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이준학 기자] 한국영화 최초로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함으로써 또 다시 세계가 한국영화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국제영화제(베니스, 칸, 베를린)에서 최고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영화가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것은 1961년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베를린영화제 특별은곰상이 처음이다. 이후 임권택, 이창동, 박찬욱 감독과 김기덕, 홍상수 감독이 그 뒤를 이었다.
이번 수상을 계기로 김 감독의 영화세계와 홍상수 감독의 영화세계를 비교해 본다. 두 감독은 양극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서로 다른 색채의 영화세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갑인데다 데뷔시기도 같은 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꾸준히 주목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김기덕과 홍상수, 두 감독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보자.
동갑내기에 데뷔연도도 같아…저예산으로, 1년 평균 한 편을 제작하는 다산성
김기덕과 홍상수 감독,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사람은 1960년생으로 동갑이다. 또한 데뷔 연도까지 같다. 김 감독은 1996년 '악어'로, 홍 감독은 같은 해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입봉'했다.
<표 참조>
해외영화제에서 유독 많은 '콜'을 받는 화려한 이력에서도 둘은 닮았다.
김 감독은 1996년 첫 번째 영화인 '악어'로 스웨덴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을 시작으로 1998년 '파란대문'이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 개막작에, 1999년 '섬'이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되는 등 국제영화제에 계속해서 이름을 알렸다.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감독상), '빈집'으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은사자상(감독상)을 수상한 김 감독은 3년의 공백기 이후 연출한 열일곱 번째 영화 '아리랑'이 2011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하는 등 매번 연출하는 영화마다 국제영화제에 초청됐다.
홍 감독은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밴쿠버영화제 용호상을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1998년 '강원도의 힘'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되며 국제영화제와의 인연을 이어갔다. 이후 홍 감독은 올해 '다른 나라에서'까지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총 여덟 번이나 칸영화제에 나서는 등 국제영화제의 단골로 이름을 알렸다.
또한, 두 사람은 다작 감독이면서 저예산으로 예술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김 감독은 '악어' 이후 '피에타'까지 열여덟 편을 만들어 1년에 평균 한 편이 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홍 감독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이후 '다른 나라에서'까지 열여섯 편(중편 포함)의 영화를 만들었다.
제작비에서도 김 감독의 '피에타'는 순수제작비가 1억 5천만원(홍보 마케팅비 7억원이 포함된 총제작비 8억 5천만원)이 들었고, 홍 감독의 열두 번째 영화인 '북촌방향' 역시 제작비가 2억원을 넘지 않았다.
중산층과 하층민, 위선과 위악…극단적으로 다른 영화세계…칸의 남자 vs 베니스의 남자
이러한 공통점이 많은 두 감독은 이력이나 다루는 영화주제면에서는 판이한 모습을 보인다.
우선 두 감독이 만들어낸 영화의 등장인물을 살펴보면 김 감독은 몸 파는 여자, 건달 등 사회의 어두운 면에 있는 인물들이 주로 등장하한다. 김 감독은 이들 하층민들의 위악적인 행동과 폭력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도 이를 통해 죄와 벌, 구원이라는 주제를 자신의 영화세계로 삼고 있다.
반면 홍 감독의 영화에는 영화감독, 교수, 작가 등 소위 지식인으로 불리는 인물들이 주로 나온다. 홍 감독을 이들 중산층 지식인들의 위선적인 행동과 허위의식을 드러냄으로써 삶의 아이러니를 표출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의 상이한 영화세계만큼이나 평단의 반응도 대조적이다. 홍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는 작품이 발표될 때마다 거의 예외없이 영화평론가나 기자들이 엄지를 치켜올리면 찬사를 표하지만, 김 감독의 영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호오가 분명하게 갈리고 있다. 특히 김 감독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에 대한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장면 때문에 여성학자들이나 페미니스트들은 매우 불쾌하고 혐오스러운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두 사람의 영화적인 세계와 주제가 판이하게 다른 까닭은 두 감독이 걸어온 서로 다른 삶의 궤적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김 감독의 최종학력은 초졸. 가난으로 인해 학업을 계속할 수 없던 김 감독은 이후 해병대 부사관으로 5년여를 복무했고, 30세 때 무작정 떠난 프랑스에서 난생처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이후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우게 됐다.
이에 반해 홍 감독은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중퇴하고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교를 졸업하고 시카고 예술연구원에서 예술학 석사를 받아 김 감독과는 달리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고 할 수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두 감독의 주 무대 또한 다르다.
김 감독은 베니스영화제와 각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다. 김 감독이 2000년 '섬', 2001년 '수취인 불명', 2004년 '빈집', 2012년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다. 여기에는 알베르토 바르베라 집행위원장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베니스영화제 집행위원이었던 바르베라는 2000년 '섬'을 공식 초청해 세계영화계에 김기덕이라는 이름을 알렸다. 이어 김 감독은 '빈집'으로 베를린영화제 은사자상을 수상했고, 바르베라가 집행위원장이 된 2012년 베니스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거머쥐게 됐던 것이다.
홍 감독은 1998년 칸국제영화제에 처음 인연을 맺은 이후 '오! 수정',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하하하', '북촌방향', '다른 나라에서'까지 총 여덟 번 칸에 초청되었으며, 이 가운데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세 번이나 수상한 이른바 '칸의 남자'이다.
아무튼 서로 양극단에 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색깔의 차이가 분명한 두 감독의 영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고 바람직하다. 한국영화계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개성과 고집대로 영화를 만드는 두 감독이 앞으로도 꾸준히 작품 활동을 계속해 한국영화계가 더욱 발전해 갈 수 있는 주춧돌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럴 때 두 사람을 잇는 후배 감독들이 이번과 같은 낭보를 계속해서 보내오면서 우리를 행복하게 해 줄 것이다.
이준학 기자 junhak@xportsnews.com
[사진 = 김기덕, 홍상수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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