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임지연 기자] 일반적으로 원작이 있는 드라마는 까다로운 원작 팬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4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이하 '아그대') 역시 그러했다. 이 드라마는 5%의 평균 시청률을 유지하더니 최종회도 시청률 5.2%를 기록하며 마침표를 찍었다.
애초에 ‘아그대’는 두 주인공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정극 연기에 처음 도전하는 민호와 설리, 두 아이돌의 도전에 '잘 해낼 수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두 사람은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도 '아름다운 그대에게'가 저조한 성적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주인공들의 감정 선을 제대로 잡는데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또 일회성 에피소드를 자주 등장시킴으로써 스토리의 흐름이 끊겨, 극의 몰입도를 유지하기가 힘들었다. 그 결과 일관된 스토리를 갖춘 미니시리즈 보다는 '청춘 시트콤'과 같았다.
극 중 설리는 두 남자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들의 애정공세에도 자신의 마음이 누구를 향하는지 드러내지 않은 채 극의 후반까지 흘러갔다. 그 결과 민호와 이현우 사이 놓인 설리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설리 캐릭터는 어장 관리하는 소녀인가"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이는 설리의 감정 변화를 친절하게 보여주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설리는 민호를 짝사랑해서 한국에 온 것이 아니라 우상인 민호가 높이뛰기를 다시 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국에 온 것이었다. 따라서 설리의 감정이 사랑이기 보다 우정에 가까웠다. 그렇기 때문에 민호와 설리 사이에 로맨스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설리의 감정 변화가 구체적으로 그려졌어야 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미약했던 것이다.
설리가 여자인 사실이 탄로 나는 과정도 그렇다. 뜬금없이 설리와 민호가 재학 중인 '지니체고' 학생들은 "우리 학교에 여자가 있대"라며 수군거린다. 왜 그런 소문이 퍼지는지 알려주지 않은 채 학생들의 수군거림은 확대되고 취재를 하던 기자 귀에도 그 가십이 들어간다. 많은 학생들이 설리가 여자인지 확인하려 노력했음에도 설리는 번번이 민호와 이현우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결국 설리는 가슴을 동여맨 붕대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길에 쓰러짐으로서 여자라는사실이 탄로 난다. 이 과정이 너무 급작스러운 것이다.
'아그대'를 각색한 이영철 작가는 인기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집필한 작가다. 시트콤 전문 작가라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카메오를 자주 등장시키고 시트콤 특유의 일회성 에피소드들을 자주 끼워넣었다. 이런 장치는 시트콤과 같은 잔재미를 주는 데는 성공했을지는 모른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남녀 주인공에게 감정을 이입하기에는 적절치 않았다.
결국 아쉽게도 '아그대'는 신인 연기자들의 노력과 열정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가혹할 만큼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막을 내리고 말았다.
한편 '아그대' 후속으로 지성, 지진희, 송창의, 김소연, 이윤지 주연의 새 수목드라마 '대풍수'가 방송된다. 10일 첫 방송.
임지연 기자 jylim@xportsnews.com
[사진='아름다운 그대에게' 설리, 민호 ⓒ SBS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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