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2 15:27
자유주제

캐나다의 '크리켓', 헐리웃을 이기다.

기사입력 2004.10.22 02:52 / 기사수정 2004.10.22 02:52

두정아 기자

대단한 유혹, 크리켓

극장에서 ‘대단한 유혹’을 선택하기까지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제목이 다소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포스터에 나와 있는 주인공들의 표정으로 인해 영화는 선택되어진다. 그 표정이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일상적이며 매우 편안해보이는 표정들이다. 어찌보면 순진하고 어찌보면 많이 촌스러운… 비할리우드 영화에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배우들, 그리고 관심이 가지 않는 포스터.  전반적으로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애초부터 큰 관심을 끌어 모으기엔 이미 너무 시대에 뒤쳐진 영화이다. 관객의 입맛과 수준에 부응하는 요소가 전적으로 부족했다. 이제는 할리우드 영화도 블록버스터가 아니면 박스오피스 오르는 것이 보기 힘들다.  박스오피스 전국 관객 15000이라는 숫자와 함께 단 한주, 박스오피스에 올랐던 영화 대단한 유혹. 기록에 남을 만한 관객기록이지만 이 영화는 광고도 마케팅도 아닌 전적으로 입소문 전략이었다. 개봉 날짜를 시사회와 한 달 차이로 두었던 것은 그만큼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 국내에서도 다행히 웰빙 바람과 맞물려 순수한 무공해 영화라는 타이틀을 걸기도 했다.


혹자는 이 영화를 프랑스 영화라 오해할 것이다. 이 영화는 캐나다 영화이다. 캐나다는 불어와 영어를 반반 사용하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불어로 제작 되었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느끼는 마을주민들, 그들은 연금으로 하루하루를 생활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연금 타는 것을 매우 수치스럽게 여긴다. 그러한 패배주의와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을 기회는 느닷없이 찾아온다. 공장을 설립하여 다같이 일을 할 수 있게 됐던 것. 그들은 매우 기뻐한다. 하지만 공장을 세우려면 법적으로 마을에 의사가 상주해야 한다. 이런 오래된 시골 마을에 어느 의사가 섯뜻 나서서 와 줄까. 한 명의 의사를 위해 마을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한달 안에 의사가 이 섬과 사랑에 빠지게 하여 계약을 성사시키는 일. 이때부터 한 사람을 감동시키기 위한 120명의 기발한 연극은 시작되는 것이다. 의사의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 도청을 하는가 하면, 행복감을 주기 위해 매일 길목에 1달러를 놓아두고, 그가 낚시를 할 때면 대어를 몰래 물 속에서 달아주는 일까지 동원된다.


의사 루이스가 이 섬에 처음 왔을 때 그에 눈에 들어오던 것은 사람들이 모여 크리켓을 하는 장면이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섬 한편에서 누군가가 크리켓 게임을 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일이다. 사실은 마을 사람들이 그가 크리켓을 좋아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연출해 놓은 것이다. 다행이 크리켓으로 인해 그는 첫눈에 섬에 반하게 된다. 우리가 축구에 열광하듯 야구에 열광하듯 루이스는 크리켓에 목숨 걸고 열광하는 사람이었다.

여기서 잠깐. 크리켓이 뭐야?
영화 속에 등장하는 크리켓이란 우리나라에서는 듣기 어려운 단어이다. 영국, 인도, 호주 등 영군 연방쪽에서는 크리켓 월드컵까지 있을 정도로 유명한 종목인데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알려진 바가 없다. 크리켓은 기본적으로 모든 선수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는 농촌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긴 시간동안 그리 힘들지 않은 노력으로 경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인데, 큰 움직임 없이 너무 오래 이어지는 경기이다 보니 재밌는 일화도 많다. 크리켓 경기를 처음 보러간 어떤 사람이 관객석에 앉아 경기가 시작될 때까지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오후 쯤 돼서야 경기가 언제 쯤 시작되느냐고 친구들에게 묻는다. 물론 게임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영화를 통해서나 가끔 볼 수 있었던 스포츠인 크리켓은 야구 비슷한 운동이라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그러나 크리켓은 타자를 아웃시키기가 매우 어려워 11명을 아웃시키는데 며칠이 걸리는 경우고 있다. 장시간의 경기이기 때문에 런치타임이나 티 타임도 있을 정도다. 

크리켓은 영국의 국기이다. 영국인의 생활철학이라 할만큼 국민성과 밀착된 특수한 민족 스포츠이다. 룰은 특별히 까다롭진 않다. 그라운드의 넓이 규정이 없을 정도. 그러나 그라운드는 반드시 손질된 잔디여야만 한다. 게임 방법은 야구의 시초라 할만큼 야구와 비슷한 구도인데 공을 던질 때 바닥에 한번 튀기며 공을 칠 때 특히 양옆으로 치는게 아니라 아래에서 올려치는 것이 특징이다. 타자 뒤에는 포수대신 막대기를 세워 놓는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이 모든 사실을 눈치채지 못한 의사 루이스가 섬을 사랑하게 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영원한 비밀이 있을까?  
한국에서는 상영 환경으로 묻힐 수밖에 없었지만 아직까지 이 영화에 대한 입소문은 이어지고 있다. 배경이 된 섬 현지 주민들이 직접 엑스트라로 활약하며 공을 들인 영화이기도 한 '대단한 유혹'은 거짓말이라는 소재에서 휴머니즘을 이끌어낸 기법과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이 영화는 무공해 코믹영화였다. 흙 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즐거움! 상당한 즐거움과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

 

 

 



두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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