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영민 기자] 넥센 히어로즈가 김시진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넥센은 지난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시진 감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 감독은 넥센의 전신인 현대 유니콘스의 마지막 감독이자 히어로즈 창단 이듬해인 2009년부터 올 시즌까지 4년간 팀을 이끌었다. 한편 넥센 구단은 이번 김 감독 경질 사유로 '팀 체질 개선'과 '성적 부진'을 들었다.
김시진 감독 부임 이후 넥센은 '현금 트레이드' 파동을 일으키며 프로야구판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다. 넥센은 올 시즌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는 장원삼(삼성)을 포함, 이현승(두산), 마일영, 송신영(이상 한화), 황재균, 고원준(이상 롯데) 등을 다른 팀에 트레이드했다. 팀 주장인 이택근도 2년 간 LG에서 뛰고 자유계약선수(FA)로 넥센에 복귀했다. 정상적인 팀 전력이 갖춰졌을 리 없다.
팀의 수장이었던 김 감독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핵심 선수들이 팔려가도 팀 존속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특유의 온화한 리더십으로 빠르게 팀을 추슬렀다. 지난 겨울 넥센은 이택근과 김병현을 영입하며 투자에 박차를 가했다. 넥센은 이 영입으로 많은 언론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고 이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어느 정도는 긍정적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비록 이미지는 좋아졌지만 올 시즌 시작은 암울했다. 넥센의 용병은 지난 시즌 무릎 부상으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한 브랜든 나이트와 시범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앤디 밴 헤켄이었다. 타선에는 국가대표 유격수 강정호와 FA 이택근을 제외하면 확실히 믿을만한 선수는 없었다. 게다가 김민성은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송지만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넥센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시즌 초반 강정호는 홈런 선두를 질주했고 '차세대 거포' 타이틀만 달고 있던 박병호는 주자만 나가면 타점을 쓸어담았다. 여기에 김민성 대신 2루수로 출장한 신고선수 출신 서건창은 30도루까지 성공하며 팀의 핵심이 됐다.
그럼에도 올 시즌 넥센은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박병호, 서건창에게 꾸준한 출장기회를 보장하며 MVP, 신인왕 유력 후보로 키워냈다.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외에도 많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이며 올해보다는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끔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2013 시즌을 맞아보지도 못한 채 경질됐다. 많은 야구인들과 팬들은 이를 100% 이해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구단 내부의 다른 이유가 있다면 몰라도 김 감독이 성적부진을 이유로 퇴진할 상황은 아니었다고 보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올 시즌 시작 전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넥센을 하위권으로 분류했다. 그만큼 객관적인 전력은 약했던 것이다.
물론 김 감독의 지도력에 대해 투수 육성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타선 운영이 아쉬웠다는 일각의 평가도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임은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넥센이 김 감독에게 성적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에는 의구심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사진=김시진 감독 ⓒ 엑스포츠뉴스 DB]
김영민 기자 sexydubu0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