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대전, 강산 기자] LG 트윈스의 '수호신'으로 떠오른 봉중근이 마무리투수로의 전업을 선언했다. 임시 보직이 아닌 전문 마무리투수로 자리잡겠다는 의지를 표한 것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8~2010시즌까지 3년 연속 10승을 기록하며 팀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봉중근은 지난해 5월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일찌감치 시즌을 접어야 했다.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은 투수들은 짧게는 12개월, 길게는 18개월여에 이르는 재활 기간을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봉중근은 지난해 6월 수술을 받은 뒤 약 10개월 만에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수술 이후 처음 마운드에 오른 4월 10일 롯데전, 봉중근은 145km의 직구를 뿌리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놀라운 재활 속도였다.
등판 간격을 조절해가며 4월 3경기에 구원 등판, 실전 투구에 문제가 없음을 알린 봉중근은 5월부터 팀의 마무리투수로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봉중근은 올 시즌 18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17번을 성공시켰다. 세이브 성공률은 무려 94.44%, 최근 몇 년간 LG의 고질병인 '뒷문 불안'을 해결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봉중근도 이제는 마무리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선발이 아닌 마무리로 나서 팀의 승리를 지키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진 것이다. 봉중근은 18일 대전구장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보직이 마무리인 것도 알았다"며 "지금은 마무리 수업을 잘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마무리투수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감독님과도 얘기할 것이다"며 "LG에는 마무리가 필요하다. 그 자리를 빼앗기고 싶지 않은 욕심이 있다"고 마무리 보직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김용일 트레이닝코치와 임창용(야쿠르트 스왈로스)형도 마무리투수를 하면 더 오래 야구할 수 있다고 한다"고 했다.
지금의 봉중근도 임창용과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국내 무대에서 선발로 활약하던 임창용은 2005년 가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마친 임창용은 일본 프로야구(NPB) 야쿠르트 스왈로즈에 입단, 팀의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임창용은 올 시즌 중반 두 번째 수술을 받고 재활 중이다.
봉중근의 불타오르는 승부욕 또한 마무리의 조건과 잘 맞아떨어진다. 봉중근은 "내가 승부욕도 강해서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래서 더 끓어오른다. 성격상 마무리가 맞다"고 한다. 이어 "오승환, 손승락이 정말 대단하다. 만날 때마다 잘 가르쳐줘서 정말 고맙다. 내년에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자신이 있다"고 밝혔다.
오승환과 손승락은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다. 오승환은 프로 통산 240세이브를 기록한 국내 최고의 마무리투수, 손승락은 2010시즌 구원왕을 차지한 이후 꾸준한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봉중근도 그들과 함께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 대열에 합류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마지막으로 봉중근은 마무리투수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을 '신뢰'로 꼽았다. 그는 "뒤에 있는 8명의 야수에게 믿음을 줄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내가 9회에 마운드에 오르면 선수들이 '이겼다'는 믿음을 갖게끔 하고 싶다. 이런 부분은 조금씩 잡혀가는 것 같다. 이전과 가장 달라진 점이다"고 흡족해했다.
전날(17일) 경기에서 승계주자 1명을 홈에 불러들인 것에 대해 "(이)동현이의 실점을 막아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밝힌 봉중근, 그만큼 팀에 애착이 있기에 마무리 보직이 더 어울리는지도 모른다. 봉중근의 마무리 수업은 아직 1교시에 불과하다. 많은 이들은 내년 시즌 더욱 강력해질 그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사진=봉중근 ⓒ 엑스포츠뉴스 DB]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