던 지난날과 달리 새로이 야킨 감독 체제 아래 다시 시작해야 하는 부담도 생겼다.
장밋빛 미래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오히려 야킨 감독의 전술은 박주호의 장점과 부합되는 점이 많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부임 이후 두 차례 경기를 펼친 야킨 감독의 전술의 핵심은 측면이다. 좌우 측면 돌파와 크로스를 이용한 공격 전술을 시도했다. 지난 비데오튼과의 유로파리그에서도 그랬다. 좌우 풀백들과 측면 미드필더들 간의 연계 플레이가 자주 시도됐다. 측면에서의 간결한 패스 플레이이후 이어지는 크로스나 패스들을 최전방 스트렐러가 해결하고자 했다.
이에 대해 주변에선 지나치게 단조로운 공격이란 비판이 오갔다. 결과 역시 패배로 효과가 좋지 않았다. 반면 박주호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전술이다. 박주호의 적극적인 공격가담과 크로스 능력을 빛낼 수 있는 방법이다.
야킨 감독 역시 박주호의 능력을 활용코자 했다. 비데오튼과의 경기 전 훈련에서 박주호에게 크로스 연습을 중점적으로 요구하는 등 박주호 효과를 노렸다. 비록 경기 중엔 제대로 구현되진 않았지만 야킨 감독의 구상 속에 박주호가 존재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야킨 감독의 측면 전술이 박주호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컨디션 회복과 함께 이번에 보였던 탄탄한 수비력과 날카로운 오버래핑 등 장점을 보인다면 야킨 감독의 전술에도 활기를 넣어 줄 것으로 보인다.
비데오튼에 패한 바젤은 오는 29일 FC취리히와 리그 원정경기를 펼친다. 박주호 역시 분위기 쇄신과 함께 '야심(야킨 감독의 마음) 잡기'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사진=박주호 (C) FC바젤 공식 홈페이지 ]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