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저 어떤 것 같아요? 방송이랑 똑같죠?"
'아이돌 천하'인 가요계에 반가운 얼굴 '춘자'가 돌아왔다. 늘 파격적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던 춘자는 '이단아'도, 다가가기 힘든 '무뚝뚝한' 성격의 소유자도 아니었다.
"절 처음에 보면 사람들이 말도 못 걸어요. 생각했던 것보다 나를 어렵게 봤던 거죠. 그런데 지금 보면 아시잖아요. 천연덕스럽고. 이게 제 모습이에요"
가수 춘자는 방송에서 봤던 모습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털털했다. 편안한 차림이었지만 가까이에서 볼 때 훨씬 더 여성스런 외모가 돋보이던 그는 "평상시엔 항상 이렇게 다녀요. 최대한 자연스럽고 편하게 나를 보여주는 거니까. 그게 진짜 내 모습이잖아요" 라며 먼저 자신을 내려놓는다.
지난 7일 새 앨범 '오늘밤'을 발표하며 '놀 줄 아는 언니'의 귀환을 알린 춘자를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나를 모르는 사람이 많아졌단 건 그만큼 도전할 수 있다는 것
춘자는 '의도치 않았던' 4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다.
"2008년에 '부밍(Booming)'으로 활동할 때부터 목이 조금씩 아팠어요. 알고 보니 '성대낭종'(성대 점막 아래에 주머니 모양의 물혹이 생기는 병)에 걸렸던 거죠. 수술하기에는 위험이 커서 치료하면서 2년 쉬고, 나머지 시간은 틈틈이 운동도 하고 여행도 가고. 4년 동안 마냥 쉰 건 아니었어요"
무대에 서는 것을 '노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 그리고 그렇게 '놀면서' 돈을 버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아는 사람. 그런 춘자였기에 목이 아팠던 시간은 우울증 증세까지 올만큼 그에게 큰 스트레스였다.
"그리고 컴백을 하려니 부담스럽기만 했죠. 오랜만의 컴백이었고, 이제는 나를 모르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는 생각? 흔히 말하는 '멘붕(멘탈붕괴)' 정도가 아니라, 정말 어떻게 해야 하나 싶었어요"
그 사이 가요계에서는 수많은 가수들이 탄생했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음반시장이 돌아가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이 생겼다는 건 더 도전할 수 있다는 기분? 오히려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어요. 전에는 해야 될 것만 딱딱 했었다면, 지금은 신인 때보다 더 준비하고 노력하고. 실수하고 싶지 않으니까요"
무대에 대한 간절함은 '대중과 함께 하는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탄생한 곡이 신곡 '오늘밤'이다. '오늘밤'은 강한 일렉트로닉 비트 아래에서 반복되는 가사와 멜로디가 귀를 잡아끄는 신나는 노래다.
"이번 '오늘밤' 무대는 '춘자 피플'들과 함께 해요. DJ 한제이, 래퍼 남대표, 덩치, 저까지 네 명이죠. 다들 실력 있는 친구들이라 무대에서도 진짜 '노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릴 수 있을 거에요"
지난 2004년 1집 타이틀곡 '가슴이 예뻐야 여자다'를 부르던 춘자는 노래를 부르고 자신이 쓰던 '폭탄머리 가발'을 관객에게 던져 선물하는 등 화려한 퍼포먼스로 대중에게 각인된 바 있다.
이번 무대에서도 색다른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지 묻자 "보이시한 제 콘셉트 그대로 가려구요. 전에는 외모만 보이시하고 옷은 여성스럽게도 입고 그랬지만, 이젠 멋 부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는 모습, 꾸미지 않은 것 같지만 신경 쓴 무대. 그런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라고 얘기한다.
눈에 띄는 후배는 '에일리'…'인순이-이은미-신효범'처럼 되는 것이 꿈
요즘 눈에 띄는 후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춘자는 주저 없이 '에일리'를 선택했다.
"에일리가 노래를 참 잘 하더라구요. 또 '보이스 코리아'에 나왔던 친구들. 지세희는 제 후배인데, 예전에도 노래 정말 잘 한다고 생각했고, 손승연 역시 마찬가지구요. 아, 울랄라세션도 예전에 (언더에서) 저와 공연했던 사이에요. '슈스케'에 나온 걸 보고 '우승은 저 팀이다'라고 직감했죠. 제가 잘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정말 다 잘 돼서 기쁘네요(웃음)"
지난 2011년에는 '슈스케 2' 출신인 이보람이 초등학생 시절 춘자의 무대에서 '춘자걸'로 활동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진짜 '가수 후배'가 돼 돌아온 이들을 보는 춘자의 마음은 어땠을까.
"저는 시선이 예전에 멈춰있는데, 처음엔 신기하다가도 현실감이 들죠. 이 친구들과 같이 음악을 하려면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라는 생각?"
늘 자신이 '대중가요'를 하고 있는 가수라는 점을 잊지 않고 있는 춘자는 자신이 가야 할 길, 가고 싶은 길을 명확히 짚고 있었다.
"대중이 나에게 원했던 것이 무엇일까를 늘 생각했어요. 뻔하게 부르는 사랑노래는 하고 싶지 않은 거죠. 놀면서 같이 즐길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어요. 남녀노소 상관없이, 이번에는 오래오래 놀았으면 좋겠어요"
'가수' 춘자가 지향하는 목표점은 어디일까.
"인순이, 이은미, 신효범 선배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져요. '저 길을 내가 가야 하는데, 내가 그리는 그림이 저 분들의 모습인데' 이런 생각을 많이 하죠. 떠올리기만 해도 좋아요. 가끔씩 힘들어서 노래하기 싫다가도 그 분들을 보면 기운이 솟는다니까요"
오랜만에 돌아온 만큼 춘자는 활동에 대한 의지도 똑 부러지게 표현한다.
"아팠던 동안 정말 하고 싶었던 뮤지컬을 못했던 것이 많이 아쉬웠어요. 요즘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워낙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하니까, 뮤지컬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춘자'로서 할 수 있는 건 전부 해보고 싶습니다"
소극장은 놀기 어려우니 그보다 조금 크고 천장이 높은 극장을 빌려 신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유쾌하게 얘기하는 춘자는 진짜 제대로 '놀아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사진 ⓒ 가온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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