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런던, 진정규 런던 특파원] 숨 막히는 대결이었다.
지난 1차전에서 나란히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진 B조 네 팀은 모두 승리에 목말라 있었다.
지난 29일(한국시간) 코벤트리의 리코 아레나에선 B조 예선 2차전 두 경기가 펼쳐졌다. 먼저 웃은 팀은 멕시코였다. 앞서 열린 가봉과의 B조예선 2차전에서 멕시코는 교체 투입된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의 두 골을 앞세워 가봉을 2:0으로 꺾고 8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곧바로 같은 장소에서 경기를 가질 한국과 스위스에겐 멕시코의 승리가 부담됐다. 8강행 티켓을 위해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패한다면 3차전에서 가시밭길을 각오해야 했다.
뒤이어 펼쳐진 한국과 스위스의 대결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 펼쳐졌다. 전반 동안 한국이 주도권을 쥐었지만,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0:0으로 마쳤다.
후반전에 골이 터지기 시작했다. 후반 12분 박주영이 몸을 날리는 헤딩으로 선제골을 넣으며 한국이 1-0으로 앞서 갔다. 하지만 선취골의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바로 3분 뒤 이노센트 에메가라에게 동점 골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동점 골과 함께 분위기는 스위스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선제골 이후 곧바로 동점이 되면 경기의 주도권은 동점 골의 주인공의 몫이 되는 경우가 많은 법. 그만큼 홍명보호엔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역시 강했다. 빠르게 흐트러진 전열을 정비해 반격에 나섰다. 4분 뒤 김보경이 환상적인 왼발 발리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부턴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다급해진 스위스의 공세를 잘 막아내며 한국은 1점 차 리드를 지켰다. 코벤트리의 날씨만큼이나 변덕스러웠던 승리의 여신은 93분, 경기 종료 휘슬이 불 때까지 한국 대표팀에게 미소를 선사했다.
경기 종료와 함께 올림픽대표팀 선수들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늘 ‘나보다 팀’을 강조해온 홍명보 감독의 가르침대로 팀을 위해 온 힘을 쏟아 부은 선수들이야말로 ‘승리할 자격이 있는’ 선수들이었다.
[사진=헤딩 선제골 후 기도 세레모니를 하는 박주영 (C) 진정규 엑스포츠뉴스 런던 특파원]
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