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영종도, 조영준 기자] '슈퍼 땅콩'의 마지막 샷은 아름다웠다. 18번홀에서 김미현(35, KT)이 마지막 퍼트를 때리자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갤러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정든 필드를 떠나야하는 현실이 아쉬웠던지 김미현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김미현은 박세리(35, KDB금융그룹), 박지은(35) 등과 함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1세대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13년이라는 세월동안 세계 각국을 다니며 한국 골프의 발전을 위해 뛴 그의 여정은 종착역에 도착했다.
김미현은 21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바다코스(파72·6천364야드)에서 열린 대회 LPGA 하나·외환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를 마쳤다. 최종합계 8오버파 224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62위에 머물렀다. 비록 은퇴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남기지 못했지만 후회없는 샷을 펼치며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라운드를 모두 마친 김미현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대회를 앞두고 몸이 썩 좋지 못했다. 제대로 칠 수 있을지 몰랐는데 3라운드를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은퇴하는 기념으로 좋은 대회에 추청해주신 하나·외환 관계자분들과 LPGA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퍼트를 때릴 때의 느낌에 대해서는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지막 퍼팅을 할 때도 이게 마지막인지 실감이 안 느껴졌다. 그런데 동료들이 나보다 더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다. 또한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니 정말 '이제는 은퇴를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온다"고 말했다.
LPGA 초창기 주역인 김미현이 떠남에 따라 이제 남은 골퍼는 박세리 밖에 없다. 박지은에 이어 은퇴를 선언한 김미현은 "(박)지은이는 지금 결혼 준비로 매우 바쁘다. 아마 결혼식 때 만날 것 같다. 이제 (박)세리 밖에 남지 않았는데 맏언니의 역할을 잘 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선수 생활을 마감한 김미현은 지도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미현은 "내가 처음 미국에 건너갈 때는 골프 밖에 몰랐다. 하지만 미국에 적응하려면 언어적인 부분이 갖춰져야 한다. 어학 공부를 열심히 하라는 말은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다"며 "아마추어 때나 프로나 그리고 성공했을 때는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점이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고 덧붙었다.
[사진 = 김미현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