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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12 ①]'양강 구축' 스페인-독일, 그들의 불안요소

기사입력 2012.06.07 11:15 / 기사수정 2012.06.07 11:40

박시인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시인 기자] '유럽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로2012가 개막을 이틀 앞두고 있다. 9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다음달 2일까지 펼쳐지는 이번 유로2012에서 참가국 16개팀이 앙리 들로네 컵을 놓고 23일간의 대장정에 나선다.

이번 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는 스페인과 독일로 압축되고 있다. 영국 도박 업체 '윌리엄 힐'은 스페인과 독일의 우승 가능성을 각각 11대4, 3대1로 내다봤다. 두 팀이 조별리그에서 1위로 통과할 경우 유로2008 결승전에 이어 4년 만에 리턴매치가 성사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에 당연한 것은 없고 완벽한 것 또한 없다. 다른 참가국에 비해 가장 안정된 전력을 자랑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몇 가지의 불안요소를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과 독일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살펴본다.



'세계 최강' 스페인, 비야-푸욜 대체자 찾기 고심

'무적함대' 스페인이 메이저대회 3연패 등극에 성공할 수 있을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에 이어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스페인은 단연 이번 유로 2012에서도 우승후보 1순위다.

볼 점유율을 높이고, 정교한 볼 키핑과 짧은 패스 플레이가 기반이 된 스페인의 아름다운 축구는 물이 오를 데로 올랐다는 평가다. 사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르히오 부스케츠, 사비 알론소, 하비 마르티네스, 세스크 파브레가스, 다비드 실바, 헤수스 나바스, 산티 카솔라 등으로 구성된 미드필더진은 명실 상부한 세계 최강이다. 아스널에서 활약 중인 미켈 아르테타조차도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기 힘들다는 점에서 스페인 대표팀의 위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부상으로 인해 공수에 걸쳐 불안요소가 늘어나고 있다. 일단 최전방 공격수의 부재에 따른 대체자 찾기가 시급하다. 다비드 비야는 2011 FIFA 클럽월드컵에서 당한 부상으로 이번 유로 2012 출전이 좌절됐다. 비야는 유로 2008에서 4골을 넣고 득점왕을 차지했으며,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도 5골을 터뜨려 사상 첫 FIFA컵을 조국에 안긴 바 있다. 유로 2012예선에서도 7골로 팀내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린 비야의 이탈로 인해 남은 원톱 자리를 향한 치열한 주전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원톱 자리를 놓고 페르난도 토레스, 페르난도 요렌테, 알바로 네그레도가 다투는 형국인데 세 명 모두 비야를 얼마나 대체할지는 미지수다. 일단 토레스가 주전 경쟁에서 앞서 있는 분위기다. 2011년 초 첼시로 이적한 이후 극심한 부진에 빠졌던 토레스는 올 시즌 후반기 들어 골 감각을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큰 신뢰를 주기엔 부족하다. 유로 2008 독일과의 결승전에서 보여준 토레스의 스피드와 골 결정력은 4년 사이에 크게 감퇴된 모습이다. 토레스가 부진할 경우 높이와 볼 간수 능력을 두루 갖춘 요렌테가 대안으로 간주되지만 네그레도와 더불어 국제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약점을 안고 있다.

오히려 실바 혹은 파브레가스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제로톱 전술도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세 명의 중앙 공격수를 선발한 것을 감안할 때 모두 벤치에 놔둘 가능성은 크지 않다. 더구나 지난해 11월 열린 잉글랜드와의 친선전에서 가동된 제로톱 전술은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날 스페인은 잉글랜드를 상대로 경기를 주도했지만 헛심만 거듭한 끝에 무득점으로 패했다.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한 골 싸움이다. 제아무리 기술이 뛰어난 미드필더가 많아도 확실하게 매듭짓는 공격수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다. 주전의 대부분이 바르셀로나 소속으로 구성됐지만 스페인과 바르셀로나에게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 스페인은 올 시즌 73골을 터뜨린 리오넬 메시와 같은 '피니셔'가 없다는 점이다.

또한 그라운드 안팎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수행할 카를레스 푸욜의 불참을 빼놓을 수 없다. 그동안 델 보스케 감독은 중앙에 푸욜과 헤라르드 피케의 센터백 조합을 가동했다. 하지만 푸욜의 이탈로 인해 수비라인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스페인은 푸욜이 결장한 아르헨티나(1-4패), 이탈리아(1-2패)와의 친선전에서 수비에 큰 문제점을 드러낸 바 있다. 푸욜의 대안으로 세르히오 라모스가 센터백으로 이동하거나 라모스를 본래의 오른쪽 풀백으로 출전시키는 두 가지 옵션이 가능한데 라울 알비올에게 중앙을 맡기기엔 위험부담이 따른다. 알비올은 올 시즌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20경기 출전에 그쳤다. 남은 기간 델 보스케 감독의 확실한 플랜B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신력이 관건'…준우승-스페인 징크스 극복해야

독일은 최근 2년 동안 가장 잘 정비되고 안정된 조직력을 보유한 팀 가운데 하나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선수들이 현재 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어린 선수들은 많은 경험을 축적했다.

