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 모두에게 '굿 모닝'이 됐다. 축구대표팀은 '역사상 가장 뜨거운 한일전'으로 꼽혔던 축구 동메달결정전에서 일본을 완파하며 동메달을 따냈고 태권도 메달 기대주였던 황경선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순조로운 페이스를 보이며 금메달을 따냈다. 한순철은 1996년 애틀랜타대회 이후 16년 만에 한국 복싱의 올림픽 결승행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는 '맨발 투혼'을 선보이며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올랐다. 금1, 동1을 추가한 한국은 11일 현재 금 13, 은 7, 동 7을 기록하며 종합 5위에 올라 있다.
'완벽했던' 홍명보호, 후지산을 무너뜨리다
홍명보호는 강했다. 아니 완벽했다. 스페인을 누르고 올라온 일본도 한국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경기 전부터 자신감을 보이던 일본은 전반 38분 박주영의 골 이후 침묵했다. 패스플레이도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최전방 공격수인 나가이 겐스케의 존재감은 없었다. 후반 11분 터진 구자철의 추가골은 승리를 확정짓는 축포나 다름없었다. 일본은 순식간에 세 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하며 반전을 노렸지만 전혀 위협적이지 못했다. 일본은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자 거친 반칙을 일삼는 등 '비매너 플레이'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하지만 한국은 이에 말려들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경기 종료 4분여를 남기고 2점 차는 여유가 있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대표팀 18명 중 유일하게 출전 기록이 없었던 김기희를 투입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단체 종목의 병역 특례는 실제로 경기에 나선 선수들만 받을 수 있는 만큼 그의 출장 여부 또한 온 국민의 관심거리였다. 꿈은 이뤄졌다. 후반 44분 구자철을 대신해 들어간 김기희는 마지막 4분 동안 전력을 다해 뛰었고 마침내 모두와 함께 웃을 수 있었다.
손연재의 '맨발 투혼', 온 국민을 감동시키다
첫 올림픽 무대에 선 손연재는 곤봉 연기 도중 턴 과정에서 신발이 벗겨졌다. 돌발 상황이었다. 당황할 법도 했지만 개의치 않고 끝까지 연기를 마쳤다. 밸런스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손연재의 '맨발 투혼'에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곤봉 연기 점수는 26.350점에 그치며 중간순위 7위로 떨어졌다. 손연재의 표정은 잠시 어두워졌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리본 연기에서 28.050점을 획득, 예선 최종 순위 6위로 결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더욱 눈에 띄는 점은 결선에 진출한 10명의 선수 중 비유럽국가 선수는 손연재가 유일하다는 점. 손연재에 이어 아시아 국가 선수 중 2위를 기록한 덴유 뎅(중국)이 예선 11위로 결선 진출에 실패하면서 그는 올림픽 리듬체조 종목에 출전한 아시아 선수 중 최고 성적을 기록하게 됐다. 이것만으로도 손연재는 이번 올림픽서 목표한 바를 모두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메달 획득에 성공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손연재가 예선에서 보여준 연기만으로도 온 국민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예선전 성적은 잊어야 한다. 백지상태로 시작하는 결승전, 손연재가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얼마나 아름다운 연기를 선보일지 기대된다.
황경선,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올림픽 2연패' 위업 달성
'태권소녀' 황경선이 한국의 국기인 태권도에서 이번 대회 첫 금메달을 수확했다. 황경선은 이 금메달로 한국 태권도 사상 첫 올림픽 2연패와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올렸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자호구가 도입되는 등 한국의 독주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의 강호들을 모두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기에 더욱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황경선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모두 편안하게 경기를 치렀다. 1점차 승부나 연장 승부 없이 여유 있는 경기를 펼쳤다. 적재적소에 터진 머리공격으로 일찌감치 격차를 벌릴 수 있었다. 고교생 신분으로 2004 아테네대회에 출전해 동메달을 따냈던 황경선은 2008 베이징대회에 대학생 신분으로 출전,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리고 성인이 되어 출전한 이번 런던올림픽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계 최고의 선수임을 확고히 했다.
