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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클로즈 업 V] 가빈, 무엇이 그를 'V리그의 甲人'으로 만들었나

기사입력 2012.03.08 08:10 / 기사수정 2012.03.08 08:10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우리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두 번째는 가빈이라는 높이와 힘을 갖춘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

정상에서 내려올 때도 됐는데 이들의 질주는 멈추지 않는다. 1997년 창단된 삼성화재는 실업배구 슈퍼리그를 9연패했다. 또한, 프로 출범 이후 V리그에서 5번 정상에 등극했다. 삼성화재는 지난 7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6라운드 경기서 KEPCO를 3-1로 제압하고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은 이번이 네 번째였다.

40득점을 올린 장신의 외국인 선수는 환호성을 질렀다. 국내 V리그에서 3년 째 뛰고 있는 가빈 슈미트(26)는 다시 한번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삼성화재의 '절대적 공격수'인 가빈은 올 시즌도 득점(1081점)과 공격종합(59.22%) 부분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조직력을 강조하고 있는 삼성화재에서 가빈은 온전히 팀에 녹아들었다. 또한, 성실함은 물론, 팀에 헌신하는 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V리그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 3년 전, 국내 리그 입단 테스트에서 떨어졌던 신출내기 선수는 삼성화재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공격수로 거듭났다.

입단 테스트에서 떨어진 가빈, 삼성화재에서 새로운 선수로 변신

삼성화재의 신치용 감독은 "가빈은 대단한 공격수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족한 점이 많다. 2m가 넘는 장신치고 블로킹이 약하고 수비는 빵점이었다. 하지만, 높이와 파워가 워낙 좋기 때문에 위력적인 공격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신 감독과 삼성화재가 원하는 외국인 선수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인성'이었다.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더 나아가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알아야 팀워크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9~2010 시즌부터 V리그에서 활약한 가빈은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선수였다. 이러한 인성이 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이 많지만 삼성화재의 선수로 남을 수 있었다.



가빈은 자신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국내 구단들 중, 가장 끈끈한 수비조직력을 갖춘 삼성화재에서 가빈은 해결사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어떤 상황 속에서도 볼에 대한 집념을 잃지 않는 자세도 터득했다.

가빈이 공격만 잘하는 선수가 됐다면 삼성화재는 지금과 같은 강팀이 될 수 없었다. 하지만, 가빈은 팀에서 원하는 '희생정신'을 몸소 실천했다. 삼성화재 구단의 관계자는 "가빈은 프로의식이 뛰어난 선수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오로지 자신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또한, 국내에 들어온 뒤 꾸준하게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도해 근력을 키우고 파워를 높였다. 경기를 앞두고 철저하게 자기 관리를 하는 모습은 그 누구보다 뛰어났다"고 밝혔다.

높이를 중시하는 국내리그에서 가빈은 여러모로 안성맞춤인 외국인 선수였다. 하지만, 그가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본인의 끊임없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배구 감독들은 기술적인 면만 놓고 볼 때, 가빈이 그리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가빈은 철저한 자기 관리를 통해 '기복이 없는 공격수'로 성장했다.

가빈, "삼성화재의 으뜸 공신은 내가 아닌 여오현"

가빈은 배구 도사들이 모여 있는 삼성화재의 득을 많이 본 공격수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지은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가빈은 "우승의 일등공신은 내가 아닌 여오현이라고 본다. 나는 볼을 많이 때리지만 볼을 가장 먼저 받는 이는 리시브를 하는 선수다. 이런 점에서 여오현은 매우 잘 해줬고 그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공격을 잘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 아무리 뛰어난 공격수라도 때리기 어려운 볼이 많이 올라오면 공격성공률은 낮아진다. 가빈은 리시브와 토스의 과정이 가장 탄탄한 삼성화재에서 활약했다.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는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에 V리그 최고의 공격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한국 리그에 데뷔한 첫 시즌에는 국내 최고의 세터인 최태웅(37, 현대캐피탈)의 도움이 컸다. 자신의 구미에 맞는 볼을 올려준 최태웅이 있었기 때문에 가빈의 공격력도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태웅이 팀을 떠난 2010~2011 시즌, 삼성화재는 최하위까지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팀에 새롭게 합류한 박철우가 좀처럼 적응을 하지 못했고 석진욱이 빠진 공백으로 인해 서브리시브가 흔들렸다.

그러나 삼성화재와 가빈은 이를 극복해내면서 챔피언의 자리에 올랐다. 새로운 주전 세터인 유광우와의 호흡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향상됐다. 유광우가 가빈에게 맞는 볼을 올려줄 수 있었던 것은 여오현과 석진욱의 안정된 리시브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활약이 돋보이면 팀보다 개인 중심의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외국인 선수가 빠질 수 있는 딜레마다. 그러나 가빈은 이러한 점을 극복하며 진정한 팀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최고의 자리에 올랐지만 자신이 아닌 다른 선수에게 공을 돌린 가빈은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해 우리 팀의 노장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얻은 점이 기쁘다"는 말을 남겼다.



[사진 = 가빈, 석진욱, 고희진 (C) 엑스포츠뉴스DB]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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