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분위기가 참 아이러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연승행진에도 웃지 못하고 있다. 리그 개막전에서 에버튼에 덜미를 잡힌 이후 4연승을 달려, 이제는 웃을 법도 하지만 매 경기 쓰디슨 미소만 짓고 있다.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바로 경기력. 지난 시즌에 비해 맨유답지 못한 경기력으로 혹평 받고 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조차 씁쓸해 한다. 지난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2-1 역전승을 거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난 우리의 경기력에 대해 실망스럽다"며 불만족을 표했다.
스콜스의 활약에 울고 웃는 맨유
맨유 경기력의 아킬레스건은 바로 중원이다. 풍부해진 공격진에 비해 미드필더진은 허약하기 그지없다. 이로 인해 중원 장악력도 약해졌다. 매 시즌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펼쳤던, 이전의 모습과 달리 올해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폴 스콜스와 관련된 승리공식이 눈길을 끈다. 스콜스가 출전하면 맨유는 늘 결과에서 웃었다. 승리 공식은 희소식보단 비보에 가깝다. 스콜스 출전과 승점 획득이 동반되고 있는 '위험한 승리공식' 속에서 맨유는 이번 시즌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스콜스 출전여부는 이제 맨유 경기의 중요 승부처가 됐다. 이번 시즌 맨유에게 있어서 스콜스의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스콜스는 이번 시즌 4경기에 출전해 1골을 기록했다. 마루앙 펠라이니를 상대한 에버튼전을 제외하면 존재감은 가히 빛났다.
특히 지난 사우스햄튼전은 압권이었다. 팀이 1-2로 뒤지고 있던 후반 16분 스콜스가 교체 투입됐다. 게속된 사우스햄튼의 역습에 맥을 못추자 히든카드로 스콜스를 선택한 것이다. 스콜스 투입이후 분위기는 반전됐다. 이후부터 맨유의 패스플레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흐름을 탄 맨유는 결국 3-2 역전승을 거두며 패배 위기에서 벗어났다.
선발 출전한 위건전도 스콜스의 존재감은 여전했다. 후반 6분 선제골을 기록하는 등 스콜스의 활약 속에 맨유는 비교적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리버풀과의 라이벌전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가 풀리지 않자 퍼거슨 감독이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는 단연 스콜스였다. 스콜스는 후반 시작과 동시에 그라운드에 나서 팀의 2-1 역전승에 기여했다.
스콜스가 출전한 경기에서 맨유는 3승 1패를 거뒀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경기흐름이었다. 스콜스 투입이후 맨유의 중원은 힘을 얻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곧 팀의 파강공세로 이어졌고 '스콜스 출전=팀 승리'라는 공식이 성립하게 됐다.
스콜스 중심의 시즌구상, 맨유에게 독될까
이러한 존재감에 퍼거슨도 스콜스 카드 활용도가 높아졌다. 수세에 몰릴 때 어김없이 찾는 것이 바로 스콜스다. 문제는 늘 스콜스가 없을때 찾아온다. 이번시즌 4-2-3-1 전형을 운영하고 있는 맨유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 명 세우는 '더블 볼란치' 형태 자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이 허술하다. 특히 톰 클레버리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저조해 보인다. 마이클 캐릭 역시 분전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스콜스 투입이후에도 수비에선 여전히 약세다. 대신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의 정확도가 높아지면서 공격력이 살아나는 모습이다.
이는 모두 시즌을 앞두고 개편된 전형상의 문제때문이다. 당초 퍼거슨 감독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스콜스를 중추로 한 포메이션을 구상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프리시즌 경기들에서 이는 잘 드러났다. 스콜스가 맡은 포지션은 바로 수비형 미드필더. 주로 후방에서 수비라인을 지휘하고 공수를 조율했다. 마치 유로2012의 안드레아 피를로를 연상케 했다. 스콜스는 두 번의 경기에서 모두 중원의 구심점으로 활약했다.
이를 바탕으로 맨유는 4-1-3-2에 가까운 전형을 주로 활용했다. 시즌이 시작된 이후에는 안정된 공수 밸런스를 위해 4-2-3-1 포메이션을 선호하지만 공격시엔 4-1-3-2 전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스콜스의 선발 출전여부는 매우 중요해졌다. 이번 시즌 맨유는 공격자원을 대거 영입했다. 강력한 공격진이 완성됐다. 지난 시즌 득점왕 로빈 반 페르시가 왔고 카가와 신지와 기존의 웨인 루니 등이 조합을 이룬다. 하지만 이들 공격의 시발점은 스콜스다. 경기를 운영해야 할 스콜스가 결장할 경우 대체자가 마땅치 않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퍼거슨 감독은 스콜스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짜 걱정은 스콜스가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느냐의 여부다. 37살의 노장 스콜스는 매 경기를 소화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를 감안하면 맨유로선 대책이 필요하다. 스콜스의 대체자 급구 등 중원 강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보인다.
[사진=폴 스콜스 (C) 더선 홈페이지]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