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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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와 종교, '올드펌 더비'의 교훈

기사입력 2012.05.26 16:42 / 기사수정 2012.05.26 16:42

김덕중 기자


[엑스포츠뉴스=스포츠레저팀]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더비 중 하나로 꼽히는 글라스고 더비. 현재 올드펌 더비라고 불리고 있는 이 더비의 기원은 바로 종교 갈등이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북아일랜드 출신 신교도들이 글라스고 지방으로 이주한 이후 신교도를 대표하는 레인저스와 구교도를 대표하는 셀틱의 종교적 신념이 부딪혔다. 두 팀의 경기는 지구상 축구 대결 중 가장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경기 결과에 따라 양 팀의 팬들 희비도 극명하게 교차됐다.

하지만 이제 올드펌 더비에 종교적 색깔은 남아있지 않다. 현재 팬들은 종교라는 색안경을 끼고 경기를 바라보지 않는다. 전 세계에 분포한 레인저스와 셀틱의 팬들도 두 팀의 경기를 세계에서 가장 화끈한 스포츠로 인지할 뿐 종교적인 경기로 보고 있지 않다. 이유는 무엇일까. 대답은 간단하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축구에 종교적 이념을 대입하는 시기가 아니다. 축구에 정치적, 종교적 갈등을 대입시키는 일은 사실상 1980년대 이후 사라졌다. 과거 서로의 성분에 대해 헐뜯었던 팬들은 이제 선수 이적이나 응원 팀의 순위를 더욱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본주의 사회의 흐름에 따라 유능한 인재가 우리 측에 있느냐 또 그가 어떤 모습으로 떠났느냐가 더 민감한 요소가 됐다는 얘기다.

2000-01시즌 FC 바르셀로나 소속이던 루이스 피구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이후 두 팀의 이슈가 과거 정치적 갈등에서, 이적 선수를 둘러싼 갈등으로 변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지금 여전히 두 팀은 스페인 리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다. 하지만 과거처럼 원수 관계가 아닌 내가 최고가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최고의 상대로 관계가 재정립됐다.

때로는 넘치는 승부욕으로 감정이 상하는 일이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최고가 되기 위한 선수들의 경쟁심 때문이지 정치적 신념의 충돌이 아니다. 이처럼 현대 축구는 더 이상 종교와 정치라는 장치에 의해 연출되지 않는다. 축구가 이미 그것을 초월한 개념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축구로 하나 되는 행사에 종교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일부의 태도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종교적, 정치적 신념이 다른 상대에게 자신의 기준을 강요할 권리는 없지 않을까. 자신과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이 사랑과 기쁨을 나누는 모습을 단지 신념이 다르다는 핑계로 미워할 이유는 더더욱 없다. 축구는 과거의 수단에 벗어나 축구 자체로 세계인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존재가 됐다.

[사진 = 셀틱 기성용 ⓒ 셀틱 홈페이지 캡처]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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