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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희 칼럼] '4강 환희' 女배구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기사입력 2012.08.31 17:10

조영준 기자


런던올림픽 4강 진출에 성공한 후배들이 마냥 자랑스럽다. 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했다면 더할 나위없었지만 36년 만에 올림픽 4강에 진입한 것이 얼마나 기특한 일인가.

12명의 선수 모두 잘해줬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칭찬하고 누구를 욕할 일이 아니다. 런던 하늘 아래에서 투혼을 펼친 12명의 후배들이 모두 고맙고 예쁘기만 하다.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과 맞붙은 것은 흥미진진했다. 만약 우리가 일본을 꺾고 동메달의 주인이 됐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작성됐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잖은가. 여기서 나는 우리의 한계점을 또다시 발견했다. 선수층이 두터웠다면 체력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12명의 선수들로만 모든 것을 준비했던 우리는 마지막 고지로 접어들면서 점점 힘이 떨어지고 있었다.

이번 런던올림픽 4강 진출의 성과는 모두가 이루어낸 것이다. 땀과 눈물을 쏟아 당초 목표였던 8강을 넘어섰지만 일본과의 패배로 인해 일부 선수들이 비난을 받은 점은 너무나 안타까웠다. 잘할 때는 크게 인식하지 못하면서 못할 때는 집중적으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는 것이 대중의 심리이거늘. 다행히 공항에서 많은 분들의 따뜻한 환호를 받고 입국한 후배들의 모습을 봤을 때 흐뭇했다. 비인기종목으로 떨어질 뻔했던 여자배구가 다시 인기종목으로 도약할 기회를 얻은 점도 매우 기뻤다.

올림픽 4강 진출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국제무대에서 크게 관심 받지 못한 한국이 제대로 인정을 받는 계기가 됐다. 또한 선수들도 드넓은 바다에서 항해를 하면서 크게 성장했다. 김희진(20, IBK기업은행)과 한송이(28, GS칼텍스)는 국제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김연경(24)은 세계적인 스타로 비상했다.



또한 우리 여자배구가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냈다. 좋은 선수들을 일찍부터 소집해 함께 훈련할 기회를 주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점이 이번 올림픽을 통해 증명됐다. 문제점인 선수층이 엷은 점을 극복해내려면 상비군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현실적으로 상비군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은 되지 못한다.

그러나 여자배구 발전을 위해서 이 부분은 반드시 이루어져야한다. 현재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마냥 '한 여름밤의 꿈'에 취해있을 것이 아니라 이 기회를 통해 몇 단계 도약할 계획이 있어야 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여자배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만들고 이들을 지원해줄 스폰을 찾는 일이 시급하다고 본다.

또한 런던올림픽을 통해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도 드러났다. 예전 한국여자배구가 고민했던 부분은 '높이'였다. 기본기와 체력 그리고 조직력은 뛰어났지만 신장이 작았던 점이 가장 큰 고민이었다. 하지만 높이가 어느 정도 갖춰지면서 이러한 고민은 해결되었다.

나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우리를 이긴 일본을 예로 들고 싶다. 일본은 평균 신장이 우리보다 훨씬 작은 팀이다. 높이와 파워도 없는 일본이 국제무대에서 선전할 수 있는 이유는 스피드와 기본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일본과의 경기에서 한 타임 빠른 타이밍 때문에 고전한다. 코트에서 한 걸음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스피드를 갖추려면 '기초체력'이 필요하다.

탄탄한 기초체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는다. 기본기는 당연히 우선돼야 하는 요소이고 여기에 서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는 조직력과 스피드가 갖춰져야한다.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 둘씩 완성한다면 한국 여자배구가 이룩한 신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나는 이번 기회를 발판삼아 국내리그도 변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선수의 존재는 필요하다. 다만 이러한 요소를 어떻게 활용하고 대처하느냐가 중요하다. 김연경이 함께 있으면 다른 선수들도 더욱 잘한다는 얘기가 있다. 특출한 실력의 선수가 같은 팀에 존재하면 나머지 선수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야 한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해낼 수 있는 풍토가 조성 되어야한다. 같은 팀원이 잘하면 나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더욱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그저 '해결사'의 역할에 의존해 자신의 역할을 인지하지 못하면 발전의 길을 걷지 못한다.

'4강 신화'가 선수는 물론 지도자와 배구인들이 목표치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한다. 나는 되도록 국제무대 경험을 자주 쌓는 것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국내 무대에만 안주하려는 생각을 가지면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우물안 개구리'가 되지 않으려면 보다 넓은 하늘을 보고 그곳으로 비상하려고 하는 마음가짐을 지녀야 한다.

올림픽 4강 진출로 인한 기쁨과 환희를 느낀 것은 이제 충분하다고 본다. 이러한 기쁨에 취해 중요한 것을 놓치고 과거로 퇴보하면 한국여자배구는 결코 도약할 수 없다. 근래 여자배구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높아진 적이 없었다.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국가대표 선수층을 넓히고 내실 있는 경기력을 완성하기 위한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사진 = 한국여자배구대표팀, 황연주, 양효진, 김연경, 임효숙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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