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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제

해동전설(海東傳說)4(1)암강마공(巖鋼魔功)

기사입력 2004.11.04 07:10 / 기사수정 2004.11.04 07:10

김종수 기자
[농구무협소설] 해동전설(海東傳說)4(1)암강마공(巖鋼魔功)




'이번 편은 삽화가 없어서 무협영화의 한장면의 대체합니다'



촤악!

원불악의 손을 떠난 공이 부드러운 궤적을 그리며 가볍게 그물주머니를 갈랐다.

“공격력이 뛰어난 격발수같다. 밀착해서 수비하도록 해.”

대인수비능력이 장기인 고영일을 돌아보며 백동호가 속삭였다. 고영일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리며 원불악의 옆으로 다가갔다.

(생긴 것만큼이나 진드기 같은 놈이군.)

해동국 청소년 대표의 주전 격발수답게 공격력이라면 자신이 넘치는 백동호였다. 그러나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취걸개의 수비는 끈적끈적하기 그지없었다. 속임수 동작에도 속지 않고 계속해서 앞을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것이 여간 골치가 아니었다.

술이라도 한잔 걸친 듯 휘청휘청하는 걸음걸이었지만 그러기에 더욱더 기회를 잡아 떨쳐내기가 쉽지 않았다.

백동호는 공을 몰고 앞으로 쏜살같이 달려나갔다. 역시 취걸개는 근접하게 따라붙고 있었다. 백동호가 느리게 움직이면 느리게, 빠르게 움직이면 빠르게 수비를 조절하고있는 것이었다.

휘익.

공을 쏠 것 같이 자세를 잡던 백동호는 이내 다시 몸을 낮추어 발 밑으로 공을 퉁겨냈다. 공은 바닥을 한번 퉁긴 다음 그물주머니 밑에서 자리를 잡고있던 소일영을 향해 정확하게 전달되었다.

“내가 격발수라고 항상 공격만 하는 것은 아니지…”

속았다는 표정을 짓고있는 취걸개를 향해 백동호가 씩 웃어 보였다.

좋은 위치에서 공을 잡은 소일영은 주저하지 않고 훌쩍 뛰어올랐다. 지켜보고 있던 백동호 역시 확실하게 득점을 올렸다는 생각을 하며 뒤로 수비자세를 취할 정도였다.

탕!

어느새 다가왔는지 호피를 걸친 커다란 덩치의 청년이 소일영이 슬쩍 밀어 넣은 공을 가볍게 쳐냈다. 우호였다. 우람한 근육질의 체구답지 않게 대단히 날렵한 동작이었다.

우호가 쳐낸 공은 느리게 회전을 하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윽!)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지만 백동호는 즉시 공이 있는 쪽으로 달려나갔다. 소일영도 이를 악물고 재차 공을 잡기 위해 달음질치고있었다.

타악.

허나 공은 승려복장을 한 혜월의 손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신장은 작은 편이었지만 공이 떨어지는 낙하지점을 귀신같이 포착해낸 것이었다.

공을 잡기 무섭게 혜월은 왼손을 앞으로 쭉 뻗어냈다. 시선은 반대편을 보고있는 상태였다.

“영일아! 원불악을 막아!”

다음공격 역시 원불악 일 것이라고 예상한 백동호가 고영일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주춤하던 고영일은 즉시 원불악을 향해 뛰어갔다. 예상대로 공은 원불악의 손으로 넘겨졌다.

휙.

공을 잡기가 무섭게 원불악은 그대로 몸을 돌려 오른손을 뻗어냈다. 또다시 그물주머니가 출렁거렸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깨끗한 동작이었다.

워낙에 빠르게 공을 던져낸지라 고영일은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대…대단한 놈이다.)

같은 격발수였지만 백동호는 원불악의 실력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음공격에서 해동국의 모든 수비는 원불악에게로 집중되었고 중화국의 전달수 혜월은 이런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이 공을 몰고 들어가 그대로 그물주머니에 올려놓았다. 완전히 허를 찔린 것이었다.

처음으로 해동국에 선을 보이는 중화국 청소년대표는 성인대표들과 비교해서도 손색이 없었다. 아니 서로간에 실력 차는 오히려 청소년대표간에 더 커 보였다. 전반전이 시작한지 상당히 되었건만 점수는 이십대 이로 중화국의 일방적 우세로 진행되고있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기록하고 있는 이점도 백동호가 무리하게 던진 공이 철 테를 맞고 빙글빙글 돌다 힘겹게 들어가 얻은 점수였다.

“우우우…”

“때려 쳐라! 그게 뭐냐?”

관중석에서 야유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어차피 중화국이 실력 면에서 한수 위라는 것은 입증된 사실이었지만 이 정도로 밀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형…)

백재승은 가슴이 터질 듯 안타까웠다.

(당연하지. 이 녀석아. 이형을 믿으라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백동호가 했던 말이 백재승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중화국은 대부분의 득점을 격발수 원불악에게 맡기고있었다. 원불악의 공을 던지는 동작은 지극히 빠른지라 해동국 선수들은 알면서도 계속해서 득점을 허용하고 있는 형편이었다.

고영일의 수비실력도 만만치 않은 편이었지만 원불악은 거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마음놓고 공을 던져대고 있었다.

“제기랄…”

안되겠다 싶었는지 백동호까지도 도움수비에 들어갔다.

두 사람이 이를 악물고 수비를 해서인지 원불악의 동작도 주춤해지는 기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우호가 커다란 덩치로 성큼성큼 다가와 원불악의 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그 바람에 원불악은 또다시 자유스럽게 풀어지고 말았다.

“비켜!”

다급해진 백동호와 고영일이 동시에 우호의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암강마공(巖鋼魔功).”

백동호는 분명히 귓전으로 우호의 나지막한 음성을 들었다. 그리고 우호의 몸이 순간적으로 잿빛을 띄는 듯 싶더니 백동호와 고영일은 맥없이 퉁겨져 뒤로 나가떨어졌다.

촤악.

여유로운 자세로 원불악이 공을 던졌고 그물주머니가 가볍게 출렁거렸다.


(계속)

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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