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마지막 18번 홀에 그들이 들어서기 전, 누구도 유선영(26, 정관장)이 올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자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 '식스센스'를 연상시키는 대반전이 일어났다. 10언더파로 우승이 유력해 보였던 김인경(24, 하나금융그룹)이 믿기지 못한 실수를 범했다.
18번 홀로 향하는 김인경의 발걸음은 가벼워보였다. 첫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눈앞에 둔 그는 관중들의 환호에 화답을 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첫 승은 물론,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 트로피가 그리웠던 듯 김인경은 뜸을 들이지 않았다.
버디 퍼팅을 시도했지만 볼을 홀을 살짝 빗겨갔다. 파세이브만 시켜도 김인경은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17번 홀에서 5m짜리 버디를 잡은 김인경은 우승을 위해 마지막 한 고비만 남겨두고 있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김인경을 끝내 외면했다. 불과 3cm짜리 거리의 파퍼팅을 놓치고 말았다. 넋을 김인경은 자신의 캐디를 바라봤고 끝내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거의 다 잡은 우승트로피를 놓친 김인경은 이미 위축된 상태였다. 반면, 기적처럼 찾아온 우승 기회를 유선영은 놓치지 않았다.
연장전에서 유선영은 그림같은 버디를 낚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생애 첫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유선영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지만 김인경은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지난해 US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유소연(22, 한화)에 패한 서희경도 마찬가지였다. 서희경은 4라운드에서 가장 좋은 기세를 보였다. 2번 홀과 5번 홀에서 버디를 잡았고 9번 홀에서도 타수를 줄였다.
11번 홀과 12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낚으면서 우승을 확정 짓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서희경도 중반을 넘기면서 흔들렸다. 김인경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을 다스리지 못한 서희경은 15번 홀부터 4연속 보기를 범하며 무너졌다.
새로운 골프 여제로 떠오른 청야니(23, 대만)는 후반 라운드로 갈수록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공동 선두인 유선영과 김인경은 한 타차로 따라잡는 뒷심을 보여줬다. 그러나 서희경과 김인경은 마지막 고비에서 무너지는 약점을 노출했다.
이 날 라운드에서 김인경과 서희경의 가장 무서운 적은 '자기 자신'이었다. 멘탈적인 면을 극복하지 못한 이들은 손에 거의 들어온 우승 트로피를 다른 선수에게 넘겨주고 말았다.
[사진 = 서희경 (C) 엑스포츠뉴스DB, 유선영 (C) 정관장 제공]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