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수놓은 화려한 명품 축구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모처럼 유로 본선에 걸맞는 경기가 펼쳐졌다. '우승후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충돌이야말로 축구였고 명품이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11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에 위치한 그단스크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12' 조별예선 C조 1차전에서 1-1로 경기를 마쳤다. 후반 16분 안토니오 디 나탈레가 선제골을 넣으며 이탈리아가 '장군'을 외치자 3분 뒤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동점골로 '멍군'을 외치며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비록 승패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축구가 가진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경기였다. 두 팀의 철학은 선발출전 명단부터 알 수 있었다. 점유율 축구의 스페인은 페르난도 토레스 대신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공격수 자리에 배치하며 '가짜 9번'의 제로톱 전술을 들고 나왔다. 중앙 집중형이긴 하나 허리 싸움에 더욱 힘을 주겠다는 의도였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다비드 실바, 파브레가스가 서로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수비진을 흔든다는 생각이었다.

이에 맞선 이탈리아도 지극히 자신들의 색깔을 경기에 부여했다. 체사레 프란델리 이탈리아 감독은 예상대로 3백을 들고 나왔다. 다니엘레 데 로시를 중앙 수비로 내렸고 엠마누엘레 자케리니와 크리스티앙 마지오를 좌우 윙백으로 활용해 공격과 수비를 좌우자재로 넘나들게 했다.

90분간 자신들의 축구 철학을 굽히지 않고 맞부딪힌 두 팀의 경기는 흡사 명검이 부딪히며 나는 경쾌한 칼소리의 향연과 같았다. 스페인을 대표하는 공격적인 점유율 축구와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빗장수비의 3백은 90분 내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여기에 이탈리아가 움츠러들지 않고 적극적으로 공격에 매진하며 경기는 더욱 빠르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로 이어졌다.

한 골씩 나눠가졌던 득점 장면도 명품이었다. 상대의 맹공을 막아낸 이탈리아는 단 한 번의 패스로 디 나탈레의 선제골을 이끌어냈다. 공격의 시발점인 안드레아 피를로의 발을 떠난 볼은 스페인 수비진을 단숨에 허문 디 나탈레의 발끝에 곧장 연결됐고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군더더기 없는 득점을 뽑아냈다.

기선을 뺏긴 스페인의 반격도 눈부셨다. 곧바로 공세를 가한 스페인은 실점 후 3분 뒤 환상적인 패스워크를 앞세워 파브레가스가 동점골을 뽑아냈다. 중앙에 집중한 상대의 수비진을 두고도 원터치 패스로 빗장수비를 허무는 모습은 지극히 스페인 다운 득점 장면이었다.

자신들의 색깔을 버리지 않고 더욱 발전시킨 스페인과 이탈리아. 두 팀이 90분간 수놓은 혈전은 유로 2012 최고의 명품이 되었다.

[사진 = 스페인과 이탈리아 (C) 아스 홈페이지 캡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