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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리포트] 김진태 수영코치 "박태환 은메달은 기적"(인터뷰)

기사입력 2012.08.03 12:54 / 기사수정 2012.08.03 13:03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런던, 진정규 런던특파원] 2012 런던올림픽을 위해 영국 땅을 밟은 한국인은 선수단, 미디어, 스포츠 팬들만 있는 게 아니다. 제자를 응원하기 위해 멀리 런던까지 찾아온 김진태 수영 코치를 만나 이번 올림픽과 한국 수영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진태 코치는 남자 수영 배영 200m에 출전한 박형주(17, 경기고)의 개인 코치 자격으로 런던을 방문했다. 수영과 수구 선수로 활동했으며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 수구 대표로 참가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수구 대표 선수로도 활동한 바 있다.

-올림픽과 무대를 직접 보는 느낌은?

무엇보다도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와 관중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관중석에서 대회를 지켜보는 느낌은 선수로 활동하던 시절 참가했을 때와는 달랐다. 아무래도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온다는 것은 선수들이라면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지 않겠는가. 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무대일 것이다.

국내에서 수영은 인기가 높지 않은데 여기 런던에서는 비싼 티켓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보는 순간 이런 환경에서 운동하는 선수들은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응하고 열광하는 관중들이 부러웠다.

-이번 올림픽 수영에 대해 얘기하자면 어떤가.

대회 시작 전만 하더라도 이렇게 수준 높은 경기가 많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았다. 전신 수영복이 착용 금지된 이후, 작년 세계 선수권대회에서는 세계 기록이 많이 나오지 않았기에 이번에도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대회를 시작하고 나니 생각보다 많은 신기록이 나오고 있다.

어제(8월 1일) 하루만 해도 경기장에서 관전을 하면서 여러번의 세계 기록과 올림픽 기록이 수립되는 것을 보았다.

-전신 수영복 금지와 같은 규제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말인가.

수영복의 효과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 수영 습관에 따라 개인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선수의 경우에는 기록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어쨌거나 기록이 계속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수영이 발전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 수영은 메달을 기대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짧은 시간에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된다.

여러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 한가지 예를 들자면 5~6년 전부터 기존의 학원체육 기반에서 클럽 활성화로의 변화가 눈에 띈다. 박태환이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면서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다.

-역시 박태환을 빼고는 한국 수영을 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사실 박태환이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국민적 기대치가 높아졌다. 우리나라의 수영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외국에서의 수영 인기를 생각한다면 은메달 획득도 대단한 결과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결과를 낸 박태환 선수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특히 주종목인 남자 400m에서는 부정출발 논란으로 최상의 몸상태로 결승을 준비하지 못했음에도 은메달을 획득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고 기적같은 일이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획득하는데 실패한 것이 수영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쑨양을 비롯한 중국 선수들의 강세가 눈에 띈다.

현재 아시아권에서는 중국의 강세가 계속되고 있고, 점점 더 강해지는 느낌이다. 앞으로는 중국이 세계 수영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국 선수들은 이번 대회에서 잘 하고 있는가.

박태환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여건에 비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록상 메달권에서 먼 선수들의 경우, 개인 기록을 깨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이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은 어떤가.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이 만한 성과를 내는 것도 선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의 경우에도 마음놓고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춰져 있지 못하다. 시설에서 정해준 시간에만 운동을 할 수 있게 허용돼 있어 운동 리듬을 맞추기도 어렵고, 충분히 운동하기도 쉽지 않다. 서울이 이 정도라면 지방은 얼마나 더 열악한지 짐작할 수 있다. 지방에서 운동하는 선수도 많지 않다.

-시설 자체가 열악해서 생기는 문제는 없는가? 예를 들면 맨땅에서 공을 차던 축구 선수가 천연 잔디에서 공을 차면 적응을 못해 애를 먹는 경우가 있지 않은가?

이번 런던올림픽 아쿠아틱 아레나의 수심은 3미터로 균일하다. 한국 수영장의 경우 수심이 이보다 훨씬 얕다.

-수심의 차이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가.

수심이 깊으면 기록 향상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부력이나 물의 흐름이 미묘하게 달라 선수들이 물에서 어색함을 느낄 수도 있다.

-또 경기력에 차이를 줄 수 있는 변수가 있는가?

방송 카메라가 설치돼 있으면 아무래도 심적인 부담을 갖게 된다. 국내 대회의 경우에는 생방송 일정이 잡히면 수영 대회 시간이 생방송 시간에 맞게 변경되는 경우도 있어, 선수들이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기 힘든 경우도 종종 있다. 어쨌거나 TV 화면에 얼굴이 나오니, 선수들의 경우에는 좋아하지만 수영 기록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그리고 보면 정다래 선수도 언론에 많이 등장했었다.

정다래 선수를 폄훼하고자 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그의 경우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운이 따랐다. 기록은 좋지 않았지만 경쟁 상대들의 기록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 그 이후 언론의 지나친 관심을 끌면서 본인도 부담을 느꼈으리라 본다.

정다래 선수 말고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이번 올림픽의 경우 개인혼영 400m에 출전한 김서영 선수는 개인 기록을 세웠으며, 평영 200m에 출전한 백수연 선수는 8위까지 '컷오프' 되는데 아쉽게 간발의 차로 9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미디어의 지나친 승자 위주의 보도가 어떤 선수에게는 지나친 부담감을, 다른 선수에게는 큰 소외감을 주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제자인 박형주 선수는 어땠나.

아직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당장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선수 개인 기록을 세울 수 있었으면 했는데, 아쉽게 이번에는 경험을 쌓는데 만족해야할 것 같다. 그렇지만 잠재력이 많은 선수다. 물을 잘 알고 있고 다양한 영법을 소화한다. 아직 어리기 때문에 2~3년 안에는 큰 선수로 성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국 수영이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까?

수영 저변이 점차 확대되고, 클럽 활성화도 이뤄지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다. 다만 수영계 안에서도 코칭 프로그램에 대한 공유가 잘 이뤄지고 있지 않다. 소통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이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 예를 들면, 현재 박태환의 코치를 맡고 있는 마이클 볼 코치는 선진적인 수영 코칭에 대한 노하우를 충분히 갖고 있다. 그런 지식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세미나 같은 걸 개최한다면 전반적인 한국 수영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한국 수영의 미래를 위해 한마디 남겨달라

유명 스타만이 아니라 수영 자체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세상에 아마추어 없는 프로가 어디있겠나. 제2, 3의 박태환이 계속 나오기 위해서는 수영에 대한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어린 선수들 가운데 잠재력 있는 선수가 많기 때문에 한국도 수영 강국으로 충분히 올라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김진태 코치 ⓒ 엑스포츠뉴스 진정규 런던특파원]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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