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잠실, 강산 기자] 그야말로 지옥과 천당을 오갔다. '패배의 원흉'이 될 뻔했던 위기에서 극적으로 빠져나왔다. 한화 이글스 내야수 오선진의 얘기다.
한화는 16일 잠실구장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4번째 맞대결서 8회초 3득점을 앞세워 6-4,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전날 경기 승부처에서 4개의 실책으로 자멸했던 아픔을 씻어내는 승리였다.
하지만 한화는 이날 한 때 '실책 바이러스'로 인해 역전패의 위기에 몰렸었다. 한화는 3회초 2사 후 김태균-최진행-고동진의 3연속 적시타로 단숨에 3점을 뽑아 3-0으로 앞서나갔다. 선발 양훈은 5회까지 2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으로 두산 타선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6회말 들어 일이 터졌다. 선발 양훈이 1사 후 손시헌과 허경민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 1사 1, 2루에 몰린 상황에서 대타 임재철의 타구는 3루수 오선진의 앞으로 굴렀다. 오선진은 문제 없이 공을 잡아냈다. 하지만 오선진의 1루 송구는 전혀 엉뚱한 곳을 향했고 실점 없이 2사 2, 3루가 될 상황은 1실점 후 1사 2, 3루 상황으로 둔갑했다.
결국 양훈은 후속 타자 정수빈에게 희생플라이, 김현수에게 적시타를 맞고 추가 2실점,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실책 하나가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꾼 셈이었다.
7회말도 마찬가지였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선발 양훈은 선두 타자 최준석에게 3루 땅볼을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오선진의 송구가 문제였다. 오선진의 송구는 1루수 김태균 앞에서 바운드된 뒤 뒤로 빠졌다. 추가 진루는 없었지만 잡아야 할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한 대가는 가혹했다.
후속 타자 이원석의 희생 번트에 이은 양의지의 볼넷으로 1사 1, 3루의 위기에 몰린 한화는 손시헌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를 병살로 연결시키치 못하면서 3루 주자가 홈인, 결국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3-0의 리드를 실책으로 날린 셈, 이 때까지 양훈의 4실점 중 자책점은 2점이었다. 실책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편안한 경기를 할 수도 있던 상황이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이어지는 8회초 1사 1, 2루의 동점 기회에서 타석에 들어선 오선진은 상대 투수 노경은을 상대로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2루 주자 최진행은 있는 힘을 다해 홈을 파고들었다. 상대 포수 양의지가 공을 뒤로 흘리면서 4-4 동점, 주자는 2, 3루가 됐다. 이후 정범모의 자리에 대수비로 나섰던 이준수가 결승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면서 오선진은 마음고생을 털어낼 수 있었다.
만약 한화가 이틀 연속 실책으로 경기를 내줬다면 주말까지도 여파가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8회초 집중력을 발휘한 덕분에 분위기를 어느 정도 반전시킬 수 있었다. 이날 4타수 2안타 1타점의 좋은 타격을 선보이고도 '역적'이 될 뻔했던 오선진, 그가 지옥의 문턱에서 빠져나오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진=오선진 ⓒ 한화 이글스 구단 제공]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