'아빠 복서' 한순철, 감독이 못 이룬 꿈 제자가 이룰까
동메달에 만족하기엔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아빠 복서' 한순철(서울시청)은 11일 엑셀 제2사우스아레나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복싱 남자 라이트급(60kg 이하) 준결승전서 에발다스 페트로우스카스(리투아니아)를 18-13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 은메달을 확보했다. 페트로우스카스는 8강전서 세계랭킹 1위 도메니코 발렌티코(이탈리아)를 꺾고 올라온 복병이었지만 한순철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1996년 애틀랜타대회서 이승배 현 대표팀 감독이 결승에 진출한 이후 무려 16년 만의 쾌거다. 만약 한순철이 금메달을 획득한다면 1988년 서울대회 이후 24년 만의 올림픽 정상이다. 그만큼 한순철의 결승 진출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한순철은 금메달 기대주였던 라이트플라이급 세계랭킹 1위 신종훈이 16강에서 탈락하면서 한국 복싱의 마지막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제 한 고비만 넘으면 된다. 이 감독은 애틀랜타올림픽서 결승에 올랐지만 금메달 획득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제자인 한순철이 4년간 흘린 땀, 그 결과가 금빛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11일의 히어로와 엑스맨
모두가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히어로는 박주영이다. 박주영의 병역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지만 광저우아시안게임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올림픽 전에는 모나코 시민권 획득으로 인한 병역 연기 논란에 휩싸였다. 극적인 타협으로 올림픽대표팀에 승선했지만 스위스전 결승골을 제외하면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박주영은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서 터뜨린 결승골로 모든 비난을 잠재울 수 있었다. 박주영의 결승골은 3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직접 만들어낸 골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구자철의 추가골까지 어시스트하며 이날 경기의 2골에 모두 기여했다. 이제 '떳떳하게' 병역 면제의 꿈을 실현한 박주영은 더 넒은 무대에서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히어로다. 일본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나가이 겐스케는 50m를 5초대에 돌파하는 순간스피드로 한국대표팀의 경계대상 1호로 떠올랐다. 이집트와의 8강전서 허벅지 부상을 당해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최전방 공격수로서 부진을 넘어 아예 눈에 띄지도 않았다. 슈팅 시도는 단 1개도 없었다. 반칙 4개만을 저지른 뒤 후반 26분, 우사미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떠났다. 최전방 공격수가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으니 '당연히'
엑스맨이다. 아마 한국 입장에서는 영웅일 수도.
미리 보는 한국경기(11일~12일)-리듬체조, 태권도, 여자배구, 여자핸드볼
예선 성적 6위를 기록, 한국 리듬체조 역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결선 무대에 진출한 손연재는 내친 김에 메달 획득까지 노린다. 결선에 오른 전 선수가 0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만큼 새로운 마음으로 임한다면 메달 획득도 허황된 꿈만은 아니다. 예선 1, 2위를 차지한 '리듬체조 여제' 예브게니아 카나예바, 다리아 드미트리에바(이상 러시아)와는 다소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3위 알리야 가라예바(아제르바이잔)부터 5위 류보프 챠카쉬나(벨라루스)와의 격차는 크지 않다. 의외의 결과를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태권도는 남자 80kg 이상급의 차동민과 여자 67kg 이상급의 이인종이 황경선에 이어 또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선다. 여자배구대표팀은 일본과 동메달결정전을 펼친다. 축구에 이은 또다른 한일전이다. 36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반드시 넘어야 한다. 여자핸드볼대표팀은 스페인과 동메달을 놓고 다툰다. 많은 이들이 '우생순'의 해피엔딩을 기대하고 있다.
*굿모닝런던은 다음 올림픽 특집페이지(http://sports.media.daum.net/london2012)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