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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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벡과도 비긴 한국, '원정 울렁증' 심상치 않다

기사입력 2012.09.12 09:41 / 기사수정 2012.09.12 09:47

김형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병은 늘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작은 감기부터 큰 병까지 그 발병은 늘 예기치 않다. 한국축구대표팀도 예상치 못했던 심리적 질병에 사로잡힌 모습이다.

한국의 원정 울렁증이 심상치 않다. 월드컵 3차예선때부터 시작된 이 울렁증은 서서히 그 상태가 심각해지고 있는 분위기다. 우즈벡전에 이어 이란 원정이란, 험난한 고비를 한번 더 넘겨야 하는 최강희호 입장에선 울렁증 극복이 시급해 보인다.

잔디부터 열성적인 홈 관중까지, '기 죽었던' 한국

한국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우즈벡과 2-2무승부를 거뒀다. 3연승과 함께 브라질행 티켓을 향한 순항을 이어가고자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타슈켄트에서 열린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다소 고전했다. 승점 3점에 대한 의지를 불태운 우즈벡에 기선싸움에서 열세를 보이며 힘든 경기를 펼쳤다.

이날 한국의 적은 우즈벡 선수들만은 아니었다. 잔디와 경기장에 운집한 3만 5천명에 이르는 홈 관중들의 열광적인 응원도 있었다.

잔디는 미끄러웠고 한국의 패스를 방해했다. 경기초반부터 중원 장악을 통해 주도권을 가져오려 했던 한국으로선 복병을 만난 것. 경기내내 익숙치 않은 잔디 상황으로 잦은 패스미스를 범하며 많은 득점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홈 관중들의 야유와 응원 역시 한국 선수들의 기를 죽였다. 경기장에 모인 우즈벡 홈 팬들은 90분 동안 열광적인 응원으로 우즈벡 선수들의 기를 살렸다. 경기장이 울릴 듯한 함성과 응원전에 한국 선수들로선 주늑들 수 밖에 없었다.

기세가 오른 우즈벡은 경기 초반부터 거세게 밀어붙였다. 선제골은 우즈벡의 기를 더욱 살려줬다. 전반 12분 코너킥 상황에서 제파로프가 올린 공을 기성용이 머리로 걷어내려다 자책골을 범하고 말았다.

이후부터 흐름을 빼앗긴 한국은 분위기 반전을 위해 애썼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승점 3점이 반드시 필요했던 우즈벡의 공세를 막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결국 천신만고 끝에 어렵사리 역전까지 성공했지만 또 한번 코너킥에서 아쉬운 동점골을 내주면서 승점 1점에 만족해야 했다.

잇다른 원정에서의 고전, 문제 있다

한국은 또 다시 원정에서 혼쭐이 났다. 승점 1점이란 결과는 나쁘지 않았지만 경기내용에선 만족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원정에서의 고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의 원정울렁증은 이미 지난 월드컵 3차예선때부터 시작됐다. 이전에도 이란 원정에 대한 부담 등 원정경기에 대한 우려는 종종 있었지만 최근들어 그 정도가 심해졌다.

한국은 지난해 9월 쿠웨이트 원정에서 고전 끝에 1-1 무승부를 거뒀다. 당시 발빠른 쿠웨이트의 측면 공격에 허술함을 보이며 승점 1점밖에 챙기지 못했다. 레바논에서의 참패는 깊은 상처로 남았다. 지난해 11월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열린 월드컵 3차예선에서 1-2로 패해 감독이 경질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이어 최종예선에 오른 한국은 어려운 원정경기들을 잘 이겨내며 울렁증에서 탈피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우즈벡 원정을 계기로 다시 원정 울렁증이 다시 도질 위험에 처했다. 여기에 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이란 원정까지 앞둬 그 우려는 더욱 크다.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권 축구 수준의 신장과 관련 있어 보인다. 최근들어 중동과 중앙 아시아권 나라들의 축구수준이 신장됐다. 기존의 한국과 일본, 호주 등 강호들도 쉽게 얕볼 상대들이 없어졌다. 지난 2011 아시안컵 이후 실력 평준화의 조짐이 일었다.

이에 따라 다크호스들의 반격이 거세졌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홈에선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이기까지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과 일본 등 강호들을 향했다. 다크호스들과의 원정경기는 한국에게 결과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는 경기가 됐다. 호주가 B조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최근 달라진 아시아 축구의 분위기를 잘 대변해준다.

우즈벡과 아쉬운 무승부를 거둔 한국은 다음달 이란 원정을 떠난다. 좋지 않은 추억이 많았던 이란과의 일전은 한국으로선 큰 부담이다. 우즈벡 원정에서 승점 1점밖에 챙기지 못하면서 그 부담은 더욱 커졌다.

이 가운데 과연 최강희호가 난적 이란을 잠재우고 원정 울렁증까지 털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축구대표팀 (C) 엑스포츠뉴스 DB]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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