독일은 벨기에, 터키, 카자흐스탄, 아제르바이잔, 오스트리아와 속한 유로 2012 A조 예선에서 10전 전승 34득점 7실점으로 완벽한 공수 조직력을 자랑했다. 요하임 뢰브 감독은 2년 동안 재능있는 신예들을 여럿 발굴해내며 젊고 역동적인 팀으로 변모시켰다. 이번 대표팀의 평균 나이는 24세가 채 되지 않는다. 근 20년 동안 이토록 젊은 팀이 가동된 적은 없었다. 여기에 미로슬라프 클로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필립 람, 페어 메르테자커와 같은 경험 많은 노장들까지 더해 신구조화가 잘 이뤄진 독일은 '세계최강' 스페인에 견줘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주전과 비주전 간의 기량 차이도 크지 않은 점 또한 장점이다. 최전방 공격진은 클로제의 독주 체제가 굳건했지만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골 폭풍을 몰아친 마리오 고메스의 가세로 뢰브 감독을 행복한 고민에 빠뜨렸다. 좌우에는 루카스 포돌스키와 토마스 뮐러를 뒷받침할 안드레 쉬얼레, 마르코 로이스 같은 유망주들이 즐비하며 중원에도 독일 최고의 재능으로 평가 받고 있는 마리오 괴체를 비롯해 토니 크로스, 일카이 귄도간이 사미 케디라, 슈바인슈타이거의 공백을 충분히 메울 것으로 보인다.

비록 지난달 26일 열린 스위스와의 평가전에서 3-5로 패했으나 바이에른 뮌헨 소속 선수들이 대거 결장했고, 케디라를 원 볼란치로 활용하는 전술 실험에 치중한 터라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렵다. 지난달 31일 열린 이스라엘전에서는 일방적인 경기 끝에 2-0으로 승리, 마지막 모의고사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가장 걸림돌은 죽음의 조에 편성된 험난한 일정이다. 독일은 네덜란드, 포르투갈, 덴마크와 함께 B조에 편성됐는데 어느 하나 만만히 볼 팀이 없다. 우승으로 가는 데 있어서 조별리그부터 100% 이상의 힘을 쏟아야 한다는 점은 8강 토너먼트에서도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또한 독일의 최대 난적은 단연 스페인이다. 독일은 유로 2008 결승과 2010 남아공월드컵 4강전에서 번번이 스페인에 발목을 잡혀 고배를 마셨다. 독일은 이 두 대회에서 화려한 공격 축구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지만 유독 스페인 앞에서는 작아졌다. 독일은 스페인의 패싱 플레이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이렇다 공격 축구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무릎을 꿇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독일과 스페인의 결승전 대진을 예상하고 있다. 결국 우승으로 가려면 스페인을 넘어야 한다. 하지만 독일은 2년 동안 스페인과 같은 유형의 팀과의 평가전을 별로 치러보지 않았다. 그나마 레알 마드리드 소속의 케디라, 메수트 외질은 바르셀로나와의 엘 클라시코를 통해 스페인식 축구에 대해 직접 몸으로 부딪쳐 본 경험이 풍부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두 선수는 엘 클라시코에서 가장 부진했던 대표적인 레알 마드리드 선수였다. 또한 도르트문트는 바르셀로나와 흡사한 축구를 구사하는 아스널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무기력한 경기력 끝에 1무 1패로 열세를 보이며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정신적인 트라우마 극복도 필수다. 독일은 23명 엔트리 가운데 무려 8명의 선수가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구성됐는데 올 시즌 바이에른 뮌헨은 리그, 챔피언스리그, 포칼컵에서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특히 2010년에 이어 올 시즌에도 챔피언스리그 정상 문턱에서 좌절을 맛봤으니 심리적인 위축이 더하다.

뢰브 감독은 "실망감은 정말 클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우려감을 나타냈다. 2002년에도 레버쿠젠은 세 개 대회에서 준우승에 머물렀으며, 미하엘 발락을 비롯해 올리버 노이빌레, 베른드 슈나이더, 카르스텐 라멜로프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도 브라질에 패해 준우승에 머무른 기억이 있다. 

[사진 = 스페인, 푸욜-비야, 델보스케, 메르테자커, 클로제-외질 ⓒ 스카이 스포츠, 빌트 홈페이지 캡처]


박시인 기자 cesc@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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