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피겨 스케이팅은 뛰어난 운동능력은 물론 예술성을 요하는 종목이다. 보는 이들이 감탄사를 내지를 수 있는 표현력은 피겨에서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알리사 시즈니(25, 미국)는 현역 여자 싱글 선수들 중 표현력이 가장 돋보이는 스케이터 중 한 명이다. 또한 '스핀의 여왕'이라 불릴 만큼 유연한 스핀이 인상적이다.
또한 키이라 코르피(24, 핀란드)와 밴쿠버 올림픽 아이스댄싱 챔피언인 테사 버츄(23, 캐나다) 그리고 아이스댄서인 타니스 벨빈(28, 미국)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피겨 선수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시즈니는 4일부터 6일까지 열린 'E1 올댓스케이트 스프링 2012'에 출연했다. 그는 1부 공연의 첫 번째 포문을 여는 스케이터로 등장했다.
"시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피곤합니다. 또한 몸 상태가 아주 좋은 편도 아니죠. 하지만 이 공연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꼭 오고 싶었어요. 제가 이번 쇼에 출연한다고 하니까 동료들이 많이 부러워했습니다. 특히 절친한 친구인 제레미가 매우 부러워했죠."
2010년 전미선수권 남자 싱글 챔피언이자 지난해 러시아 로스텔레콤컵 그랑프리 시리즈 우승자인 제레미 애보트(27, 미국)는 김연아의 공연에 출연하는 시즈니를 부러워했다. 시즈니와 애보트는 지난해 4월에 열린 김연아의 아이스쇼에 함께 출연했다.
시즈니는 지난 2008년부터 미국을 대표하는 여자 싱글로 부각됐다. 2009년과 2011년에 열린 전미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0년에는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5위에 올랐다.
2011~2012 시즌에서는 그랑프리 시리즈 'Skate America'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전미선수권에서 '블랙 스완' 애쉴리 와그너(21, 미국)에 우승을 내주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또한 프랑스 니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22위로 추락하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당시 점프에서 무너진 시즈니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나타난 원인을 하나씩 파악해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초부터 다시 쌓아서 극복해나갈 예정이에요."
시즈니의 예술점수에서 장점을 보이고 있다. 표현력과 스케이팅이 뛰어난 것은 물론 최고 수준의 스핀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기복이 심한 점프 성공률이 약점으로 지적받고 있다. 점프를 보완할 점에 대한 질문에 시즈니는 이렇게 대답했다.
"너무 점프에만 집중하면 전체적인 퍼포먼스를 잃어버릴 수 있어요. 프로그램의 완성도는 물론 점프를 동시에 잘해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시즈니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전성기를 맞이한 스케이터다. 올 시즌 세계챔피언에 등극한 카롤리나 코스트너(25, 이탈리아)처럼 늦은 나이에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시즈니는 다른 여자 싱글 선수들처럼 '스케이터 김연아'에 대해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연아는 세계에서 제일 잘하는 선수"라고 말한 시즈니는 "점프는 물론 연기가 모두 좋은 연아는 배울 점이 많은 스케이터"라고 강조했다.
"김연아의 프로그램 중 2009년 L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선보인 '죽음의 무도'를 가장 좋아해요. 강렬한 연기를 매우 잘하는 것 같습니다."
김연아는 '죽음의 무도'와 '록산느의 탱고' 그리고 '제임스 본드 메들리'같은 강렬한 연기로 세계 신기록을 수차례 갈아치웠다. 이와 비교해 시즈니는 선이 곱고 여성적인 연기를 많이 펼쳤다.
"저는 아름답고 우아한 연기를 자주했는데 때로는 색다른 모습도 보여주고 싶어요. 이번 공연 2부에서 선보인 'I Like The Way You Move'같은 것처럼요. 연아의 죽음의 무도처럼 강렬한 연기도 시도해보고 싶습니다(웃음)"
미국 피겨는 여자 싱글 선수 세계챔피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가장 마지막으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는 지난 2006년에 정상에 오른 키미 마이스너(23)가 마지막이었다.
시즈니는 차기 2012~2013 시즌의 목표에 대해 '월드챔피언'이라고 밝혔다. 피겨 자체를 즐기는 점도 중요하지만 세계 정상에 등극하는 꿈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스케이터로 활약한 시즈니는 피겨에 대한 남다른 철학도 가지고 있었다. 빙판 위에서 기술만 구사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예술성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겨 스케이팅은 단순히 스포츠지만 예술로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하죠. 빙판 위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할 수 있는 점과 여러 가지 실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이 종목의 매력입니다."
언제나 환하게 웃는 표정으로 연기를 하는 점도 시즈니만의 매력이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은 시즈니는 2014년 소치올림픽 출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아직 소치올림픽 출전에 대해 확실한 결정을 내리지 못했어요. 한 시즌을 마치고 나면 다음 시즌에 대한 구상을 하기 때문에 올림픽 출전은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올림픽에 대한 열망은 간직하고 있어요."
환한 미소로 피겨 팬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이루지 못한 월드챔피언의 꿈을 향해 한걸음씩 정진하고 있다.
[사진 = 알리사 시즈니 (C)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