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전, 강산 기자]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팀의 톱타자로 낙점됐다.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본인은 1번 타자에 대한 욕심보다는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고 한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의 얘기다.
후반기 전 경기에서 1번 타자로 출전한 오지환은 전반기와 다른 모습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올 시즌 성적은 2할 4푼 9리 11홈런 46타점. 실책도 20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하지만 그는 주눅들지 않는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풀타임 3년차 유격수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다.
후반기 첫 경기인 지난달 24일 잠실 두산전, LG 김기태 감독은 "오늘 1번 타자는 오지환"이라고 밝혔다. 오지환은 이날 경기 이후 팀의 붙박이 1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오지환은 전반기 78경기서 주로 하위 타선에 들어섰다. 성적은 타율 2할 3푼 7리 8홈런 38타점. 하지만 톱타자로 나선 후반기 22경기서 타율 2할 8푼 4리 3홈런 8타점을 기록 중이다.
19일 대전구장서 열린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만난 오지환은 "1번 타자답게 하려고 노력 중이다"며 "많이 출루하고 싶고, 타율도 올리고 싶고, 안타도 많이 치고 싶다. 1번 타자는 출루도 출루지만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많이 오는 만큼 내 모습을 많이 보여주려고 한다"는 솔직한 생각을 드러냈다. 이어 "1번 타자로 나서다 보니 집중력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1번 타자 유격수가 멋있긴 한데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싶다. 하지만 (1번 타자가)내 자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겸손함도 보였다.
1번 타자로 나선 뒤 허슬플레이도 늘어났다. 허슬플레이는 톱타자의 덕목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8일 1회초 첫 타석서 나온 기습 번트 안타가 좋은 예다. 오지환은 기습 번트를 시도한 뒤 도루까지 성공했고 후속타자 정성훈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재치로 만들어낸 기습 번트는 결승 득점으로 이어졌다.
오지환은 항상 내야 땅볼을 친 뒤 1루까지 전력 질주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슬아슬한 상황에서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도 마다치 않는다. 오지환은 1루에서 유독 많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나는 슬라이딩이 더 빠르다고 느낀다. 특히 비슷한 타이밍에서 뛰어들어가는 것과 슬라이딩으로 들어가는 것은 판정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 오지환의 설명. 반대급부도 있다. 그만큼 유니폼이 빨리 닳아서 자주 신청해야 한다는 것. 오지환은 "1달에 4벌 이상 신청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몸을 사리지 않는다는 증거다.
오지환은 17~19일 열린 한화와의 주말 3연전서 10타수 5안타 1타점 3득점 1도루의 맹활약을 펼쳤다. 비록 3연전 마지막 날인 19일 경기에서 팀은 패했지만 오지환은 4타수 2안타의 좋은 활약을 펼쳤다. LG 김기태 감독도 "오지환이 1번 타자를 맡고 나서 공에 대한 집중력이 좋아졌다. 쉽게 안 죽으려고 한다. 잘 해주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지환 본인도 전날 4타수 3안타의 맹활약을 펼친 뒤 "공을 많이 보고 많이 출루하려고 노력한다"고 밝혔다. 후반기 들어 오지환이 달라진 비결이기도 하다.
오지환의 1번 기용은 후반기 LG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다. "1번 타자가 내 자리는 아니다"며 손사래 치긴 했지만 계속해서 좋은 활약을 이어 간다면 그의 자리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동기생인 김상수(삼성), 안치홍(KIA), 허경민(두산)의 활약에 "다 같이 뛴다는 게 더 좋다"는 오지환, 이제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일만 남았다.
[사진=오지환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